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ster]코리아 명품을 만든다 / ‘바바라앤코’ 이재정 대표…슈즈로 세계 제패 멀지 않은 현실입니다

    입력 : 2012.11.12 11: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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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365일 북적이는 서울 명동거리에 언제부터인지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꼭 한번 들르는 쇼핑 명소가 등장했다. 별다른 마케팅이나 홍보가 없었는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수제구두숍 ‘바바라(BABARA)’ 매장엔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월등하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을 비롯해 4개 매장이 집중된 바바라 명동 매장의 매출은 60%가 외국인 관광객일 만큼 해외에서의 반응이 뜨겁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바바라 브랜드를 생산하는 이재정 바바라앤코(BABARA&Co.) 대표는 “한류 덕분에 예쁘고 귀여운 바바라 구두가 입소문을 탄 것 같다”며 “일본의 미쯔코시와 이세탄 백화점에서 입점 제의가 들어와 내년 2월경에 입점이 성사될 것 같다”고 소식을 전했다.

    매주 2~3가지 신상품 내놔 굽이 낮고 평평한 플랫슈즈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바바라의 저력은 사실 브랜드를 론칭한 2003년부터 이미 예고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 등지에서 수입한 아웃솔과 가죽을 사용해 도회적인 세련미와 스타일리시한 여성미를 표현한 디자인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 먼저 통했다. 9명으로 구성된 디자인팀에서 뽑아낸 구두스타일을 100여명의 장인이 매주 2~3가지 신상품으로 완성해내는 속도와 양은 별다른 마케팅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저절로 글로벌한 자생력을 갖게 했다.

    “오래전에 일본으로 여행가는 분들에게 코끼리 밥통을 부탁했는데, 지금은 한국 관광에 온 일본인들이 바바라의 플랫슈즈를 부탁받았다며 매장을 찾는다더군요. 한류 스타들이 착용한 저희 신발을 보거나 홈페이지에서 모델을 보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2005년경 처음 플랫슈즈를 국내에 소개했을 땐 반응이 없어 힘들었는데 지금은 저절로 힘이 생깁니다.”

    사실 바바라의 대표상품인 플랫슈즈는 7년 전 홍콩으로 시장조사를 나선 이 대표가 그곳에서 가슴 설레며 구입한 비밀병기였다. 처음 바바라만의 플랫슈즈를 출시했을 땐 국내시장을 평정하겠노라며 내심 기대가 컸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너무 일찍 들여왔나 싶었어요. 도무지 안 팔리더군요. 서너 번 실패했습니다. 만들고 안 팔려서 양로원에 기부도 많이 했어요. 굽이 없으니 편히 신을 수 있잖아요.(웃음) 직원들이 다들 말리던 걸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시도했는데 그때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국민소득 수준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힐이 남을 배려하는 신발이라면 플랫은 키가 작던 크던 상관하지 않고 편하게 신는, 나를 배려하는 신발이거든요. 소득이 높아질수록 나를 배려하는 인식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후 바바라앤코의 성장세는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매출액만 살펴봐도 성장곡선이 뚜렷하다. 재작년 70억원이던 매출이 작년엔 170억원, 올해는 약 240억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제품 라인도 플랫슈즈 외에 뷰티힐과 부츠, 스와로브스키 스톤을 사용한 샌들, 여아용 플랫과 남아용 슈즈, 베이비 라인까지 범위를 넓혔다. 매장만 전국 55개. 인도네시아와 일본에 각각 1개의 해외매장을 낸 바바라는 내년에 본격적인 일본공략을 시작으로 중국 직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바바라의 세컨드라인과 고가의 블랙라벨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쉽진 않지만 가야할 길이죠. 예전엔 중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면 이젠 저가와 고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거든요. 얼만 전에 방한한 모델 미란다 커가 출국할 때 저희 플랫슈즈를 신었는데, 해외에서 그게 무슨 신발이냐는 메일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아시아에 알려진 명성이 미주나 유럽에서도 통하는 날이요? 멀지 않은 현실 아닐까요.(웃음)”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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