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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ian]미국, 이스라엘 범죄 지원 실망스러운 짓…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전 총리
입력 : 2012.10.05 17: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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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쟁을 벌이면 세계 시장의 자금이 그쪽으로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다. 전쟁으로 국가 간의 무역이 감소하고 테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될 것이다. 또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들이 개입하며 세계 경제에 전체적인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대선 전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일하게 이스라엘을 억제할 수 있는 미국 대선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느라 이스라엘의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이스라엘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스라엘도 전쟁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개입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슬픈 사실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이스라엘의 범죄 행위(Criminal Act)조차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미국은 다른 국가들의 신망을 잃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의 현재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여론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이스라엘을 지원하지 않는 후보는 대선에서 패한다는 공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롬니는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해 지원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공약을 밝혔다.
유로존 재정위기 주요 원인은 금융 도박
마하티르 전 총리는 유럽 국가들의 지나친 지출 역시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유럽 정부는 휴일이 많고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지나친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이는 이들이 생산하는 상품들의 값어치를 넘어선 것이며 그들은 심지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돈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유럽이 위기로부터 회복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말하자면 그들은 그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며 여전히 돈을 쉽게 벌고 싶어 한다. 그들은 금융 도박보다는 제품을 제조하고 서비스를 생산하는 실제 사업으로 방향을 돌려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전까지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특히 IMF는 과거에도 문제를 적절하게 판단하지 못한 채 모든 금융 문제에 단순한 단기 처방만을 내렸다”며 “때문에 이번에도 그들의 기여도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위기 해결을 위한 또 다른 해법으로 그는 “먼저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시장 자체에 맡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한다. 시장은 규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 창출에만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자신들에게 막대한 보너스를 지급하고 이로 인해 자신들의 국가가 파산한다고 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해 실행됐던 마샬 플랜(Marshall Plan)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를 통해 그들의 생산 능력을 조정하고 적자를 줄이기 위해 유럽이 그리스를 규제하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가 미국과 유럽 대체하게 될 것
마하티르 전 총리는 “우리는 여기서 교훈을 얻었고 이제는 방화벽을 가지고 있다”며 “말레이시아를 예로 들자면 우리는 우리 통화를 외환딜러들이 손댈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아시아 선구자이기도 한 마하티르 전 총리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로를 연결해주는 경제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말하는 공동체란 “유럽 공동체 방식이 아닌 우리의 문제들을 앉아서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회담에 함께 참석해 유럽과 북미처럼 아시아 지역의 이익을 위해 공통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국제 무대에서 자국의 이익만을 대변해 개별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만큼 목소리가 약하고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원아시아를 위한 별다른 진전은 없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장했던 아세안 + 3라는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가 우리가 시행한 전부다. 공통 통화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별로 좋은 생각이라고 보지 않는다. 경제 발전 상태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공통 통화를 도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사용하는 것이 아닌 단지 국제 무역에만 사용되는 공통 통화는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미국 달러보다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금 같은 통화를 사용한다면 안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후진국 도와 신시장 개척해야 한국 경제와 관련해 그는 “한국 경제는 회복력이 뛰어나다”며 “한국 사람들은 매우 부지런하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개발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전에는 일본에 뒤처졌지만 현재는 삼성만 보더라도 소니를 크게 추월했다. 또 현재 한국이 보여주고 있는 3%대 경제 발전은 고소득 국가치고는 매우 높은 수치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 경제의 약점으로는 “영토가 넓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넓지 않은 영토와 적은 인구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후진국에 투자해 그들의 국가 발전을 도와야 한다. 이들 국가가 발전해 부유국이 되면 한국의 또 다른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웃 국가가 번창하도록 돕자’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웃 국가를 번창하게 도와주면 충돌할 일도 줄어들고 새로운 시장도 개척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또 향후 들어설 한국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 과제로는 전력 공급 문제를 꼽았다.
“한국은 다른 여러 국가들이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의문을 갖기 시작한 원자력 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내가 총리로 재직할 당시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현재 기술로는 방사능 물질을 만들 수는 있지만 반대로 줄일 수는 없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핵폐기물이 쌓여가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 때문에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한국에는 너무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 의존도를 석유와 다른 대체 에너지와 균등하게 맞춰야 한다.”
한편 최근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 영토분쟁에 대해서 그는 “한국 중국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강력한 경제대국들이다. 이들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때문에 역사적 갈등은 묻어두고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안명원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사진 이승환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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