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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 리테일이 블루오션, 교육으로 입증할 터
입력 : 2015.01.08 1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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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사장은 “증권업계는 고객이 왜 증권을 떠났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매매를 온라인에 빼앗겨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이 급감했다는데 그게 아니다. 고객이 떠난 것은 고객이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도움을 받았다면 돈(수수료)을 더 내더라도 좋아할 것이다. 영업점 직원들은 어떤가. 많은 직원들이 고객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고객에게 제대로 이익을 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손실을 끼쳐 물어주기까지 하는 등 직원 본인도 손해를 봤다. 왜 그랬나.” 신 사장은 영업점 직원들이 영업을 제대로 못한 것은 투자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학병원엘 가봐라. 레지던트의 진료를 받다가 과장의 진료를 받으려고 기꺼이 특진료를 낸다. 증권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증권 수수료는 고정된 게 아니라 협의의 수수료다. 올려 받을 수 있다.”
고객은 접대 아닌 정보를 원해 그는 이제까지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본질을 갖고 상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영업을 말하면 ‘접대’라고 착각한다. 접대 받는 걸 싫어하지는 않겠지만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진정한 투자정보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은 증권사 직원들의 상담력이 미흡해서다. 지금 증권업계의 문제는 영업의 경쟁력을 수수료 인하에서 찾으려 한 것이다. 디스카운트 브로커리지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신 사장은 리테일(증권사의 일반고객 상대 영업)이야말로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모두들 리테일을 레드오션이라고 버렸다. 그러나 남들이 하지 않는 리테일이 우리에겐 블루오션이다. 교육을 해서 남들이 버린 시장을 가져올 기회다.”
그가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신 사장은 이전 직장에서 교육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경험담도 들려줬다.
“올림픽지점장으로 나갔는데 그 회사의 98개 지점 가운데 95위를 하고 있었다. 사이버 지점과 신설 점포를 빼면 꼴찌였다. 그때부터 직원들을 잡아놓고 밤 10시, 11시까지 교육했다. 나중에 그 직원들이 회사 전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접대가 아니라 자기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업을 하려면 머리에 투자지식이 들어 있어야 한다. 고객은 안다. 직원이 헛소리를 하는지, 또 손실이 났을 때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쩔 수 없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실력이 없어서 그랬는지. 직원들은 다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교육을 시키고 있고 직접 강의도 열심히 했다.” 잘나가던 리서치센터장 출신 사장다운 예리한 분석이다.
직원을 강사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 그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3단계를 모두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무엇을 교육할 것인가이고, 두 번째는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이며, 세 번째는 교육을 제대로 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세 단계로 나눠서 보면 어느 회사도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
리서치센터장과 지점장을 하면서 수많은 교육을 해온 그이기에 실제적인 교육이 무엇인가를 꿰뚫고 있는 것이다. “사법연수원에 가면 판례 중심으로 교육을 한다.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실전적인 것을 교육한다. 라이프플래너로서 연금 등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사례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주식이나 금리상품, 부동산 등 자산 전반에 대해 알아야 하고 세계경제 흐름도 알아야 한다. 그걸 일단 사례 중심으로 암기를 시킨다. 그게 쌓이면 앞뒤 연결고리가 생겨 응용력이 나온다.”
그가 응용력을 강조하는 것은 시장이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이다.
“오늘 주식시장 상황에 대해 얘기했는데 일주일 후엔 상황이 바뀐다. 그러면 직원들은 본인이 할 수가 없으니 본사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그래선 본인이 능동적으로 판단할 능력을 키워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방법으로 본인이 직접 교재를 만들도록 했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 채권을 어떤 논리로 팔 것인가 교재를 만들라고 시킨 적이 있다. 머리에 쥐가 날 것이다. 상황을 설정하고 자료를 수집해서 그에 대한 해답을 본인이 작성해야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 그냥 교재만 읽으면 20%를 알고, 강의를 들으면 30%를 안다. 그런데 본인이 직접 교재를 작성하면 60~70%를 알게 되고, 발표까지 해보면 80~90%를 알게 된다. 대부분의 교육은 1, 2단계에서 끝난다. 그러나 다 되려면 1년 이상 걸린다.” 신 사장은 각각의 케이스에 대해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를 매뉴얼화해 비치하는 증권 라이브러리를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응용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에게 교육의 목표를 어느 수준까지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벤처 중에서 잘나가는 회사를 보면 R&D(연구 개발) 인력 비중이 매우 높다. 영업직원이면서 동시에 R&D 직원이라고 한다. 우리 직원들에게 그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먼저 고객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자고 한다. 고객은 내가 신세진 사람이다. 내 아버지의 퇴직금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하라고 한다. 그만큼 윤리의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고객들이 인정해줄 때까지 교육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BK가 작아도 문제가 없다. 음식이 맛있으면 고객들은 산골짜기라도 찾아가지 않나. 마찬가지다. 입소문이 중요하다. 증권업계에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구전으로 큰 펀드나 회사들이 적지 않다. 상품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고객이 홍보해준다. 한 고객이 어디 가니 잘하더라고 선전하면 그게 입에서 입으로 옮겨간다. IBK는 중소형 증권사이지만 기업은행이 은행권에서 받는 수준의 평판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고객자산의 안정적 수익률을 유지해야 한다.”
그에게 IBK투자증권의 강점을 물었다.
“규모가 작은 게 약점이기는 하지만 작기 때문에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강점이다. 조직이나 직원들이 젊어 추진력이 있다. IB(투자은행 업무)와 캐피털마켓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FICC부문(채권 등 고정금리상품)에서 잘한다.” 그러면서 순발력을 살리기 위해 사업부장에게 인사권과 경영권을 주는 등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도록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원 잘못 뽑으면 당신이 답답할 것이니 알아서 잘 뽑으라고 한다. 또 권한을 주어 조직을 장악하고 일일이 결재를 받지 말고 능동적으로 하라고 했다. 나는 큰 카테고리만 지시하고 챙긴다. 모든 걸 내가 지시해주기를 바라면 안 된다.”
그래서 회의도 최대한 짧게 한다고 했다. 웬만하면 10분을 안 넘기려 하고, 전체 회의라도 한 시간 이내로 끝낸다는 것이다.
2015년도 박스권 이어질 듯 2015년 전망에 대해 신 사장은 2014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크게 보면 2010년 이후 시장은 계속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일본의 쓰나미, 남유럽 재정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큰 흐름은 박스권을 유지했다. 기업이익이 줄었으나 저금리가 주가에 도움이 됐다. 2015년도 마찬가지다. 첫째 박스권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유가 하락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우선은 첫째 상황에 맞춰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떨어지는 게 제한적이라면 전략은 어떻게 쓸까. 꼭대기와 바닥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분할매수 분할매도를 하는 것은 어떨까. 금리도 단기적으로 올라갈 수도 있으나 큰 흐름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당분간 장기채가 나을 수도 있다.”
저금리 기조는 투자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은 안정된 금리상품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예금 상품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AI를 한다. 그래서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의 PER(주가수익비율)가 올라간다. 한국 주식의 PER는 1980년대 3배였는데 지금은 10~15배가 됐다. 금리하락 효과로 자산 가격이 올라간다. 미국도 1980년대엔 PER 10배였으나 지금은 17~18배가 된다. 금리효과로 주가가 상승한다. 여기에 기업이익이 늘어나면 확 반영될 수 있으나 기업이익이 늘어나지 않고 있어 지금은 주가를 지탱하는 역할만 한다.”
학생들을 향한 신성호 사장의 조언 지금 인기 직종에 연연하지 말라. 우리나라 산업사를 보면 10년 단위로 주력산업이 바뀌어 왔다. 1960년대는 섬유나 목재, 신발 등이 주축이었고 1970년대엔 건설, 종합상사가 각광을 받았다. 1980년대엔 금융업이 부상했고 1990년대엔 애매한 시기를 보내다 외환위기 이후 벤처가 각광을 받았다. 2000년대 초엔 자동차나 기계, 화학 등 중화학공업이 주목을 받았고 이후 주력이 IT부문으로 옮겨왔다. 지금 한국 산업에선 자동차와 IT만 살아남았는데 그나마도 중국이 계속 따라오고 있다.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의 주력산업이 계속 바뀌었다. 우리가 책임감 갖고 일할 나이는 40~50대이다. 그러니 학생들도 지금부터 20~30년 후 무엇을 할까 생각해봐야 한다. 대리, 과장 때는 열심히 일해도 대부분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그런데 부장 되면 자기가 결정권을 갖고 결정할 수 있다. 그때는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당장 눈앞의 것만 보지 말고 20~30년 후 무엇이 될까를 생각하라. 그때 어떤 산업이 될 건가를 생각하라. 성숙산업 퇴조산업을 보지 말고 미래에 뜰 산업을 보란 얘기다. 그게 무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존산업서 가지가 뻗어서 가는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먼저 주전공은 메인으로 하되 주변산업과 환경을 함께 공부해야 한다. 다음으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맞춰 공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공계라도 경제나 경영 산업사를 맛보기라도 공부하라. 많은 사람들이 자기 것에 몰두하느라 변화를 알지 못하는데 큰 승부는 경제·산업의 변화에서 나왔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고려대 통계학과를 나와 증권사 리서치에서 성장한 애널리스트 출신 CEO다.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금융투자협회 경영전략본부장,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우리선물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4년 8월부터 IBK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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