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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ist]집 전기 인터넷거래 할 날 곧 옵니다 `3차 산업혁명` 저자…제레미 리프킨
입력 : 2012.08.06 10: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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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엊그제 독일에서 회의를 마치고 현재 파리에 와있다. ‘제3차 산업혁명’에 대한 각 나라 정부들의 관심은 뜨겁다 못해 타버릴 정도다. 여기저기 많은 나라의 정부들과 함께 미래를 도모하고 있노라면 너무 바빠서 소진되어 버릴 듯한 나의 체력도 고갈되기 보다는 오히려 에너지로 충만해진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과 스마트 그리드에 대해 지대한 관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또 얼마 전 일본에서 내 책이 발간되었고 일본 정부도 ‘제3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특별히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긴 이후 또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본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3차 산업혁명을 손꼽고 있다고 한다.
‘제3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확실히 주목을 받을 만하다. 지금까지 제1차 산업혁명, 제2차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세계는 급변해왔기 때문. 하지만 보통 제3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들으면 IT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디지털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21세기 들어 인류가 역사상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을 떠올리면 단연 인터넷과 그에 따른 디지털 세계의 변화다.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생활을 하게 되었고 인터넷 덕분에 산업 환경의 변화는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분명 제레미 리프킨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산업도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에서부터 시작한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을 뛰어 넘는 혁명’일 뿐.
“에너지 같은 존재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 나눠 쓰는 형태가 내가 생각하는 다음 세계다. 다짜고짜 이렇게 말하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런 세계를 상상해 보자.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서 쓰는 세상이다. 어차피 자신이 창출할 수 있는 에너지는 지속적인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옆집에서 에너지가 조금 모자란다고 하면 에너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혁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지금 이런 작업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제 위기의 심화로 유럽 붕괴 위협이 거세지면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궁지에 몰린 유럽연합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자. 독일에선 현재 생산하고 있는 에너지 중 20%가 그린 에너지다. 자가로 에너지를 만들어 쓸 수 있는 빌딩들이 이미 100만개나 된다. 이러한 빌딩들을 스마트 그리드로 연결시켜 빌딩에서 남는 에너지를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통해 필요한 곳에 제공해주는 형태가 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독일은 빠르게 변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도 이에 발맞춰 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앞으로 전 세계도 이를 따르리라고 본다. 이러한 에너지의 공유가 커뮤니케이션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확실히 에너지를 공유하거나 사고파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는 생각은 매우 혁신적이게 느껴진다. 하지만 여전히 ‘제3차 산업혁명’이 정확하게 무엇을 가르키고 어떤 세계를 지향하며 이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와 닿지 않는다.
“제3차 산업혁명에는 다섯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 둘째, 모든 건물들을 현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로 변형한다. 셋째, 수소 저장 기술을 보급해 매일 생성되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인터넷처럼 전 세계에 동력 그리드를 만들어 에너지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다섯째, 교통수단도 연료전지 차량들로 바꾸고 스마트 동력 그리드로 전기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한다. 말로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우리는 지금 원자력 에너지나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비용도 올라가고 지구 자체에도 좋지 않은 에너지다. 이런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필요한 에너지를 대부분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태양 파도 바람 등을 이용한 에너지 말이다.
각각의 건물이 이러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먼 곳에 풍력발전소, 수력발전소 등을 지어놓고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썼다.
하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건물들에 태양패널을 깔고 풍력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세우는 것이다. 태양과 바람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술 자체를 건물에 입힌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에너지로 전환한 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보관 방법이다. 보관을 위해서는 수소 저장 기술이 필요하다. 또는 수소 저장 기술이 아닌 더 나은 기술이 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저장 기술을 배우고 저장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내가 말했던 ‘커뮤니케이션 혁명’과 같이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마치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팔듯 에너지를 자유롭게 사고팔거나 공유하는 것이다. 정말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섯 가지 모두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가장 큰 실수를 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몇 가지만 채택해서 실행했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린 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은 깨달았지만 다섯 가지 핵심요소를 모두 실행하지 않았음으로 결국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제레미 리프킨이 이야기하는 <3차 산업혁명>에 따르면 뉴욕이 뜨거운 태양볕으로 그날 에너지 생산이 급증하고 있는데 지구 반대편인 서울에서는 태양이 없는 밤이라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뉴욕에 있는 특정 건물에서 에너지가 남는다며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통해 에너지를 서울로 보내는 것이다. 마치 인터넷 직거래처럼. 각각의 빌딩들은 매일같이 자가로 만들어낸 에너지를 저장하고 너무 많이 남는다 싶으면 지구 반대편이든 바로 옆건물이든 필요한 곳에 보내거나 또는 물건처럼 파는 것이다.
아직 개발도상국 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프리카와 몇몇 동남아 국가들에게 제레미 리프킨의 ‘제3차 산업혁명’은 오히려 더 쉬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짓는 건물들을 처음부터 스마트 그리드에 합당한 건물로 지으면 되니까. 리모델링보다는 새롭게 짓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는 게 제레미 리프킨의 설명. 오히려 선진국보다 더 쉽게 새로운 방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레미 리프킨은 “한국은 앞으로 세계를 이끌어 나갈 국가 중 하나다. 제1차 산업혁명과 제2차 산업혁명은 서양권에서 이뤄졌으나 제3차 산업혁명의 리더는 아시아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한다면 말이다. 2007년부터 줄곧 제3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해왔던 유럽은 단지 연구실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계속해서 나는 한국과 대화하고 싶다. 한국 더 나아가 아시아를 주시하겠다”라고 말했다.
세계경제·경영흐름 꿰뚫고 미래방향 제시
특히 그는 세계의 경제·경영흐름을 읽고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1994년부터 교수라는 직업과 경제동향 연구재단의 대표라는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파일럿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그의 베스트셀러 <3차 산업혁명>은 미래 에너지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독창적으로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세계 각국이 나아가야 할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나라의 정부로부터 자문 요청을 받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19권의 저서를 갖고 있으며 이 책들은 35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그 중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생명권 정치학>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수소 혁명> <유러피언 드림> <공감의 시대> 등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대중에게 매우 친숙하다. 유럽연합의 27개국이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에 따라 제3차 산업혁명으로 가기 위해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그는 더욱 빠른 변화를 위해 ‘제3차 산업혁명 글로벌 CEO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만들었다. 100개의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IT 기업, 건설 기업 등을 초청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황미리 매일경제 기업경영팀 연구원·사진 김호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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