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스타 CEO]③ 인터넷 절대왕국 세운 중국의 빌 게이츠

    입력 : 2012.09.07 17:43:31

  •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사장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사장
    미국에 빌 게이츠가 있다면 중국에는 누가 있을까? 바로 마화텅(馬化騰) 텐센트(중국명 텅쉰·騰訊) 사장이 있다.

    도대체 텐센트가 어떤 곳이기에 마화텅이 빌 게이츠만큼 유명하단 말인가. 마화텅을 알려면 먼저 그가 설립한 텐센트를 알아야 한다. 텐센트는 중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QQ메신저를 운영하는 회사다. 그깟 메신저 회사 사장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지난해 이 회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284억9000만위안(5조500억원) 매출에 185억6000만위안(3조3000억원) 순이익을 올렸다. 메신저 회사의 매출이 5조원이나 되는 것도 놀랍지만 순이익이 매출의 65%에 달한다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인터넷 괴물’을 만들어낸 마화텅은 포브스 중국어판이 꼽은 ‘2012 중국 최고 CEO’에서 리옌홍 바이두 회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의 자산은 현재 50억달러를 넘어서며 중국 내 10위권, 전 세계에서 200위권에 올라있다. 지난해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100대 기업 중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애플과 구글보다 앞선 것이다.

    젊은 나이에 인터넷 왕국을 일구며 글로벌 스타 기업인으로 부상한 마화텅의 삶은 중국 모든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졸부가 아니라 정규 코스를 착실히 밟으며 창업의 길에 들어선 뒤 각고의 노력으로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971년 10월 광둥성 차오양에서 태어난 그는 13세가 되던 해 부모님을 따라 하이난성에서 광둥성 선전으로 이사했다. 당시 선전은 덩샤오핑이 주창한 개혁·개방의 첫 시범지역으로 중국 제조업의 본고장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탔던 것일까. 마화텅은 어려서부터 천문학자를 꿈꾸었지만 고등학교 때 천문학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깨닫고 평소에 관심이 있던 컴퓨터를 전공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선전대학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간 그는 숨은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컴퓨터 사용법을 익힌 그의 실력은 학교 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386컴퓨터가 쓰이던 그때 친구들은 벌써 그에게 ‘해커’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의 컴퓨터 실력이 알려지면서 심지어는 학교 전산실 직원들까지 그를 찾아가 자문을 구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 당시 대학에서 바이러스 관련 보안시스템을 고민하는 것을 안 마화텅이 스스로 방안을 마련해 학교에 제출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한 뒤 그는 선전에 있는 룬쉰통신발전이라는 회사에 들어가 전공을 살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을 시작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사용해 본 그는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회사 임원에게 기존 사업인 삐삐보다 인터넷을 주력사업으로 키워보자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그는 참지 못하고 한 인터넷 업체에 선전지사를 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끝에 자비로 지사를 세운 뒤 인터넷 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홀로 독립을 하기 전에 상당기간 투잡족으로 지내던 마화텅은 드디어 1998년 친구 장즈둥(張志東)과 함께 독자적인 인터넷 회사를 차렸다. 초기에는 다른 사업도 일부 벌였지만 사실 그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던 것은 메신저 서비스였다. 드디어 창업 이듬해 그는 인터넷 기반의 실시간 통신 네트워크시스템인 인스턴트 메신저를 개발했다. 이 메신저가 바로 중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QQ메신저의 원형이다.

    QQ메신저는 현재 등록된 사용자가 10억명,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용자가 6억명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인들이 컴퓨터를 켜 놓은 상태에서는 언제나 QQ메신저가 함께 작동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 네티즌들에게 인터넷의 출발점이 바로 이 QQ메신저다.

    그러나 지금의 QQ메신저가 그냥 하루아침에 뚝딱하는 아이디어로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초기 실패를 딛고 꾸준한 연구개발로 고객들의 인정을 받았기에 오늘의 QQ메신저가 가능했다. 마화텅은 초기에 출시한 메신저의 단점을 파악한 뒤 중국 특유의 문화와 환경을 반영한 중국식 온라인 생활 커뮤니티로 방향을 잡았다. 모든 네티즌들이 물과 전기처럼 저렴하면서도 신속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개선하는 데 온힘을 기울였다.

    QQ메신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 주력했다.

    ※ 24호에서 계속... [정혁훈 매일경제 베이징 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4호(2012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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