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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자기가 골라서 야금야금 씹는 맛이다…중국 알리려 ‘정글만리’ 출간 소설가 조정래
입력 : 2013.12.20 11: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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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초청한 강연에까지 영어 쓰는 게 예사가 됐다. 모두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래선 안 된다. 우리는 오천년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남한에만 5000만이 있고 북한까지 합하면 8000만 인구가 쓰는 언어가 우리말이다. 그런데 이런 행사 하면서 아무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영어를 쓴다. 이래서 되겠나.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자기 언어를 잃은 민족은 누구도 돌보지 않는다’고 했다. 나라를 잃는 것은 언어를 잃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어떠한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가 우리말의 자긍심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다.”
그는 특히 국제화 시대를 살더라도 민족적 가치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글만리를 네이버에 연재하니 나흘 만에 미국에서 한 독자가 연락을 했다. 중국에 나가 있는 상사원들은 자기들이 직접 겪은 걸 소설로 보니 더욱 실감이 난다고 했다. 이처럼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보고 동시에 반응을 보이는 시대다. 그렇지만 시대가 바뀌더라도 절대 없어지지 않을 세 가지가 있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인종주의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알아야 우리 후손들이 제대로 살 수 있다.”
그는 특히 영어만 강조하다보니 젊은 세대가 우리말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학교에서 영어를 강조하고 영어 배워야 한다며 국사 시간 없애고 영어 시간을 늘렸다. 그러다보니 3.1절을 ‘3점1절’이라고 읽는 아이들이 나온다. 역사를 등한시한 집단 때문이다. 누구든 과거를 잃으면 미래가 없다.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단재 신채호가 한 얘기다. 우리는 오천년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931번의 외침을 당했다. 75%가 중국에게, 나머지는 일본에게 당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었으며 그러다가 나라를 잃기도 했다. 그런 처절한 역사를 겪은 나라지만 국사 없애면 다시 나라가 망한다.”
그는 특히 정책의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 여론 조사에서 영어가 지겹다는 아이들이 75%나 나왔다. 왜 그들에게 영어를 강요하나. 소나 말에게 강제로 물 먹일 수 있나. 짐승도 그런데 하물며 사람에게 무엇 하라고 강요하나. 영어가 필요한 사람에겐 일주일에 5시간씩 가르치고, 그럴 필요가 없다면 영어가 무엇인지만 알게 주 2시간 정도만 시키면 된다. 국가적으로 영어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면 국가가 그런 사람들 뽑아 미국 보내고 영어 잘 하는 사람 필요로 하는 기업에 배정하면 된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게 영어를 할 필요가 없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해 외국인이 불편해한다며 영어 배워야 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관광안내원도 아닌데 왜 영어 배워야 하나. 영어 잘하는 사람은 있다. 돈 제대로 내고 호텔 들어가 쉴 수 있는 사람만 받아라. 왜 능력도 없어 호텔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까지 받으려 하나.”
우리의 자존심은 스스로 지켜야지 남이 해주지 않는다는 그는 “인문학을 소홀히 해서 나라가 망할 정도인데 국문학과까지 없앤 대학이 있다”며 돈 위주로 흐르는 사회를 비판했다.
“인문학은 나는 누구이고 우리는 무엇인가를 따지는 학문이다. 자기를 발견하는 학문이다. 자본주의가 돈에다 신의 지위를 부여해 모두가 무한경쟁을 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무한경쟁을 하다 보니 친구가 없다. 대학에서 커닝 한다고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학은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낭만이 있어야 하는 곳이다. 부모가 보내 준 등록금 삥땅쳐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도 살아가다보면 생길 수 있는 아름다운 일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옆에서 커닝 하는 것을 봤다면 자기만 알면 되는데 그걸 교수한테 고발한다. 그리 삭막한 세상이 됐다. 부모는 자식에게 세 가지를 모른 척 하고 속아준다고 한다. 알고도 모른 척,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하는 게 부모다.”
우리 사회가 그 만큼 삭막해진 것은 인문학적 소양이 없기 때문이란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고발하는 사람들이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자기 이익 때문에 그런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은 쓰리꾼(소매치기) 보고도 쫓아가 잡지 않는다. 내 일이기에 고발한 사람들은 내 일 아니면 모른 척 한다. 나만의 이익을 위해 내 일 아니면 방관하는 이것은 무시무시한 비극이다.”
이 대목에서 조정래 소설가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들었다.
“어느 신부님은 경찰이 촛대를 훔쳐간 도둑을 잡아 오자 내가 주었다고 했다. 그를 감싸줌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이끌었다. 이것이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빅토르 위고가 위대한 이유다.”
“컴퓨터는 굉장히 편리하다. 그러나 작가에겐 소설을 망치는 적이다. 기계의 속도에 얹혀 가다보면 문장이 불필요하게 길어진다.”
그는 문학을 한 이유를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분야였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고, 한 번 뿐인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소설관은 어떨까.
“소설은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룬 것이다. 거기에선 역사나 철학 종교 문학이 주가 되고 정치나 경제가 끼어들기도 한다. 인간의 생각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게 인문학인데 지금 학교가 추구하는 암기 위주 공부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해야 올바른 삶을 살며, 어떻게 해야 잘 죽는 것인가를 다루는 게 인문학이다.”
근현대사를 집중 조명한 그의 소설들은 조국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다. 그의 민족주의적 성향 때문일까.
“이 세상 모든 문학은 그것을 담은 모국어의 자식이다. 그러기에 문학 하는 것은 나를 이끌어준 모국어에 보답하는 것이다. 나는 왜 5000년 쓰라린 역사를 가진 이 나라에 태어났을까. 우리가 지나온 반만년의 처절한 역사는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소설 쓰려고 국문과에 간 사람들의 화두다. 나는 ‘태백산맥’에 이어 ‘아리랑’과 ‘한강’을 40세부터 시작해 20년간 썼다. 태백산맥은 해방공간에서의 아픔을 그렸고, 아리랑은 일제 36년의 쓰라림을 담았으며 한강은 격동의 현대사를 그렸다. 소설은 역사에 기대야만 생명력이 오래 간다고 한다.”
소설은 역사의 아픔을 그려야 오래 간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역사가 잊혀지지 않기를 더 바랐던 것 같다.
“흔히 인간은 다섯 가지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재물욕과 식욕 성욕 명예욕 수면욕이 그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또 하나의 본능이 망각이다. 사람은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일정 기간 지난 것은 잊어버려야 정신이 병들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망각에 의해 (아픈) 상처가 아문다고도 한다. 그 망각되는 것을 잊지 않게 하려는 게 소설이다. 소설은 그 망각의 딱지를 뜯어내 박박 긁고 거기에 소금까지 뿌려 쓰라리게 한다. (독자가) 추체험을 하게 한다.”
그래서 소설을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철학이나 종교서적도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온 정열을 담아 남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속담조차도 그렇다고 했다.
“속담이 1500가지가 넘는데 100가지만 제대로 알아도 인문학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 와서 오래 산 어느 외국인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속담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한다.”
백성이 주리면 나라 망해 그는 특히 먹고사는 문제는 나라의 존망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5000년 역사에 수많은 왕조가 생겼다가 몰락했다. 몰락한 왕조의 공통점은 백성들을 굶주리게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걸 20세기 끝에서야 자각했다. 세계 패권의 양대 축을 형성하던 소련이 무너진 게 그렇다. 중국에는 ‘백성은 바다요, 권세는 거기에 있는 일엽편주다’라는 말이 있다. 백성이 일어나면 권세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소련이 무너졌을 때 중국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먹을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진정 나라를 걱정한다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나라를 바르게 잡는 시민단체도 지원하라고 했다.
“대한민국에 장애인이 몇 백만 명인데 길 가다가 그들의 손을 잡아본 적이 있나. 구걸하는 이에게 100원짜리 동전 하나라도 적선한 적이 있는가. 우리 주위엔 나라를 올바르게 만들겠다는 수많은 시민단체가 있다. 그 시민단체에 단돈 100원이라도 후원한 적이 있나. 사람들은 술 마시면 나라가 잘못됐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그렇게 나라 걱정 하면서 사회를 바로잡겠다는 시민단체엔 누구도 돈을 내지 않는다. 열 번, 백 번, 낸 다음에 떠들어라.”
인문학 제대로 하려면 나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걸하는 사람 모른 체하는 것은 동물적 삶을 사는 것이다. 아니 이 말은 동물에 대한 모독이다. 밥 많이 먹는 사람을 보면 돼지처럼 먹는다고 하는데 돼지조차도 위의 80% 이상을 채우지는 않는다. 그런데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아서 소화제 먹는 게 인간이다. 인간이란 게 별 게 아니다. 탐욕 덩어리다. 역설적이지만 가장 인간적이지 못한 게 인간이다.”
그러면서 그 끔찍한 탐욕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 로마제국까지 멸망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이처럼 인문학은 큰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하는 훈련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2010년에 중국이 일본을 누르고 G2가 됐다. 중국은 인구 14억에 공산당원만 8500만명이다. 그 소비시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1990년에 ‘아리랑’을 쓰려고 독립투쟁 하던 곳을 찾아 만주 갔을 때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은 몰락했는데 왜 중국은 건재한지가 궁금했다. 나 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역사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들도 그 해답을 찾고 싶었다. 4~5회 취재를 가니 해답이 명료하게 보였다. 당시 소련의 가게는 텅텅 비었다. 달걀 하나 구하려고 엄동설한에 200~300m씩 줄을 서야 했다. 그런데 중국은 쌀이 남아돌았고 당장 급하지 않은 사탕이나 샴푸까지 넘쳤다. 개혁개방 10년의 결과다. 국민이 먹고 살 것을 제공했기에 망하지 않은 것이다. 그때 중국 보고 20~30년 지나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80년대 말 중국 인구가 10억이라며 그들에게 라면 1개씩만 팔아도 10억 개요, 양말 반 켤레만 팔아도 5억 켤레라고 했다.”
그때부터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주제였는데 2010년 중국이 G2로 올라서면서 소설로 쓰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중국을 제대로 알고 가깝게 지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천년 동안 맞대고 살며 애정이 엇갈린 나라가 중국이다. 지금 한국의 수출 비중은 중국이 26%이고 미국이 11% 일본은 7% 밖에 안 된다. 게다가 IMF는 2016년이면 중국이 G1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중국 14억 인구 중 1억 인구로 만든 게 G2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엔 2억5000만명의 농민공이 있다. 일용직 근로자다. 또 7억5000만 농민 중 2억5000만명이 농민공이 되고자 한다. 합해서 5억명이 제조에 참여할 수 있는 나라다. 한국 제2의 경제도약은 중국에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그는 특히 중국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들을 진정으로 맞을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중국에 대해 짝퉁천국이니, 게으르니, 더러우니 한다. 모두 편견이다. 모두 그랬다면 그들이 어떻게 G2가 됐겠나. 중국 사람들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게 있다. 왜 그렇게 공중변소가 깨끗한지, 왜 거리에 비둘기가 그렇게 많은지. 공중변소가 자기 집보다 훨씬 깨끗하다고 한다. 먹을 수 있는 비둘기가 왜 저렇게 많으냐고도 한다. 사실 비둘기 고기는 오리고기보다 맛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 상당수는 편견이다. 그들을 제대로 알고 진정한 이웃으로 대하며 선린외교를 편다면 우리는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제2외국어를 한다면 무조건 중국어를 하라는 그는 “내가 30대라면 중국에 가겠다”며 중국에 그만큼 돈 벌 게 널려 있다고 했다.
“70년대 일본 사람들이 한국 와서 돈이 길거리에 널려 있다고 했다. 그만큼 팔아먹을 게 많이 보였다는 얘기다. 정글만리에서 분유와 수첩, 미장원 성형외과 치과 등 돈 벌 것이 많다고 했다. 중국 인구 절반이 여성이다. 화장할 인구가 5억명이다. 그들이 이제 화장을 시작했다. 우리 미래를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적 고민을 담아서 쓴 게 정글만리다.
다음 소설은? 소설 쓰다 팔에 문제까지 생겼다지만 그는 다음 소설에 관한 구상을 밝혔다. ‘황홀한 글감옥’이란 자전에세이까지 낸 그는 천생 소설가다.
“내 다음 소설은 파탄상태에 빠진 이 나라 교육에 대해 쓰려고 한다. 교육이 없다면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예전에 잃어버린 아이를 15년 만에 늑대굴에서 찾았는데 말도 못하고 늑대처럼 컹컹 짖고, 두 발로 걷지 못하고 네 발로 걸었다고 한다. 교육은 이처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그 교육이 망가졌다.”
그는 한국 교육이 망가진 게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강요하는 부모와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 한 아이가 온 가족을 불태워 죽인 일이 있었다. 모든 언론은 불효막심한 놈이라고 비판하고는 덮어버렸다. 왜 그렇게 됐나. 아이는 사진예술가를 원했다. 그런데 부모는 판검사를 강요했다. 지금 그 아이가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그 아이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그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 자살률 1위, 행복지수 꼴찌라며 우리는 인문학적 가치가 망각된 국제적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자살하는 사람의 절반이 10대인데 이성 때문이 아니라 성적 때문에 아파트서 뛰어 내린다.
“이 소설 쓰겠다고 중학교 1학년인 손자에게 ‘윤허’까지 받았다. 꼭 하라고 하더라. 부모가 자식 잘 되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걸 강요해선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의 지문과 산의 나무도 다 다르고, 한 나무에서 달린 잎도 다 다르다. 다만 닮은꼴일 뿐이다. 그 각각은 그 역할을 하고 가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개성을 무시하고 모두 같은 길로 가라고 한다.”
“가난은 약간의 불편일 뿐이다. 돈이 많은 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천민자본주의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월수 500만원인 사람처럼 200만원 받는 사람도 제주도 갈 수 있다. 500만원 받는 사람은 비행기 타고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이 제주도까지 간다. 200만원인 사람은 기차타고 간다. 목포까지 가려면 빨리 가도 3시간은 걸려야 한다. 졸다가 언젠가는 깨게 된다. 그러면 아름다운 조국의 산하를 보고 감흥을 느낀다. 목포에서 배타고 가면서 수평선 보고 저녁노을 보면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바다는 저렇게 넓은데 나는 왜 이리 작은가. 거기서 인생의 철학이 나온다. 행복은 자기가 골라서 야금야금 씹는 맛이다.”
만화의 90%는 좋은 것이며 특히 풍부한 상상력을 높인다는 그는 사람답게 살려면 책을 읽고 신문도 읽으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 있다. 내 발명은 인문학적 상상에서 나왔다고. 우리는 인문학적 소양의 책은 연간 3권도 읽지 않는다. 어느 조사에서 주말에 IT기기나 컴퓨터는 3시간 이상 쓰는데 책이나 신문 읽는데 보내는 시간은 6~7분밖에 안 된다고 나왔다. 이래서야 어찌 사람답게 살 수 있겠나.”
조정래의 좋은 아이 키우기 조정래 소설가는 올바른 자녀교육을 위해 여성들이 제 역할을 하라고 강조했다.
“여성 여러분은 남편이 벌어온 돈의 90%를 쓴다. 새끼들 그렇게 키우지 마라. 남편들은 밖에서 말처럼 일해야 하니 여러분이 아이를 제대로 키워야 한다. 아이만 떠받들지 말고 부모를 존경하는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에게 강요하는 사회는 안 된다.”
그 자신은 부모가 문학하는 것을 허용해 제대로 소설가가 됐다고 했다.
“문학 한다고 할 때 침묵으로 동의해준 부모가 너무 고맙다. 가야금 세계 1인자인 황병기 선생은 서울법대 출신이다. 어머니가 원해서 갔는데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 결국 가야금을 했다고 하더라. 그에게 대학 4년이 얼마나 지옥이었을까. 가수 최희준 씨도 서울법대 출신이다. 그도 결국 노래를 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부모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행복해진다는 것을 모르기에 그렇게 아이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이는 물론이고 손자들에게까지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자기가 무엇을 할지를 정하면 된다는 것.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했던 얘기를 들려줬다.
“소설 쓰면서 6개월간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25매씩 썼다. 그런데 손자 학교에서 내가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며 강연을 해달라고 청탁이 왔다. 어쩔 수 없이 갔다. 꽤 좋은 학교다. 거기서 아이들에게 머리 좋은 게 자기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을 들라 했더니 절반 정도가 들더라. 부모 능력이란 아이가 너 댓 명, 나머지는 무응답이다. 무응답도 의견은 의견이다. 그들에게 야단을 쳤다. 머리 좋은 것은 너희 능력이 아니라 하늘이 정해준 거다. 너희 부모들이 내 아이는 머리 좋게 만들어야겠다고 낳았겠나. 어쩌다보니 나온 것이지. 너희 능력은 거기에 인간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부모에게 가서 너희에게 강요하면 철저히 반항하라고 했다. 조정래가 얘기하더라고 너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사단이 났다. 아이 엄마가 방학 때 고2까지 선행학습 프로그램을 짜놓았는데 아이가 조정래가 그럴 필요 없다고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연락을 해왔다. 중1 때 고2까지 선행학습을 해놓으면 고2 때는 뭘 하냐. 10대엔 싸움도 하고 무전여행도 하면서 인생을 배워야 하는데….”
우리는 인문학적 소양이 없어 삶의 근본을 망각하고 있다는 그는 자식은 그들의 인생을 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 교육방법을 묻는 초보 엄마에게 지침을 내렸다.
“새내기 엄마들에게 권한다. 첫째 아이에게 쉽게 말하려 하지 마라. 가급적 고급 말을 쓰고 아이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을 땐 국어사전을 펼쳐서 가르쳐줘라. 그러면 아이는 어려운 게 나오면 으레 사전을 찾아야 하는 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사전 보는 법을 익히고 문자를 배운다. 그러면 그 아이의 지능이 빨리 발달하게 된다. 둘째 매일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라. 천재는 전문지식을 남보다 많이 갖춘 사람이고 남보다 많은 지식을 쌓은 사람이다. 그러니 천재 만들고 싶으면 많이 읽히면 된다. 엄마와 함께 읽은 책이 500권이 되면 아이는 자연히 똑똑해지고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엄마가 공부하지 않고 강요만 하다보면 나중엔 무시당한다. 그러니 엄마도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더했다.
“한권의 책은 그 사람이 평생에 결친 영혼의 연마가 응집된 것이다.”
조정래의 말 말 말 ▶ 행복은 자기가 골라서 야금야금 씹는 맛이다.
▶ 우리가 자긍심을 잃지 않을 때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다.
▶ 이 세상에 절대 없어지지 않는 세 가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인종주의다.
▶ 인문학이란 큰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 소설은 망각의 딱지를 뜯어내고 그 곳을 긁어 피가 나게 하고 거기에 소금까지 뿌려 쓰라리게 하는 것이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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