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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면 시스코도 망한다”…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입력 : 2012.07.09 17: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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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챔버스 회장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시스코라이브 2012’ 행사 기조연설과 이어진 기자 인터뷰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시스코라이브는 시스코가 파트너와 기자,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밝히고 공유하는 자리다. 그는 기조연설과 인터뷰에서 ‘위기’ ‘변화’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변하지 않으면 시스코도 망한다”는 표현에서 최근 경영 환경을 드러내고 있다. ‘시스코 라이브 2012’의 현지 취재를 통해 존 챔버스 회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올해로 시스코 라이브 21년째라고 하는데 컨퍼런스를 21년 동안 개최한다는 것은 대단하다. 21년 전 ‘시스코네트워커스(Cisco Networkers)’라는 행사를 처음 시작했다. 당시에는 네트워크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 다소 막연하게 들렸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오늘날 네트워크가 가져온 변화를 살펴보면 불가능이란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네트워크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 수많은 정부 기관들 역시 네트워크의 힘을 빌려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집중분야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The ability to adjust the company)만이 선두자리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나? 보이스비디오, 클라우드, BYOD, 모빌리티 등이 중요시되고 있다. 시장경제 측면의 변화를 살펴보면 과거엔 단순 IT 관리를 했는데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IT로의 변화, 신흥시장, 새로운 경쟁사의 등장, 소셜 네트워킹, 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 속도 향상 등이 있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모든 게 네트워크로 연결(Connected)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시스코가 변화해온 과정도 그렇다.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라우팅 및 스위칭 기술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에 따라 패킷, 모바일, 가상화, 비디오에서 이제는 ‘사물 간 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으로 관심이 옮겨왔다. 기업 내 모든 것들이 인터넷, 네트워크에 안전하게 연결된다. 기술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변화들을 감지하고 이에 맞는 혁신적 기술들을 소개하는 것이 시스코의 역할이다.
He is… 난독증 이겨낸 커뮤니케이션 달인 “존 챔버스는 네트워크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둘러봐도 그만한 경영자는 찾아볼 수 없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62)은 1995년 1월 부임할 당시 매출이 12억달러이던 회사를 400억달러 규모로 키운 미국 대표 최고경영자(CEO)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CEO들이 가장 존경하는 CEO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네트워크 사업 분야 황제로 떠오른 것은 초등학교 때 난독증(글자를 읽거나 쓰는 데 어려움이 있는 증세)을 겪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의사인 부모 슬하 1남 2녀 중 첫째로 태어난 그는 난독증으로 초등학교 때 과외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난독증을 극복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챔버스 회장은 지금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의 때 나온 얘기는 거의 모두 기억하고 공개 강연도 메모 없이 외워서 진행한다. 또 서류로 보고하는 것보다는 구두 보고를 선호하며 심지어 이메일도 음성 메일을 더 좋아한다는 소문도 있다. 챔버스 회장은 커뮤니케이션 달인으로도 불린다. 고객과 대화하는 시간이 주당 30시간을 넘길 정도로 듣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직원 6명인 인터넷 서비스 회사 익사이트와 계약할 때도 직접 찾아가 CEO를 만났다.
시스코가 네트워크 분야 황제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챔버스 회장에게 인간 네트워크의 DNA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최근 조직개편을 하기도 했다.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빨리 변화해야 했다. 지난 30년간 시스코가 경쟁해온 기업들을 살펴보면 한때 성공의 가두를 달리다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그 존재가 미미해진 많은 기업들이 있다. 지난 30년간 시스코의 경쟁사는 무수히 많이 바뀌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스코가 잘 해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흥미롭게도 변화를 가장 어려워하는 기업들은 가장 큰 성공을 맛보았던 기업들이다.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변화를 잘 수용하고 적용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장의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그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시킬 수 있는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코에 합류했던 처음 5년 동안은 쓰리콤, IBM 등이 시스코의 가장 큰 경쟁사였다.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 경쟁을 부추겼다. 알카텔, 에릭슨, 루센트 등과 시장에서 경쟁을 했는데 이들 역시 5년 이상 살아남지 못했다. 시스코는 현재 또 다른 새로운 경쟁사들과 시장에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5년 후에는 시장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다. 물론 시스코도 예외는 아니다.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지만 변화는 생존의 문제이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는 오늘날의 하이퍼 커넥티드 세상에서 이제 슬슬 빨라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빨리 움직이기를 바란다.
시스코는 수많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왔다. 앞으로 추가 M&A 가능성은 있나? 또 앞으로 혁신의 방향은? 시스코는 지금까지 15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해왔고 시스코가 집중하는 기술 분야에 맞게 관련 기술들을 통합해 오는 데 힘을 쏟았다. 이 기술들은 시스코 수익의 3분의 1을 창출해내는 데 기여해왔다. 변화에 빨리 대응하는 것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잘 혁신을 주도 하느냐에 달려있다. M&A를 시도하는 기업의 90%가 실패한다. 인수한 기업의 기술을 어떻게 자사 기술·비즈니스와 통합해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스코는 해마다 수익의 13%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약 2만명의 시스코 엔지니어들이 고객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혁신적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시스코가 현재까지 등록한 특허 수는 1만1769개에 달한다.
또 한 가지 중요 전략은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나홀로 혁신’은 의미 없다는 것이다. 업계 표준을 인정하는 또는 업계의 표준이 될 수 있는 혁신이어야 한다.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내년은 어떤 계획이 있나? 비전을 밝혀 달라. 시스코의 전략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일하고 (개인) 생활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네트워크를 통해 바꾸는 것이다. 제품, 서비스 그리고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통합을 기반으로 구현된 똑똑한 네트워크와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이 당면하는 중요 비즈니스 도전과제들을 해결해 주는 것이 시스코의 목표다. 혁신적인 기술을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고 모두 동의할 것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여러 벤더들이나 기업들, 조직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연결성만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런 네트워크 연결(Connectivity)은 이제 평준화됐다. 이제는 네트워크를 조금 더 똑똑하게 활용하는 모빌리티, 비디오, 클라우드 등이 이들 기업의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해 통신 사업자들은 비용효율 및 생산성 향상을 꾀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 창출 위한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불황이 미국 경제와 시스코의 비전에 미칠 영향은? 지금 우리가 겪는 세상은 하이퍼커넥트(Hyperconnected)가 돼 있다. 이처럼 하이퍼커넥트가 된 환경에서 변화는 빨리 일어나고 기업, 지역 그리고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런 하이퍼커넥티비티(Hyperconnectivity·초연결사회)는 비즈니스 기회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는 짧은 기간 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유럽은 시스코 사업의 20% 정도 차지한다. 지난 분기 발표 때 보면 남유럽에서 시작된 불황이 유럽 중북부 지역의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이런 부분은 시스코에서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들은 비즈니스 성장을 저해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브로드밴드, 기술 등에 투자를 한다. 특히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의 상황을 개선하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네트워크가 성장에 도움을 준 매우 좋은 사례다. 브로드밴드 구축이 한국 GDP의 1% 정도에 기여하고 송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GDP에 약 0.5% 정도 기여할 정도로 기술 투자가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분 모두가 대표하는 국가의 상황을 한 번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중 몇 개 국가가 경제 불황 시에 우리는 더 이상 기술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가? 아니면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하는가? 예를 들면 캐나다 정부는 현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비디오 등 다양한 IT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는 IT 투자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 후계자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포스트 챔버스 전략은? 잘 운영되고 있는 그 어떤 기업이나 리더들과 관련해 항상 세컨드 플랜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기업의 임원진 그리고 이사회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같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시스코의 경우를 살펴보면 기술 분야별로 리더가 존재하고 총 4~5명의 CFO, 7명의 세일즈 총괄 등이 있다. CEO 승계가 매우 잘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다수의 IT 기업들이 크게 성장을 이끌었던 CEO에서 다음 리더로의 승계 과정에서 휘청하며 잠깐의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봐왔을 것이다. 그러나 시스코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스코는 기업 자체의 목표가 뚜렷하며 전사가 이에 집중을 하고 있다. 기술 경험도 그 어떤 기업보다도 뛰어나고 CEO 수준에서 내릴 결정들은 관련해서 앞으로 5~10년을 내다보며 내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나의 중요 역할 중 하나가 이런 CEO 승계가 순조롭게 잘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시스코는… ‘인터넷 혈관’ 네트워크 시장의 황제 일반인들은 시스코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스코의 영향력은 결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에 뒤지지 않는다.
구글 같은 기업이 사람의 피부라고 한다면 시스코는 데이터가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혈관에 비견될 수 있다.
전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네트워크의 황제’ 기업이 바로 시스코다.
시스코는 사실상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표준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인 ‘세븐 레이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시스코는 자사의 기술에 대해 공부한 사람에게 시험을 치르게 해 CCNA, CCNP라는 기술자격증을 발급하는데 이는 네트워크 관련 엔지니어들에게 필수 자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스코는 1984년 설립돼 1986년 첫 제품을 출하한 뒤 1990년에 기업을 공개했다. 시스코는 특히 인터넷 통신(IP 통신) 분야 기술을 장악하고 있어 인터넷 시대에 크게 성장했다. 최근엔 인터넷이 대부분의 정보를 동영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넷’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된 통신장비, 영상회의시스템, 단말기 등의 출시를 강화하고 있다.
시스코는 총자산이 440억달러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 중 하나에 속한다. 전 세계 직원도 7만명 이상이다.
[샌디에이고 = 손재권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2호(2012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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