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ontier] 국내 최대 경주마 휴양소 ‘궁평캠프’ 류태정 사장…말 키우는 재미 느끼는데 10년 걸렸죠

    입력 : 2012.03.23 14: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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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직원들도 이상이 있어서 꾸려가고 있습니다. 우선 매출 1000억원을 올리는 게 목표죠. 전국에 직영 또는 협업으로 승마장 지점을 내고 승마복이나 마구 판매 등 다양한 말 관련 사업을 벌일 생각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 경주마 휴양소와 승마장을 운영 중인 궁평캠프의 류태정 사장은 다부진 표정으로 비전을 밝혔다. 류 사장은 자신감을 갖기까지 상당기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대학에선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전공으로 성공할 확신이 서질 않았는데 마침 부친을 도와드릴 일이 있어서 내려왔다가 눌러 앉았지요. 말 키우기 시작한 지 17년 됐습니다.”

    유망사업을 찾으려고 GDP 성장에 따른 소비 행태를 분석하다가 선택한 게 말이라고 했다.

    “초지에 경주마 키우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소 사료 먹여 키울 때였죠. 고생 많이 했어요. 지금은 (말 키우는 게) 재미가 있지만 그런 마음이 들기까지는 10여 년이 걸렸죠.”

    뜻을 굳힌 뒤 그는 2년 동안 말 목장과 승마장, 외국 등을 찾아다니며 말 키우기를 익혔다. 그런 다음 1995년에 말 다섯 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다. 철저히 준비한다고 했지만 생각만큼 좋은 성적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저 운영할 수 있을 정도였다.

    “판로는 있었죠. 말을 키워 경마장 마주들에게 팔았어요. 그런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외환위기를 만났어요. 시스템이 백팔십도 바뀌었죠. 그 전엔 사료를 외상으로 사왔는데 갑자기 현금 거래 밖에 안됐어요. 30마리 정도를 키울 땐데 많이 힘들었죠.”

    그는 사료값 충당하려고 부모님 땅까지 팔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말로 위안을 얻기까지 10년이 걸렸어요. 사업으로 접근할 때는 정말 힘들었죠. 그러다가 말이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하자 편안해졌어요. 지금에 와선 말이 시야에 있는 게 좋지만….”

    초기의 역경은 그에게 자산이 됐다.

    “2년 정도 진짜 힘든 상황을 겪었습니다. 말 사업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과 끈기, 인내를 배웠어요. 무슨 일이든 인내해야 함을 깨달았죠. 그때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했기에 오늘이 있는 거지요.” 그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은 경주마 위탁관리였다. 말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그를 아는 마주들이 말을 맡기기 시작하면서 숨통이 트인 것이다.

    류 사장은 경주마 휴양소를 시작한 뒤 위탁관리사업만으로도 기본운영은 된다고 했다. 여력이 생기면서 승마장도 열었다. 승마장 사업도 초기엔 쉽지 않았으나 2년 4개월을 버티니 자체 운영이 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사업이 궤도에 접어들자 2007년부터 경주마 생산을 아예 접고 지금은 경주마 휴양소와 승마장, 경주마 운송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안전이 요구되는 경주마 운송을 위해 무진동차까지 도입했다. 말 관련 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변신하면서 추가 성장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것이 류 사장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게다가 다섯 살 때부터 말을 타기 시작한 아들이 승마 선수로 뛰고 있다. 아들이 좋아하는 사업을 하니 부모로선 더 없는 행복인 셈이다.

    이곳 오면 경주마 스태미나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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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평캠프가 자리 잡은 곳은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해산물이 풍부한 궁평항과 남양만을 가로막아 만든 화옹호가 지척이다. 이곳에선 현재 25명의 직원들이 150여 마리의 마필을 돌보고 있다. 이 가운데 40여 마리는 궁평캠프 소유이고 나머지 110여 마리는 위탁받은 말들이다. 대부분은 경마장에서 레이스를 뛴 뒤 휴양하러 온 말들이라고 했다.

    2만여 평 넓이의 목장엔 실내외 승마장과 줄을 이어 설치된 마방들이 들어서 있다. 80억원가량을 투자했다는 얘기답게 시설은 번듯했다. 말들이 한 마리씩 들어가 쉬는 마방엔 톱밥이 두껍게 깔려 있다.

    마방 넓이는 최대 가로 4m, 세로 4m에 이를 정도로 널찍하다. 말이 다니는 통로에도 푹신한 톱밥과 모래 등을 깔았다. 마방 주변엔 처음 들어오는 말들이 적응하는 패독과 매일 적절히 몸을 풀 수 있는 말 전용 워킹머신, 마필 전용 샤워장까지 갖춰놓았다. 워킹머신에서 달리며 근력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높인 말들은 샤워를 하고 쉰다. 사흘에 한 번씩 무게를 달아 건강상태도 체크한다. 허리가 불편한 말에겐 특별히 적외선 찜질 서비스도 하고 다리가 불편한 말들은 별도로 관리한다.

    엄청난 돈을 걸고 뛰는 말들이니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 배합사료를 만드는 곳엔 발효 중인 엽맥이 가득했다. 엿기름을 만들 듯 보리의 싹을 틔워서 먹이는데 그것도 모자라 홍삼박이나 유산균 제제, 스테비아(설탕보다 200배 정도 단 허브), 해초분말 등도 섞어준다. 영양식 치고도 상당한 수준이다.

    류 사장은 “레이스를 한 번 뛰면 말의 체중이 20kg 정도 줄어듭니다. 엄청난 체력 소모죠. 그래서 경주마들이 이곳에 와서 일정기간 쉬며 기력을 보충하고 갑니다”라고 설명했다.

    레이스를 뛸 말들은 휴양소에서 3주 정도 쉬다가 경마장으로 돌아가는데 휴양마의 40% 정도가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한마디로 말을 위한 국내 최대 규모 복지시설인 셈이다. 휴식을 마치고 돌아간 말들이 대부분 다음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발휘하기에 이곳은 마주들이 아주 선호하는 곳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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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교육으로 승마 대중화 나서 궁평캠프는 고운 모래가 깔린 야외 마장은 물론이고 여느 승마장의 야외 마장에 버금갈 만큼 널찍한 실내 마장까지 갖췄다.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획을 나눈 실내 마장은 조명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춰 날씨에 관계없이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특히 국내 최고 수준의 코치 6명이 승마를 지도하고 있다.

    모두가 현역 승마 선수이니 실력은 두말 하면 잔소리인데 이 서비스를 체험승마고객에까지 그대로 적용한다. 특히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 바 있는 김승환 원장(유한승마단 감독)이 매일 들러 지도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류 사장은 “승마는 교육받은 분들의 코치로 제대로 레슨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레슨을 통해 무엇인가 배워가야 만족감을 얻게 되니까요” 라며 선수들을 코치로 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이곳에선 코치들이 쉬지 않고 자세를 교정해줘 바른 자세로 말을 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진짜 눈에 띄는 것은 귀족 스포츠라 생각했던 승마 요금이 의외로 싸게(?) 책정됐다는 점이다. 정회원의 경우 입회비 50만원(준회원은 40만원)에 월회비 11만원을 내면 기승료가 주중 2만원, 주말 3만원에 불과하다. 비회원 체험승마는 6만6000원인데 동절기엔 최고 45%까지(주중) 할인해준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면서 요금도 저렴하게(?) 책정한 것을 류 사장은 승마를 대중 스포츠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봉 3500만원인 가정에서 1명 정도는 승마를 할 수 있도록 요금을 정했습니다. 월 30만원으로 한 달에 10여 회 승마를 즐기는 것을 가정했지요. 아직 승마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부족합니다. 승마가 사람에게 주는 효과가 널리 알려져 누구나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요금도 저렴하게 책정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와서 편하게 레슨 받고 무엇인가 얻어갈 수 있는 승마장을 만들 겁니다.”

    류 사장은 일본 크레인 승마장이 궁평캠프의 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크레인 승마장은 현재 일본에서 3개 지점을 운영 중인데 아주 성공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크레인은 일본서 가장 큰 승마장이죠. 그쪽 회장과 대표이사 등을 가끔 만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업무공조도 할 생각입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승마 트레킹 프로그램도 개발할 생각이다.

    “화옹호에 있는 화성 에코팜랜드 내에 100만평 규모의 말 산업 단지가 들어섭니다. 화옹호는 (승마장) 바로 옆에 있고 마필 산업단지까지는 5~10분 거리밖에 안 되죠. 거기에 트레킹 코스도 설치됩니다.”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는 화옹호 주위를 말을 타고 누비게 된다는 얘기다.

    말도 존중해야 순해진다? 경주마의 경매가는 3500만원에서 1억3000만원 정도에 이른다. 물론 더 비싼 것도 많기는 하지만…. 그런데 모든 말이 레이스를 뛰는 것은 아니다. 보통 생후 24개월부터 뛰기 시작해 5세 정도 은퇴하는 게 일반적이다. 능력이 좋으면 10세까지 가기도 하지만 예외적이라고 한다.

    궁평캠프에선 퇴역한 말을 들여다 승용마로 키운다. 이때 가격은 대략 1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말 팔자도 뒤웅박 신세다.

    기수들이 타던 말이니 쉽게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단다. 경주마는 최고의 컨디션과 스태미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므로 힘이 넘쳐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일반인이 타려면 승용마로 순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류 사장은 이때 절대적으로 말을 존중하며 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굶기고 때리는 것을 금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에게 폭언하거나 폭행하면 바로 퇴사시킨다는 것. 실제로 승용마 교육을 시킬 때 교관들은 말을 어르고 칭찬하며 이끄는 모습을 보여줬다.

    “말이 있기에 우리가 먹고 살아갈 수 있으니 우리 입장에선 말이 고객입니다. 당연히 존중해야죠.” 류 사장은 “말에도 표정이 있습니다. 억지로 교육시키면 말의 얼굴에 나타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말을 듣고 이곳 말들을 보니 대체로 순진해 보였다.

    ■ 류태정 사장의 승마 예찬 승마는 운동 효과와 정서적 효과가 매우 크다.

    우선 전신운동 효과가 다양하다. 말 등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평형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근력운동도 되며 체지방 감소나 다이어트에 탁월하다. 실제로 말을 타다보면 금세 몸이 더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신적 효과도 크다. 요즘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는데 승마를 하려면 말과 교감하고 대화해야 한다. 말에게 신호를 보내고 이행하도록 하는데 이런 정신적 교감은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물론 자연 상태의 말과는 스킨십을 갖기가 어렵다. 일반인은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나 승마장 말은 순치돼 오히려 사람과 교감하길 원한다. 접근하는 자체가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말의 체온처럼 마음까지 느끼는 게 큰 장점이다.

    경쟁에서 처져 대중 앞에 나서기조차 꺼리는 사람들도 승마를 통해서 치유가 가능하다.

    ■ 승마 미니 상식 말 얼마나 클까 말을 잘 아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의 열 배 몸집을 가졌다고 한다. 실제 체중이 500kg 정도 나가니 보통 무게가 아니다. 말에서 떨어졌을 때 다치는 것보다 말과 함께 넘어졌을 때 크게 부상을 당하는 것도 그래서다.

    승마장 원형이 좋을까 경마장을 보면 트랙은 타원형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승마장은 사각이 많다. 이유는 여러 마리가 놀라 달리더라도 각이 지면 서게 되기 때문이라고. 원형 트랙이라면 기수가 제지를 하지 않을 때 말은 계속 돌게 된다고 한다.

    말은 서서 잔다? 사진을 보면 말들은 언제나 서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말도 앉을 때가 있다고 한다. 보통은 24시간 중 20시간 정도를 서서 지내지만 4시간 정도는 누워서 쉰다는 것. 그 4시간이 대부분 사람이 보지 않을 때이니 서서 자는 것처럼 보인다.

    [국내 최대 경주마 휴양소 ‘궁평캠프’ 류태정 사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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