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ker]서울서 깜짝 실적 거둔 부산 토박이의 비결은

    입력 : 2012.09.07 17:43:36

  • 한경관 부산은행 구로디지털지점장
    한경관 부산은행 구로디지털지점장
    금융지주 출범 이후 전국은행을 모색해온 부산은행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전략적으로 연 지점이 초기부터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려 다른 지역 점포개설의 희망을 배가 시켜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문을 연 부산은행 구로디지털지점은 8월 10일 현재 102개 기업과 거래를 텄다. 이 가운데 17개 기업은 다른 점포에서 넘어왔지만 85곳은 새로 유치했다. 기존 점포들은 한해 기업고객 10곳을 새로 유치하기도 어렵다는데 여덟 달 남짓한 기간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실적을 낸 것이다. 수신거래만 하는 기업고객도 100사가 넘었다. 게다가 카드발급 실적도 은행 전체에서 1등을 하고 있다. 물론 실제 사용하는 카드를 기준으로 한 성적이다.

    이러니 임원들의 마음이 놓이는 것은 당연한 일.

    부산은행은 기존에 3개 점포를 서울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점포는 대기업 대상 영업을 하거나 자금운용을 주로 했다. 그런 면에서 구로디지털지점은 부산은행이 서울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 첫 점포인 셈이다. 게다가 인천을 비롯한 전국 광역시에 점포를 열 계획도 갖고 있기에 구로디지털지점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던 터였다.

    커피를 직접 타는 지점장 은행 임원들이 자랑하는 주인공을 만나러 구로디지털지점을 찾았다. 자그마한 지점장실에 들어서니 한경관 지점장은 “커피는 남자가 타야 맛있다”며 직접 커피를 냈다. 직원들이 많았지만 손님 접대에 이력이 난 그는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았다.

    한 지점장은 “서울역도 간신히 찾을 정도의 부산 토박이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부산에서 양산 고관 신평동지점 등 공단지점장을 두루 거쳤고 실적도 상당히 좋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생소한 곳으로 오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발령이 났다. 솔직히 처음엔 두려웠다. 길도 잘 모르는 곳에 찾아가 부산에서 왔다고 하면 ‘시골에서 와 고생이 많다’고 한다. 부산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한참 설명해도 다시 만나면 ‘시골에서 안 가냐’고 한다. 그만큼 부산에 대한 인식이 안 된 곳이다. 젊은 고객들에게 부산대를 얘기하면 그런 대학이 있냐고 할 정도다.”

    그래도 기업체 섭외를 오래했기에 기업방문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구로동이라고 해서 굴뚝공장이 즐비할 줄 알았더니 고층건물들이 앞에 있었다. 부산에선 그냥 열린 문으로 들어가 얘기를 나눴는데 문이 꼭꼭 닫혀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예약이 안 되면 들어가지 못한다는 ‘서울문화’에 당황했다.

    “개점 날이 다가와 구청장과 경찰서장 등 유지를 모셔야 하는데 아예 시간 약속을 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구청장을 직접 찾아갔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따라 들어가 명함을 내놓으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잘 왔다고 반기더라. ‘아하, 이거구나’ 하며 경찰서장도 같은 방법으로 만났다. 역시 반갑게 맞아줬다.”

    자신감을 얻은 한 지점장은 기업도 같은 방법으로 찾아다녔다. 연고가 없는 곳에 자리를 잡느라 오피스텔에 숙소를 정하고 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을 마다않고 사람들을 만났다.

    “중소기업 발전이 우리 은행의 모토다. 내가 여기서 받은 명함만 800장이나 된다. 주말에도 내려가지 못한다. 한 달에 한 번 겨우 갈까.”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사귀느라 그는 지역 주민들과 운동을 함께 하고 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과정도 이수했다. 구로상공인 산악회에 가입해 주말마다 청계산이나 관악산을 함께 오르고 부산상고 동문 모임 등 연고 모임에 나가느라 쉴 틈이 없을 정도다. 시골(?)에서 올라왔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가급적 서울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꼭 부산에 가야 할 일이 있다면 “선약이 있다”고 둘러대고 간다고 했다.

    ※ 24호에서 계속...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4호(2012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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