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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ist]카자흐스탄은 자원·두뇌 다 있습니다…카자흐스탄 경제연구소마디 움베탈리예프 부소장
입력 : 2012.08.06 1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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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탈리예프 부소장은 카자흐스탄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다가 세계적 금융위기를 만났다고 전했다. 이 여파로 2008년과 2009년엔 신축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잘 극복했다고 했다.
“은행시스템에 대대적 지원을 해서 위기를 수습했다. 당시엔 그게 모든 나라의 동일한 정책이었다. 지금은 은행의 저축이 안정됐고 신용도도 올라갔다. 경제 시스템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은행 제도의 안정이 중요하다.”
카자흐스탄은 이 국면에서 국부펀드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난 2002년 대통령의 지시로 석유펀드를 설립했다. 노르웨이 석유펀드를 모델로 삼아 예산을 독립시켜 석유판매 수입을 석유펀드에 넣었다. 석유판매 수입을 절약해 아들 손자 등 차세대를 위해 적립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카자흐스탄이 석유펀드 예산을 매우 신중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엔 석유판매로 벌어들이는 부를 제대로 분배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석유펀드에 450억달러가 적립돼 있다. 그만큼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의 돈은 충분하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산업화 프로그램을 현실화하는 중이다. 다양한 투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데 매우 신중히 하고 있다. 경제발전이 중요하지만 불투명한 세계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해 집행하려는 것이다.”
그는 석유펀드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 “석유펀드 자금을 저리로 제공해 위기를 극복했다. 당시는 위기상황이었기에 당연했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자금을 펀드로 회수하고 있다. 그동안 낮은 금리로 빌려줬던 자금을 받아 다시 국가펀드에 넣고 있다.”
카자흐스탄 경제에 대해 그는 아주 낙관하고 있다.
“현재 경제는 매우 안정적이다.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카자흐스탄은 산업생산이 부정적으로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했다. 덕분에 2009년에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았다.” 카자흐스탄은 남북한을 합한 면적의 12배가 넘는 땅에 엄청난 석유와 천연가스 등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강국이다. 움베탈리예프 부소장은 이러한 자연적 혜택에도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국가가 강점과 단점을 갖고 있듯이 카자흐스탄도 마찬가지다. 카자흐스탄의 첫 번째 강점은 석유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석유에도 단점은 있다. 세계 석유 값이 등락하는 게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카자흐스탄은 그래서 석유를 다변화하려고 한다.” 그는 한국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희망했다.
“한국 기업들은 우선 카자흐스탄의 원자재 섹터에 관심을 둘 수 있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한국과 풍부한 자원을 가진 카자흐스탄이 협력하면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시장 서비스 부문에 주목하길 바란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2010년 러시아 벨라루스와 3국 관세동맹을 체결했다. 올해는 이 동맹을 단일시장으로 발전시킨다.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와 인력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카자흐스탄 기업과 협력해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의 혜택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카자흐스탄 진출은 시장접근성 확대를 의미한다는 것. 카자흐스탄 인구만을 보면 1660만명 정도이나 관세동맹국 전체 시장은 1억7000만명이나 된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유일하게 러시아, 벨라루스와 관세동맹을 체결하고 있다. 당연히 경제규모도 중앙아시아 5개국 가운데 가장 크다. 1인당 GDP는 서유럽 혜택을 받고 있는 발트해 연안국을 제외하고는 CIS 국가 중에선 러시아 다음으로 높다.
그는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접목하고 싶어 했다.
“한국은 경험이 많은 나라다. 국토는 작지만 굉장한 성과를 거둔 경제발전의 모델이다. 짧은 기간에 경제적 성과를 올렸고 산업화를 잘해 국민소득 수준도 상당하다. 이 모든 것을 높이 평가한다. ”
엘리트 집단 중 한 사람
실크로드재단은 이전에 아스타나에서도 금융포럼을 열었지만 그는 이번에 처음 포럼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카자흐스탄 경제연구소(ERI)에 대해 물었다.
ERI는 카자흐스탄 경제통상부 소속 싱크탱크로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경제통상부나 중앙은행과 밀접하게 협력해 실질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두뇌집단이라고 했다. 계획경제 당시인 구소련 때 국가계획위원회 산하기구로 활동했고 지난해 50주년을 맞았다고 했다. “지금은 조사와 연구를 주로 하고 있으며 국가 경제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24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경제정책의 핵심 싱크탱크인데 세계경제통합연구소 거시경제연구소 전략연구소 지역정책연구소 기업발전연구소 국가프로젝트연구소 등 여러 부서를 두고 있다.”
지난해 5월 이곳에 합류한 그는 다양한 정부 부처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중앙은행에서 일하다 세계은행에 파견 근무를 했고 귀국해서 경제통상부에서도 일했다. 이후 다시 중앙은행을 거쳐 이곳으로 왔다. 한때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인 사무르크카지나 펀드에서도 일했다. 사무르크카지나는 싱가포르의 테마섹과 말레이시아의 카자나를 모델로 설립한 펀드다.”
카자흐스탄 국립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국비 장학생으로 하버드에서 수학한 엘리트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1993년에 설립한 장학 프로그램인 볼라샥(Bolashak)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국가관리 석사를 땄다. 2년간 미국에서 공부하고 귀국해 정부 부처에서 일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모스크
새로운 사고로 무장한 이들 젊은 두뇌 집단은 단순히 공부만 하고 돌아온 게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주요국가의 앞선 제도나 성공사례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 국가였던 카자흐스탄에 최단 기간 내 시장경제를 접목시켰고 또 고도성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넘어 다시 성장 가도로 물론 카자흐스탄도 세계경제 위기를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했다. 단기 고도성장을 하던 이 나라 경제는 대규모 해외차입과 하우징 버블로 과열의 통증을 앓았다.
유럽보다 앞서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위기가 닥쳤다. 당시 금융기관의 해외차입은 400억달러가 넘었고 이는 GDP의 40%를 넘는 수준이었다. 위기가 닥치자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금융기관의 대출은 정체됐고 붐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던 아파트 가격은 2008년과 2009년 연이어 급락했다.
당시 이 나라 대부분 금융기관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 게다가 국제유가까지 급락하는 가운데 최대 교역국인 러시아의 루블화마저 급락하면서 무역거래가 급감했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두뇌집단은 위기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06년 설립했던 국영자산관리회사인 사무르크와 지속가능개발 펀드인 카지나를 합병해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 석유펀드 자금까지 합쳐 190억달러를 위기대응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이들 펀드를 주축으로 주요 금융기관의 자본을 확충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해외차입금 상당부분을 상환토록 해 차후 위기가 발생할 소지를 아예 잘라버렸다. 2009년만 해도 300억달러에 달했던 금융기관 해외차입금은 2010년엔 2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들은 해외차입 대신 국내 펀딩으로 자금을 운용토록 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은행을 거래하도록 예금보호 한도를 종전 70만텐지(카자흐스탄 화폐 단위)에서 500만텐지(약 3만4000달러)로 끌어올렸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특히 은행의 최저지불준비금 요구 비율을 특수한 경우엔 아예 0%까지 낮춰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에 관계없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덕분에 2009년 1.3%로 낮아졌던 GDP 성장률이 이듬해 7%대로 회복했다.
구조조정 와중에 4개 대형은행이 정부의 지원으로 회생했으나 여전히 부실여신을 안고 있는 은행들은 신규대출을 주저했다. 이 와중에 은행 지분의 32%를 정부가 갖게 됐고 또 은행 지분의 3분의 1은 외국인에게 넘어갔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은행 시스템을 완전히 정상화하기 위해 2010년 60억달러의 부실여신 정리에 나섰고 2011년엔 세법을 개정해 은행들이 부실여신을 쉽게 털어버릴 수 있도록 규정까지 정비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제 새로운 금융위기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바젤Ⅲ 규정에 따라 은행자본을 확충하고 주요 은행에 대해선 호황 때 과도하게 대출하지 못하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어쨌든 지난해 이 나라의 1인당 GDP는 1만694달러로 나타났다. 미국 CIA는 카자흐스탄이 지난해 7.5%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카자흐스탄은 올해도 7% 전후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현지에선 관측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2011년 경제성장률 : 7.5%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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