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ople]김병두 로만손 시계 디자인 팀장…로만손 아트락스 이제 시작

    입력 : 2012.11.12 11: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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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자협회(United Nation s Correspondents Association) 송년모임 현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각국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가운데 행사장을 빛낸 또 하나의 코리아는 ‘로만손(ROMANSON)’이었다. 리처드 로스 CNN 앵커를 비롯해 명사 5명에게 제공된 공로선물 ‘아트락스 프리미어 컬렉션’ 시계의 반짝이던 로고가 로만손이었던 것. 출시 6개월 만에 약 1000개가 팔리며 국내외 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빚은 이 시계는 8명의 로만손 디자인팀이 사표를 각오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해 얻어낸 결실이다. 그 중심에서 팀을 이끈 김병두 팀장은 15년간 시계 디자인에만 몰두한 시계장이다. “기획 당시에는 사내에서도 성공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어요. 국내 시계 브랜드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강한 디자인이나 100만원대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고, 실패한다면 책임지고 사표 쓸 각오로 추진했습니다. 세계 시장은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고가 시계들이 주름잡고 있는데, 지금 변화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오리엔트와 아놀드바시니를 거쳐 로만손에 입사한 김 팀장에게 변화의 욕구는 그만큼 절실했다. 로만손을 제외하곤 세계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국내 시계산업의 현실도 한몫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전 세계 시계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니 잘되는 브랜드는 늘 변화하더군요. 멈추면 어느 순간 퇴보하거나 없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시장도 변화에 익숙하지 못해 힘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로 발전해야 시장이 커질 수 있는데 국내 시계산업이 축소되는 걸 보면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1년에 15번 시장조사, 내년엔 25주년 기념시계
     스케치 중인 김병두 팀장, 로만손이 최근 선보인 아트락스 시리즈 ‘오토매틱 렉스(Rex)’
     스케치 중인 김병두 팀장, 로만손이 최근 선보인 아트락스 시리즈 ‘오토매틱 렉스(Rex)’
    10여년 전, 시계 디자인 인력이 휴대폰 업계로 대거 이동한 것도 김 팀장에겐 아쉬운 대목이다. 정밀한 인체공학이 어우러진 시계와 휴대폰은 유사한 부분이 많았던 것. 덕분에 성장속도가 빠르고 대우가 좋은 대기업으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다. “그때가 시계 디자인을 시작한 지 4년 남짓 지난 시점인데, 당시 시계산업이 굳건했더라면 지금은 어땠을까….(웃음) 유혹이 없었던 건 아닌데 오히려 그래서 더 매달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조금 더 독창적이고 새로워야 하죠. 늘 머릿속에 어떤 시계를 디자인할지 구상하고 제품이 출시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수정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1년에 15회 이상 해외시장 조사에 나서는 김 팀장은 내년 로만손 25주년과 중국 진출에 앞서 특별한 디자인을 기획했다. 현재 진행 중인 디자인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국내 칠보명장과 콜라보레이션한 한정판 아트워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2013년은 저희에게 기념비적인 해입니다. 로만손 창립 25주년이자 바젤 월드에서 롤렉스, 파텍 필립 등의 전시관이 있는 메인홀로 입성하게 됩니다. 좀 더 젊고 활력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는 원년이지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국내 칠보명장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김 팀장이 생각하는 시계의 미래와 로만손의 미래는 어떤 접점이 있을까. 그는 위블로(HUBLOT)를 창업한 카를로 크로코라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위블로에서 ‘빅뱅 올블랙’ 시계를 출시했을 때 사람들이 전부 거뭇해서 시간을 읽을 수 없다고 했더니 카를로 크로코라가 ‘시간을 보려면 휴대폰을 봐라 이건 우리만의 스타일이다’라고 했다더군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을 알기 위해 시계를 보지 않습니다. 다이내믹(Dynamic)과 영(Young)을 모토로 한 로만손의 시계는 그러한 시대에 젊고 역동적인 시계로 남아있을 겁니다. 내기하시겠어요? 아트락스는 시작일 뿐입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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