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shion GURU]한국 남성들 검정·회색 슈트만 고집마세요…이탈리아 패션구루 리노 이엘루치

    입력 : 2012.12.07 16: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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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 클래식 전도사’ ‘패션 GURU(스승, 선구자)’ 리노 이엘루치(Lino Ieluzzi)를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밀라노를 대표하는 남성 클래식 편집매장 ‘알 바자(Al Bazar)’의 오너이자 패션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리노는 세계적인 스타일 아이콘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리노의 패션 제안은 곧 밀라노의 핫 스타일로 떠오른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닌 그는 컬렉션의 영향으로 클래식보다는 패션이 떠오르는 밀라노에서 클래식의 깃발을 들고 우뚝 서 있다. 약 41년간 클래식을 지키며 다른 업체들의 러브콜을 거절해왔던 그는 작년부터 국내기업 신원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반하트 디 알바자’를 선보이고 있다. ‘2012 서울패션 위크’를 맞아 한국을 방문한 리노를 만났다.

    이탈리아 패션의 정점에 서기까지 패션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40년이 넘었다. 1969~70년에 시작했다. 한참 패션에 대한 생각이 변화되던 변혁기였다. 청바지가 처음 나온 것도 그때쯤이었다. 경제 문화적으로 사회가 변화하던 시기였다.

    패션 재능은 가족들의 영향을 받은 편인가 아버지가 상당히 멋쟁이였다. 신문 하나를 사러 가더라도 정장차림의 신사의 품격을 유지했다. 내 딸은 당신과 같이 항상 바쁜 기자다.(웃음) 청바지에 운동화, 후드티 차림인 경우가 태반이다. 나는 부모님의 영향은 받은 것 같지만 딸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딸의 옷차림이 결코 답답하지않고 도움을 줄 생각도 없다. 다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는 법. 틀린 것은 없다.

    이성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패션을 활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도 맞다(웃음). 그러나 목적이 그것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문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18세쯤에는 미용 관련한 일도 했고, 군대가기 전인 20세 무렵에는 시계가 너무 좋아 관련 산업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몇 년간 하기도 했다. 패션을 선택하기 전까지 좋아하는 것을 모두 해본 후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신의 위치에 서기까지 전문적으로 패션 공부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이 놀랍다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와 인상 깊게 나눴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어느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했냐는 질문에 ‘길거리 학과’를 나왔다고 답했다.(웃음) 10세 때부터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일을 하며 지냈는데 그 저널리스트는 사회가 학벌을 따지는 것 보다 길거리에서 배우는 것이 더욱 많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경제가 어려워 가계가 어려우면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진학에 대해 연연해 하지 않았다.

    후회가 남을 법도 한데 전혀 없다.(단호한 어투로)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돈을 벌어보기도 했고 써보기도 했다. 하루하루 즐기고 나를 발전시키는데 투자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또 내가 가장 사랑하는 패션과 함께 하고 있는데 굳이 학업에 연연하는 잘못된 사회적인 문화 때문에 삶을 후회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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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은 유행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는 무엇이다 인터뷰가 무르익자 그는 다른 명함 하나를 꺼냈다. ‘코멘다토레’라고 쓰여 있었다. 리노는 2010년 이탈리아 대통령이 수여하는 ‘코멘다토레(Commendatore)’ 문화훈장을 받았다. 이는 각 산업분야에서 업무능력, 신뢰도, 고객에게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해서 최고로 인정받는 인물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명함 뒷장에 쓰여 있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Style is not fashion, It’s something we have inside”

    코멘다토레 작위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역사적인 바탕과 어떤 인물의 삶을 통해 자격이 정해진다.

    30~40년 동안 패션업계에 일을 하고 해외에 이탈리아 패션에 대해 널리 알리고 활동한 것을 인정받았다. 외적인 성장인 규모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코멘다토레) 수상으로 삶의 변화가 있있나 은행 줄이 길거나 할 때 조금 양보를 받을 수는 있지만 음식 값의 할인을 받거나 하진 않는다.(웃음)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인물임을 인증하는 것이기에 사업적으로 신뢰도에 있어 거래에 도움을 받은 적은 여러 번 있다.

    ‘패션은 잊혀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라는 당신의 말이 인상적이다 유명 브랜드나 패션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스타일’이 중요하다. 패션은 돌고 돌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만 그 사람 내면에 담겨있는 고유의 스타일은 영원하다. 한 사람의 삶의 방식과 깊은 사고에서 풍겨지는 그 사람의 스타일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무채색에 빠진 한국 색칠을 해야 할 때 한국 남성들의 패션을 어떻게 평가하나 길거리나 패션쇼장에서 본 남성들의 옷차림이 거의 비슷비슷한 것을 목격했다. 검정, 남색, 회색의 같은 색상의 슈트만 입는 이유가 무엇인가? 과감한 색상이나 스타일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변화의 모습도 보인다. 이탈리아에 관광 온 한국 사람들을 보면 상당히 컬러풀하고 자신감도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남성들을 위해 원포인트 레슨을 한다면 재킷 소매와 바지 길이를 길게 입는 경우를 많이 봤다. 줄일 필요가 있다. 둘 다 지나치게 길게 입을 경우 슈트맵시를 망치게 된다. 슈트 소매길이는 셔츠가 조금 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바지 길이 역시 발목을 드러내는 스타일을 시도해 볼만 하지 않은가. 용기를 가지고 시도하다 보면 인정을 받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젊은 층에 비해 리노 당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한국 남성들은 아직까지 변화를 두려워한다. 이들에게 해줄 말은 없나 좋은 차를 사서 젊은 여자를 옆에 태운다고 본인이 젊어지는 것이 아니다.(웃음) 30살이나 어린 여성과 함께 다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왜 자신이 어려질 생각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꾸면 자연히 어려진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밝은 색상을 입었을 때 다른 이들이 비난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 역시 당신들과 같은 또래 아닌가.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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