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종욱 스트롱홀드 테크놀로지 대표 | 우리가 일으키는 커피전쟁 지켜보세요

    입력 : 2015.01.08 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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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전문가가 볶는 커피 맛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기계다. 이미 카페베네나 자뎅 등이 로스팅 기준을 잡기 위해 우리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도 우리 기계가 들어갔고 이 제품으로 로스터리 카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우종욱 스트롱홀드 테크놀로지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자사의 제품을 소개한 뒤 회사 이름으로 이어갔다. “스트롱홀드는 요새나 성채란 뜻을 갖고 있다. 사명을 지을 때 여러 가지를 놓고 검토했지만 만족스러운 게 없었다. 조금 강인한 이미지가 필요했다. 거기서 스트롱이란 단어가 떠올랐고 군사용 기기처럼 매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계가 될 것이란 의미에서 이걸로 하자고 했다.”

    그만큼 스트롱홀드의 제품이 커피숍의 경쟁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얘기다.

    “커피 맛은 생두의 질과 로스팅에서 결정된다. 생두는 1~2년 보관할 수 있지만 볶은 원두는 1~2주면 향이 날아간다. 바로 볶은 원두를 쓸수록 커피 맛이 좋다는 얘기다. 그런데 대부분의 커피숍은 대형 공장서 대형 머신으로 볶은 커피를 쓴다. 커피 맛을 아는 이들이 커피숍서 로스팅을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그게 장난이 아니라고 했다.

    “커피숍서 쓰는 기존 로스팅기는 대형 공장의 로스팅기를 소형화했을 뿐이다. 수동으로 작동해야 하고 연기와 가스냄새 때문에 낮에는 작동할 수조차 없다. 5년 이상 숙련된 전문가가 꼼짝없이 지켜봐야 하지만 전문가라도 좋은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자동으로 볶는 기계가 나왔지만 그것으론 좋은 맛을 내기 어려웠고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스트롱홀드는 자동이면서도 전문가가 수동으로 로스팅한 최상의 커피 맛을 항상 재현하는 로스터를 만들었다. 간편하고 연기나 가스 걱정도 없어 커피숍에서 작동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이다. 전문가들까지 이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다.

    우 대표는 “400여 로스터리숍이 로스팅 경쟁을 한 한국커피로스터연합(CRAK) 주최 골든커피어워드에서 이 제품으로 대상을 타자 인지도가 순식간에 높아졌다”며 “성능을 개선한 최근 모델은 매물이 전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신뢰도가 입증됐다”고 했다.

    최고 전문가의 기법 알고리즘화 우 대표는 커피 생두를 볶는 부분인 드럼부터 획기적이라고 소개했다. “드럼을 예열한 뒤 로스팅을 시작한다. 대개의 로스팅 머신은 드럼 내 공기열만 측정한다. 그러나 스트롱홀드 제품은 드럼통 온도까지 측정해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커피는 워낙 예민해 날씨와 습도에 따라 차이가 심한데 이 제품은 드럼통의 전도열과 내부 대류열, 할로겐 복사열까지 감지해 조절하기 때문에 외부여건에 상관없이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열량과 열의 비중까지 조절할 수 있어 커피콩이 익는 정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수동 카메라가 DSLR로 전환된 뒤 다양한 조절이 가능해진 것과 마찬가지다.”

    초보자는 자동모드로, 전문가는 수동모드로 자기 능력에 맞는 최상의 원두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제품의 장점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로스터를 미세조정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최상의 맛을 찾아 저장해 놓으면 언제나 자기 고유의 로스팅을 유지할 수 있다. 일반인은 자동모드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기계가 알아서 볶아준다. 자동모드는 대륙별, 품종별로 최선의 스타일을 50여 가지로 세팅해 놓았기 때문에 버튼만 누르면 된다.”

    자동 프로파일을 만들기 위해 수천 번 이상 실험을 반복했다. 특히 로스팅 머신의 내구성을 입증하기 위해 직원 8명이 11일간 퇴근도 하지 않고 쉬지 않고 가동도 해봤다고 했다. 그만큼 믿을 만한 기계라는 얘기다.

    커피 초보자의 창업 비결 우 대표는 원래 커피 애호가는 아니었다.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산업에서 할 것인지 세 기준으로 찾았다. 전 세계에서 성장산업이며, 산업의 특정 부분이 취약해 개선이 필요한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서 커피를 찾아냈다. 커피는 세계적 산업이지만 생산지는 취약하고 중간 과정은 많아 소비자는 최고 품질을 누리기가 어려웠다. 로스팅한 원두는 생두 가격보다 10배 가까이 뛰지만 당시만 해도 로스팅은 생소했고 더욱이 자동화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라면 자동화를 못할 게 없다고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그해가 2010년인데 나이 서른일 때였다.”

    그는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사회학은 사회역학을 보는 학문이다. 사회가 변할 때 사람들의 반응을 연구했다. 그게 이 사업의 콘셉트를 제공했다. 회사는 다닌 적이 없고 학교 다닐 때 스타트업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경영학회에서 2년 반 동안 연습하고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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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띠 졸라맨 초창기 초기엔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며 절약했다고 했다.

    “용산의 허름한 2층 사무실을 빌려 창업했다. 3층은 가정집으로 쓰는 곳이었다. 20평 중 절반은 사무실로 나머지 반은 작업실로 썼다. 거기서 틀을 잡고 2년 뒤 본격 생산을 하려고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이곳에 공장을 마련하면서 잠시 고려대 사무실을 이용했다.” 고려대 기술지주가 소프트뱅크와 함께 이 회사 주주로 참여한 까닭이다. 자본은 부족했지만 회사의 전 기능을 갖고 시작했다. “5명이 창업했는데 4명이 엔지니어였다. 서울대 응용생물학과를 나와 기계에 밝은 기술이사가 기계 콘셉트를 만들고 로스팅 머신 제조 경험을 가진 3명이 제품을 만들었다. 설계부터 소프트웨어, 생산, 전기 모두 정통한 사람들이 맡았고 사장은 세일즈에 나섰다.” 우 대표는 “창업 후 4년은 아주 힘들었다. 제조업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경쟁은 덜하지만 완성도 높은 기계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거였다. 게다가 자금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학교 나와서 매출 일으킬 때까지 2년 정도를 무보수로 일했다. 신용보증기금서 3000만원을 대출 받아 1년을 버텼다. 창업 2년 뒤부터 월급을 가져갔지만 생활을 유지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창업자금을 잘 활용하라고 창업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생으로 정부지원을 잘 활용했다. 1억5000만원의 정부지원을 활용해 생존할 수 있었다. 융자로 할 것인가, 투자를 받아 할 것인가, 아니면 정부지원을 받을 것인가 고민했다. 금융기관 융자는 받기 어렵고 투자자금 역시 어려울 뿐 아니라 한계도 있었다. 정부지원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세계 시장 돌풍 일으킬 터 회사 측은 신뢰도 높은 새 제품이 나온 뒤 홍보를 하면서부터 판매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200여 대를 팔았는데 2015년부턴 월 30대 이상을 팔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창업한 지 5년여 만이다. 우 대표는 “커피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커피에선 특허보다 브랜드가 더 중요하다. 이미지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매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해외 시장을 뚫어야 본 게임이 시작된다. 가정용과 오피스용도 구상 중이다.”

    세계적 전문가들이 “세계에 이런 기계는 없다”고 호평하는 만큼 자신이 있다고 했다. 중국이 눈독을 들일 수는 있으나 따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프로파일 관리 서버가 따로 있고 본사에서 버전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여러 단계의 진입장벽이 있다는 것. 특히 스트롱홀드는 회사를 ‘기계회사’ 이상으로 발전시킬 계획도 세우고 있다. “기계와 서버와 생두 거래를 연구 중이다. 특히 생두연구 플랫폼으로 참여했다. 스트롱홀드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커피 DNA를 연구하고 있다. 이미 1년 이상 연구를 했는데 국내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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