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umnist] `마틴 울프` FT 칼럼니스트, “메르켈·드라기 유럽 살려내지 못합니다”

    입력 : 2012.02.29 11:26:58

  • ■ 미래의 경제학 3가지 Key Point
    1. 잊힌 교훈 ‘경기변동론’ 다시 주목해야
    2. 경제학자들 대중과 소통 적극 나서라
    3. 경제학, 역사·인문학과의 통섭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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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중앙은행인 ECB가 저금리 자금을 계속 공급해 줄 수 있다면 유럽의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유럽 각국의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부채를 떠안으면서 붕괴할 수밖에 없다.” “(재정긴축에 치중하는) 메르켈(독일 총리)과 (물가안정에 치중하는) 드라기(ECB 총재)는 유럽을 살리지 못할 것이다.” 올해 연초부터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자본주의의 위기’(Capitalism in Crisis) 시리즈 연재를 주도하고 있는 마틴 울프 FT 칼럼니스트는 만나자 마자 유럽의 경제 리더십을 맡고 있는 두 축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았다.

    그는 1월 25일 오후 2시(현지시간)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유럽은 살아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누가 알 수 있겠나”라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람(메르켈 독일 총리와 드라기 ECB 총재)은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했다.

    그는 “꽉 조이는 재정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아이디어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나 가능하다”며 “하지만 유로존 어느 나라나 모두 재정긴축을 한다면 전체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총수요를 살리지 못하면 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악순환이다”라고 덧붙였다.

    ECB가 저금리 유동성을 공급하고 각국 민간 은행들이 이를 받아서 유럽 각국이 발행하는 장기 채권을 사 줘야 위기에 빠진 나라들의 자금 순환이 이뤄지고 수요가 진작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칼럼을 통해 줄곧 주장해 왔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4개 세션의 좌장 및 패널 역할을 했다. 어떤 세션이 가장 기대되느냐고 물으니 ‘경제학의 미래’ 세션이라고 했다. 이 세션에서는 경제학이 더 이상 성장을 주도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해 내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경제학은 크게 3가지 키 포인트를 중심으로 새롭게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세션의 주된 내용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경기변동 같은 잊힌 과거의 교훈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주기적으로 성장과 침체를 반복한다는 ‘경기변동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약 20년 간 전 세계 경제는 침체를 겪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경기변동론’은 들춰볼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경기가 성장과 침체를 순환한다는 논리가 다시 주목을 받을 때가 됐다. 경제가 어떤 원인으로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다시 성장의 원동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틴 울프는 또 경제학자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0.25%의 금리 조정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느냐 마느냐 등의 현학적 문제들을 따져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논쟁들은 더 이상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을 일반 대중과 거리가 떨어지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울프는 경제학은 수리적인 부분보다는 역사학과의 연결, 인문학과의 연결을 통해 새롭게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오늘날 경제학자들은 문장에 수학 방정식을 넣지 않고는 무언가를 전달할 수 없게 됐지만 이제 세상은 숫자를 통해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갔다고 울프는 전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어떠한 해법이 다보스포럼에서 나온다면 나는 정말 놀랄 것이다”라며 “어떤 포럼에서 액션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포럼은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이머징 시장에 대한 그의 전망은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그는 “이머징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지만 그 성장에 따른 후유증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중국의 금융부실 및 부동산 버블 등에서 우리는 이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떠오르던 국가였던 필리핀, 터키 등은 한순간에 추락하는 경제가 됐다”며 “브릭스 등 신흥국 중에서도 그런 나라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신현규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rfrost@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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