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 친오빠·친형의 마음가짐이면 해결 못할 청년문제 있을까요?

    입력 : 2014.10.31 17: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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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색 캐주얼 점퍼와 슬림한 청바지, 스니커즈와 짧게 짊어진 백팩. 장관급 인사의 출근 복장이라고 하기에는 분명 낯설다. 뒤에서 보면 얼핏 덩치 좋은 복학생쯤으로 착각할 법한 이 사람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신임 위원장인 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다. 신 위원장은 지난 10월 13일부터 일자리 창출과 소통 등 청년관련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해 7월 설치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2기 좌장을 맡게 됐다. “해외출장을 떠나기 20분 전에 전화를 받고 인선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1기 분과위원장으로 열심히 활동했던 것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늘 하던 것처럼 청년들과 함께 소통하고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쓸 예정입니다.”

    후문이지만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장관급 대우를 받는 데다 단번에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청년위원장 인선 전부터 여러 정치인들과 기업인들까지 호시탐탐 노렸다고 한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는 자리를 정작 신 위원장은 수차례 고사했다. 1기 시절 분과위원장으로 많은 청년들을 만나며 실업문제를 현실로 맞닥뜨린 결과 마음 한구석의 깊은 무게감을 느꼈다는 것이 신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청년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친근한 멘토로서 소통해온 신 위원장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젊은 전문경영인이자 청년창업멘토링협회 총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청년들과 지속적으로 눈높이 소통을 해온 그가 이 자리에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는 적중했다. 몇몇 언론은 이번 인사를 ‘현 정권 최고의 장관급 인사’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9년 동안 청년들과 함께했습니다. 저는 속칭 뒹굴었다고 표현을 하곤 하는데 격 없이 어울려 놀면서 진정으로 감정을 교류해야 고민도 나눌 수 있거든요. 뭐 주변에서는 제가 워낙 철없이 어울려 지내는 통에 눈높이가 똑같다는 농담도 합니다.”(웃음)

    멘토는 들어주는 조력자 가르치려 들면 마음의 귀가 닫힌다 매년 두 차례씩 사재를 털어 청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강연회를 통해 젊은이들을 만나는 신 위원장은 특강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일찍부터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진 그는 9년 동안 청년창업멘토링협회 등을 통해 900여 명의 멘티를 만났고 개인적 인연으로 멘토링을 한 이들도 200명이 넘는다. 그들 사이에서 신 위원장의 호칭은 위원장님이나 대표님이 아닌 ‘형 또는 오빠’다.

    “엠티에 함께 참여한 국회의원들이나 정부 관료들은 청년들이 스스럼없이 제게 형, 오빠 소리를 하는 것을 보고 다들 놀라곤 해요. 청년정책을 위한 답은 사실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감정적 교류를 통해 친근한 형이나 오빠가 되지 않으면 전달이 힘들어요. 비결이요? 어른인 척 빼지 않고 빈틈도 보여주면서 어울려야죠. 저 같은 경우는 젊은 세대가 쓰는 비속어도 곧잘 쓰고 적재적소에 욕도 구사하는 편입니다.”(웃음)

    수많은 학생들의 친근한 멘토가 된 그는 소통방식에 있어 확고한 원칙이 있다. 절대로 가르치려 들지 않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소통방식을 ‘Non advice, Only experience sharing(조언이 아닌 경험 나눔)’이라 표현했다.

    “자녀들이 부모님의 잔소리가 시작되는 한마디만 듣고도 알아채 귀를 닫아버리잖아요.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분들이 멘토로 나서 자신의 성공을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결과를 가지고 과거를 미화하는 거죠. 이것은 꼰대의 전형이에요. 멘토의 코칭이나 어드바이스는 당시에는 위로가 될지라도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해 공허해지거든요. 멘토는 열심히 들어주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결국 판단은 자신이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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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쓴맛도 봐야 딛고 일어설 수 있다 신 위원장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보면 남부러울 것 없이 훌륭한 스펙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으로 오해할 만하다. 남들은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해 한참 일할 나이인 30대 초반, 이미 중견기업 CEO를 역임했고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높였다. 청년실업에 고뇌하는 많은 청년들과 소통하기에는 어떤 측면에서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이러한 평에 웃으며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면 다들 저를 시골촌놈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충북 청원 시골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어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님이 쓰러지셔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고3 때까지 아궁이에 불 때는 집에 살았는데 겨울에는 눈밭에 얼어 죽은 산비둘기나 들꿩을 찾으러 다녔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추억이지만 그때는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힘들었던 이런저런 경험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교감의 폭도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실로 신 위원장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유년시절. 30대 이후에는 지인과 함께 세운 투자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온가족이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를 겪는 등 쓰디쓴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취업이 힘들거나 집안사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제 경험담을 많이 들려줘요. 다 듣고 나면 눈밭에서 땔감을 지고 죽은 꿩을 찾으러 다니거나 전 재산을 잃은 상황보다는 자기가 낫다고 농담도 하고 그래요. 특히 취업이든 경제적 여건이든 상대적 빈곤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항상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시기·질투에 열 내는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다’”.

    시간선택제·해외취업으로 청년구직 활로 찾아야 인터뷰가 무르익어 가며 그는 청년위원회 운영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많은 청년들을 지척에서 접하는 신 위원장은 요즘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뭐니뭐니해도 실업문제인 만큼 이를 위원회의 최우선 순위로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대기업 선호 경향이 지나쳐 많은 청년들이 기회를 놓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취업을 원하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90%도 아니고 거의 100% 대기업에 들어가길 원합니다. 여기서 대기업은 30대 기업도 아닌 10대 기업이에요. 구인구직자를 위해 정부에서 만든 사이트인 워크넷을 보면 2만개 이상의 기업들이 인재를 찾고 있는데 지원자는 대부분 60대 이상의 재취업을 원하는 분들이에요. 중견·중소기업으로 향하면 보다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청년 구직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신 위원장은 특히 창업을 통해 청년들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년 입장에서 창업에 실패할 경우 연대보증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재기하기 어려워 창업을 주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 기업가들의 연대보증 면제 방안을 마련하여 관계부처가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연대보증 면제방안의 실효성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향후 보증기관을 활용하는 청년창업가들을 위해 보증 수수료를 현실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년 창업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금융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신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일자리가 한정된 국내를 넘어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 강조했다.

    “실제 해외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자원이 빈약하고 시장이 협소한 국내 경제의 특성상 드넓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청년들이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국가 영속과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돼 있습니다. 청년들이 해외봉사, 인턴, 취업, 창업 등을 통해 국제적 감각의 실무능력을 길러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입니다.”

    인터뷰 내내 신 위원장은 여러 청년들과 함께했던 에피소드를 꺼내놓으며 아이처럼 눈을 반짝거렸다. 비상근직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광화문에 출근도장을 찍고 퇴근시간도 따로 없이 일에 매진하고 있다. 친형·친오빠의 심정으로 청년문제 해법을 찾겠다는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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