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정상조 & 고려대 박노형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로스쿨, 버려야 살 수 있다`

    입력 : 2013.06.07 14:37:33

  • (왼쪽)박노형 원장, (오른쪽)정상조 원장
    (왼쪽)박노형 원장, (오른쪽)정상조 원장
    2009년 출범한 로스쿨이 지난해 1기 졸업생을 내며 다양한 전공, 경력을 가진 변호사를 배출했다. 변호사가 된 1기생 중 비법학 전공자는 899명(61.96%).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지만 웬일인지 로스쿨의 미래에 물음표가 끊이지 않는다. ‘출중한 실력’ ‘무궁무진한 잠재력’ 등의 평가 뒤에 가려진 ‘위기의 로스쿨’,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원장과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로스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백년대계를 위한 문제해결이 시급했다.

    법률과 경영의 분리가 갑을관계의 원인 우선 최근 관심사 중 하나가 남양유업 사태다. 기업의 갑을관계는 이미 법제화돼 있어야 할 문제인데, 법률에 대한 기업의 마인드가 부족한 것 아닌가 정상조(이하 정)-적절한 지적이다. 갑을관계와 지방자치단체 부패 모두 법률을 무시했고 또 법률 담당자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다. 지자체의 경우 지방의 로스쿨 졸업생을 채용해 스스로 법치행정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박노형(이하 박)-로스쿨의 취지 중 하나가 법조인의 역할을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기업에도 법조인이 입사해 법 안에서 기업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을 공부하지 않은 분들은 글로된 법을 대충 읽고 쉽게 판단할 수 있거든. 그걸 지양하려고 로스쿨을 만들었는데 아직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정-남양유업 사태는 법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는데, 법률과 경영의 분리가 원인 중 하나다. 특허 팀과 변호사가 막강한데도 삼성이 특허소송에서 고전하는 것도 변호사를 그저 사고처리반처럼 대하는, 사고나 터져야 일한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문제다. 사실 갑을관계는 경영이자 법률이다. 법률을 경영의 일부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박- 미국에는 로스쿨 출신의 CEO가 흔하다. 경영을 하려면 법을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린 그동안 경영, 경제학과 출신 CEO가 대다수였다. 준법감시인(Compliance) 제도가 도입되면서 대기업들을 강제하고 있긴 한데, 무리하게 확대한다는 시각도 있다. 법과 사회는 같이 호흡하며 발전한다. 그건 비단 사회만이 아니라 경영에도 해당되는 자연스런 흐름이다. 정-법조인들은 이제까지 소송 중심으로 일해왔고 주로 안 된다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선 걸림돌이란 인식이 강할 수밖에. 법조인이 경영에 참여하려면 안 된다는 말보다 법 안에서 이렇게 해야 좋다는 제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절대적인 상대평가가 비겁한 법조인을 키운다 로펌과 기업, 지자체 등에서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원하는 바가 다를 텐데.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 1순위가 대형로펌이라는데요 박- 아직 시행 중이지만 사법시험 제도에선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대로 법원, 검찰, 로펌이란 진로가 정해졌었지. 서열화가 돼 있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뭐라 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변호사 시험 점수도 알 수 없고, 로클럭(재판연구관) 등의 경력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바로 판사 임용도 안 된다. 로스쿨 학생들도 이미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경험이 있는 친구들도 있다. 학생들 입장에선 법조계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전통적인 진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지. 그건 어찌 보면 로스쿨을 도입할 때 기대했던 방향이다. 지금은 학생과 사회, 학교가 모두 조금씩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정-진로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달라졌다. 판검사 대신 지금은 변호사가 꿈이다. 그것도 가장 규모가 큰 로펌을 선호한다. 학생들에게 판검사로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 기업에서 경제 역꾼이 되는 것, 오바마나 클린턴처럼 NGO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게 아쉽다. 박- 로스쿨 1기 졸업생들 경우, 당시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시기였는데 취업이 안 된 친구들 몇에게 국회의원 입법보좌관을 제시했었다. 4~5급에 가장 높은 호봉을 준다하더라고. 국회의원을 도우면서 입법을 담당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면 원하는 부처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원 세상에, 단 한 명도 가지 않았다. 당시 교수들도 거길 왜 가냐고 묻더라고. 모두들 혼미한 상태다. 정- 고려대도 보내지 못했지만 서울대도 그랬다.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로스쿨에서 송무(소송에 관련된 업무) 중심으로 배우려는 것도 문제다. 원래 취지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사회가 요구하는 일들을 해야 하는데, 변호사 시험 부담이 커서 그런지 아직도 헌·민·형·소송법만 들고 파고 있다. 그러니 관심사가 좁아질 수밖에.
    사진설명
    인재를 바보로 만드는 참담한 시스템 법조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여전하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법률서비스를 하느냐에 따라 인식의 전환이 가능할 텐데 박-학생들의 진로가 중요하다. 미국에서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로스쿨을 평가하는 기준인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이 중요시하는 건 학생들의 취업이다. 미국 로스쿨은 좋은 학교일수록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진행한다. 변호사 시험에 붙고 안 붙고는 졸업 후 학생들에게 맡기는 것이지. 평가가 좋지 않은 학교일수록 3년 동안 변호사 시험에만 매달린다. 거기선 창의롭고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 그 점이 가장 답답한 부분인데, 국내 로스쿨도 훌륭한 인재를 받았으니 사회에 훌륭한 법조인을 내보내고 싶다. 그럼 훌륭한 법조인은 어떤 사람일까. 첫째는 실력, 두 번째는 정의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비겁해선 안 된다. 그런데 현재 국내 로스쿨은 비겁한 학생들을 만들고 있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절대적인 상대평가라는 게 있다. 25개 로스쿨이 똑같은 방식으로 절대적인 상대평가를 한다. 학생들 중 일정비율에 따라 A, B, C로 나뉘는 것인데, 그러니 눈치를 볼 수밖에. 예컨대 어느 한 과목에 그 분야 전문가가 학생으로 들어왔다면 그 과목을 신청하지 않는다. 점수를 못 받거든. 자기보다 못한 학생이 교실에 앉아있으면 벌떼처럼 몰린다. 3년 동안 교육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눈치만 늘고 있는 학생들이다. 정-비교육적인 현상이지. 그러니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할 수 없다. 다양한 선택과목이 있으면 뭐하나 학생들이 선택을 안 한다. 왜냐하면 상대평가에서 불리하거든. 선택과목의 상대평가가 엄정하니 필수과목만 파고든다. 그게 헌·민·형·소송법이다. 박-교수들도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있다. 예컨대 내 분야 중에서 선택과목인 통상법이나 WTO는 손댄지 오래다. 3명부터 수업이 인정되는데 오질 않아. 3명이면 한 명씩 A, B, C가 되니 원…. 정-그래서 폐강되는 과목이 많이 나온다. 서울대는 재작년에 2과목, 작년에 3과목, 올해 3과목, 이렇게 점점 폐강되는 과목이 늘고 있다. 선배들의 조언도 한몫 하지. 이 과목은 점수 안 나오니 듣지 말라고 하니까. 반면에 10명 미만의 소규모 과목은 늘고 있다. 우린 무려 26과목이 10명 미만이다. 점수만을 위한 쏠림현상이지. 학생들도 문제지만 제도 자체의 문제점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로스쿨 출신 신임검사들이 지난 5월 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임관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로스쿨 출신 신임검사들이 지난 5월 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임관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정-문제가 있지. 학생들도 스트레스가 많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린 아이도 많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수한 인재를 받아놓고 학생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참담하다. 경제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장학금 제도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정-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성적이나 시험도 스트레스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큰 문제다. 서울대는 정원의 33%에 전액 장학금을 주는데, 그게 등록금 면제지. 그런데 경제적인 어려움의 주체는 생활비다. 상대평가의 부담에 아르바이트는 무슨. 그러니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데, 졸업하고 취직해 갚는, 그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우울증으로 연결된다. 박-국립대와 사립대는 다른데, 세금이 장학금으로 지원되는 것 아닌가. 정-국가에서 해주는 게 아니다. 등록금 면제도 33% 중 10%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지원하고, 10%는 발전기금을 모금해서 해결한다. 나머지 10%는 성공한 선배들에게 받아서 준다. 학교의 자구책이지. 여러 번 정부에 얘기했었지. 지난해 처음으로 클리닉임상법학이라고 각 로스쿨마다 4000만원 지원한 것 외엔 1원 한 푼 없다. 로스쿨은 직업학교고 나중에 고소득자가 될 텐데 왜 주느냐는 것이지. 그런데 사법연수원은 월급 받고 다니거든. 그렇다면 적어도 뽑으라고 규정한, 경제적으로 어렵고 장애가 있는 9%의 학생은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전무하다. 정-고대는 로스쿨 인가 받을 때 31.2%의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학교에선 20%만 준다. 11.2%는 로스쿨에서 만들어야 할 숫자다. 그래서 올 1월부터 로스쿨 교수들이 한 달에 얼마씩 십시일반하고 있다. 그걸로 장학금을 준다. 이번에 최고위 과정도 만들었는데 교수들의 반발이 있었지. 개설 이유는 딱 하나, 돈이다. 정-우리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학장과 몇몇이 도네이션을 한다. 학장이 먼저 얼마라도 부담해야 매칭펀드를 만들 수 있거든. 박-물론 정부도 25개 학교에만 로스쿨을 인가했기 때문에 지원에 대해 특혜란 시각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 그런데 이젠 로스쿨을 거쳐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법조와 법치가 로스쿨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지원이 없다니. 국내에 로스쿨 제도가 시행될 무렵 조지타운대의 로스쿨 관계자와 만나 이야기한 기억이 있다. 너도나도 로스쿨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더니 그들은 음대나 미대 전공자를 환영한다더라고. 그런 학생이 있어야 다양한 분야, 특히 전공분야의 법률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가 생긴다고. 현재 국내 분위기는 어떤가 박-내후년 입학생부터는 법대출신이 거의 없지. 법대가 없어지기 때문인데, 그땐 미국처럼 비법대 출신만 입학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입학한 학생들을 보면 비법대 출신이 많이 줄었다. 1기생들을 비교하면 확연하다. 그만큼 로스쿨에 대한 기대가 반감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로스쿨을 졸업해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으니… 이제 내년이면 70%, 후년에는 50%로 합격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쿨 졸업생은 여전하고 변호사 시험에 떨어진 이들이 많아지니 당연히 분모가 커질 수밖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도 예전처럼 대우받기 어렵고 취업도 쉽지 않다 게 현 상황이다. 정-환상이 깨지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취업이 어렵다는 건 단점이지만 이면에 좋은 점도 있다. 취업이 어려워야 변호사의 특권도 없어지거든. 그런 특권의식이 없어지면 저절로 몸을 낮추게 되고 어떤 일이든 해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 변호사가 많을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에 대한 보상도 커질 수 있다. 이렇게 법조인 중에 대기업 회장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외국 로펌, 문화형성에 긍정적이다 2017년부터 외국로펌이 완전 개방된다. 지금도 꽤 많이 진출해 있는데 로스쿨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정-난 긍정적이라고 본다.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종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우선 언어가 다르고 우리 문화가 외국로펌만을 선호하는 게 아니니 부작용보다는 보수는 낮아지고 서비스는 좋아지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박-홍콩이나 싱가포르에는 미국로펌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그곳에서 여러 분야를 지원한다. 이른바 산학협동도 활발하다. 그런데 우리 로펌들은 정부가 주 고객인, 편안한 생활을 해왔다. 로펌 시장이 개방되면 생각이나 태도가 달라지겠지. 로스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그런가 하면 시장 개방을 계기로 우리 로펌의 아시아 진출도 생각해볼 단계다. 미국로펌과의 경쟁은 불리할지 모르지만, 일본로펌에 비해선 확실히 유리하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정-김앤장은 사법시험 제도 하에 생겨난 로펌 아닌가. 비난도 받지만 국내 시장에 기여도 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 하에 변호사 채용을 비롯한 역할의 변화가 기대된다. 그 역할이 강화되든 약화되든 프로가 살아남을 것이고 우수한 이는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되겠지. 김앤장의 독특한 거버넌스구조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미국로펌은 국내로펌과 매니지먼트 개념이 다르다. 미국은 기업형식의 매니지먼트인데 기업은 돈을 벌면 재투자한다. 그런데 국내는 그런 게 없다. 김앤장도 유한회사로 돈을 벌면 그때그때 분배한다. 매니지먼트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것 같다. 박-비슷한 생각이다. 듣기로는 내부적으로 준비가 한창이라는데 주목 대상이란 것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겠지. 로스쿨과의 적극적인 관계도 인식하고 있다.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이 여전히 화제인데, 국내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우선 삼성이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많다. 소송비용만 수천억 원을 썼고 손해배상액까지 하면 수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홍보와 마케팅 효과, 그로 인한 판매량 증가, 영업이익이 상당했다. 더하고 빼면 이익이 더 크지 않을까. 삼성이 모방한 특허는 삼성 휴대폰에 들어가는 특허 중 7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게 필수적인 표준기술도 아니고, 그래서 세계 시장에 그것 때문에 삼성을 비난할 수 있느냐는 인식이 심어졌다. 법률서비스 입장에선 이번 소송을 계기로 특허법의 중요성이 저절로 교육됐다. 특히 중소기업들에겐 좋은 기회였다. 삼성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대응 관리는 어떠한가 박-지금까지는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출원을 해야 보호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었지.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특허출원 건수를 기준으로 정부지원이 이뤄졌고 기업도 그 건수를 중심으로 인센티브를 줬다. 결과적으로 특허출원이 세계 4위다. 대단한 업적인데, 이번 소송에선 건수가 많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특허도 소송을 통해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양질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 재정이 넉넉한 삼성이야 홀로 감당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소송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중요한 교훈이다. 한·중·일, 긴장하지 않으면 반드시 뒤로 밀린다 한·중·일 FTA도 화두 중 하나인데. 어떤가 박-장기적으론 해야겠지. 시장을 넓히는 것 아닌가. 커진 시장을 누가 먹느냐가 문제다. 경제적으론 서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데 문제는 정치다. 협상에 달려 있다. 최근엔 일본과 미국의 TPP(Trans-Pacific Partnershi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체제)도 관심사다 박-그건 일본의 의지 문제다. 우리는 아직 애매한 입장이고. 미국과 EU도 서로 FTA를 합의했다. 그 큰 두 축이 참여했다면 FTA는 거스를 수 없는 경향이다. 일단 우리도 FTA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TTP은 완전히 전략적인 사고로 접근해야지 할 수 있어, 없어의 문제는 아니다. 박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등을 보면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과 중국도 협력관계가 견고하다. 그래서 더 한국의 균형자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데. 과연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자가 될 수 있을까 정-소극적인 균형은 좋은 것 같다. 적극적인 균형은 어렵겠지. NO라고 얘기할 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일본도 못한 일 아닌가. 박-한국과 미국, 일본과 미국의 거리를 따져 보면 우린 상당히 멀다. 현실적으로 한미, 미일, 한일의 관계는 상당히 어려운 게임이다. 아베의 헌법 개정, 제한된 군비 확충… 상당히 위험한 수준인데 미국이 별반 반응이 없다. 정-그 말이 맞다. 꼭 선택해야 한다면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경제, 정치,지리적으로 유리한 게 사실이다. 돈과 권력의 시녀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서점에 가보니 미국 로스쿨의 실상을 이야기한 <로스쿨은 끝났다>란 책이 나왔다 정-요약본을 봤는데 미국 로스쿨의 전체적인 그림은 아니다. 미국의 로스쿨은 양극화가 심한데, 아이비리그와 달리 열악한 로스쿨은 경기 탓에 지원자가 상당히 줄었다. 그렇게 운영이 안되니 망할 수밖에. 박-미국 내 몇몇 로스쿨이 사기를 치기도 했지. 들어오면 모두 시험에 붙고 전부 취업된다고 했으니. 이 문제 때문에 미국 로스쿨에 취업 관련 위원회가 꾸려졌다. 정-망한 로스쿨이 나오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한국도 그래야 한다. 25개 로스쿨이 무조건 똑같아야 한다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시장의 원리에 따라야 경쟁이 된다. 책 속에 ‘변호사는 돈과 권력을 지키려는 욕망으로 정의된다’는 표현이 있던데. 본래는 공익과 양심,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다 보니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고. 그 부분이 와 닿았다 정-돈과 권력의 시녀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전에 박 학장 말씀처럼 성적평가제도 등을 개선해서 ‘꼭 좋은 성적을 따서 돈과 권력의 시녀가 되겠다’란 생각이 발 붙일 수 없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박-난 사무실에 인촌 김성수 선생의 글 ‘공선사후(公先私後·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사사로운 일을 나중으로 미룬다)’를 걸어 놨다. 그야말로 로스쿨에 어울리는 문구인데, 학생들에게 먹힐 수가 없는 구조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의 세계대학평가가 발표됐다. 서울대와 고대 로스쿨이 세계 50~100위 안에 들어와 있던데, 이제는 국제적인 대학평가에 국내 법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교육에 급급한 교수들이 학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면 교육도 놓치고 학문도 놓칠 수 있다. [대담 조경엽 국장 정리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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