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end Setter]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저에게도 아픔이 있습니다”

    입력 : 2012.01.27 17: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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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에게도 아픔이 있단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우상이고,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부러워할 자리인 서울대 교수를 하는 데다, 요즘엔 책도 많이 팔리고 강의 요청까지 쇄도해 호주머니 사정도 넉넉해졌을 게고, 덤으로 핸섬한 외모까지 갖춘 그에게 무슨 아픔이 있을까. 김 교수는 최근 매경미디어그룹 강연을 통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놨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지난해 2위와 엄청난 차이를 두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단순 1위가 아니라 밀리언셀러 중에서도 돋보이는 160만부나 팔리면서 올린 순위라고 한다. 연말까지 37주 연속 1위를 했다니 엄청난 인기를 넘어 한국 출판계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그런데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담긴 에세이들은 원래 출간을 목적으로 쓴 글은 아니라고 했다. 김 교수는 막연한 불안감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제자들을 위해 미니홈피에 잔잔한 글을 써왔는데 진솔한 내용이 좋았는지 학생들이 ‘펌질’로 날라 이미 수많은 네티즌 팬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펌질’이 계속돼 출판계까지 전해졌고 내용이 괜찮다고 여긴 여러 출판사가 에세이를 모아 책을 내자고 제안해 왔으나 그동안은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남의 아이들을 위해 쓰던 그런 글을 자신의 아들에게도 나눠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내 출간을 허락한 게 대박으로 연결됐다는 것. 책을 본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고 하고 외국 출판사들조차 자기 나라 젊은이들에게 딱 맞는 얘기라며 출간을 허락해 달라고 찾아오는데 오직 한 사람만은 아직도 감동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도 역시 한 사람의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프니까 아버지인가….’

    김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에서 썼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가도 다시 취업 걱정을 해야 하고, 바늘구멍 같은 좁은 문을 뚫고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결혼이며 내 집 마련 걱정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사회는 너무나도 높은 벽이 되고 있다는 것. 그런데도 정치가 아픈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들에게 위안을 준 글이기에 폭발적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글 쓰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했다.

    “글을 내 입장에서 쓰면 안 된다. 늘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 내 강의의 마지막 결론은 하나다. 당신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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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열풍의 나라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은 열풍의 나라다”라고 했다.

    “2010년 3월 한 달 베스트셀러 1위부터 8위까지가 모두 법정 스님의 책이거나 관련 책이다. 내 책도 그때 나왔다면 베스트셀러 순위에 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해 12월 출판사들은 100만부가 넘는 법정 스님의 책을 반납 받아야 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을 냄비 같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순식간에 달아올랐다가 순식간에 식어버린다.”

    그렇지만 그는 이 같은 한국 사람들의 성향을 긍정적으로 본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변하는 것인데 이런 사회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배경에는 기획력이 뛰어난 출판사를 잡은 것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의 성향이나 트렌드를 잘 읽는 김 교수의 능력도 한몫을 했다.

    우선 책의 문장 자체가 일반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하듯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딱딱한 게 아니라 젊은이의 입장에서 그들의 용어와 대화체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풀어주는 식으로 구성됐다. 내용 자체가 그들과 ‘소통’한 것이다.

    마케팅도 ‘소통’을 중심으로 했다. 출간 직후부터 트위터로 마케팅을 했는데 장문의 보도자료를 뿌리는 대신 책의 내용에서 샘플 문구를 발췌해 뿌렸다. 그것도 140자 제한까지 글자를 채우지 않고 100자 정도만을 뽑아 트위터들이 거기에 댓글을 붙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그런 글들이 파워 트위터들을 시작으로 입소문을 내게함으로써 대박의 길을 연 것이다. 트렌드 세터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이다.

    흑룡의 해 10대 이슈는 Dragon Ball 김 교수가 운영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이처럼 급변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사회의 흐름을 분석해서 매년 10대 키워드를 발표한다.

    돼지해인 2007년의 키워드는 황금돼지(Golden Pigs)였고, 쥐해인 2008년엔 Mickey Mouse로 철자 때문에 11대 키워드가 됐다고 한다. 소해인 2009년엔 Big Cash Cow, 호랑이해인 2010년엔 Tigeromics, 2011년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며 Two Rabbits를 제시한 센터는 흑룡의 해인 올해는 ‘Dragon Ball’로 키워드를 잡았다.

    그렇다면 왜 DRAGON BALL인가.

    그는 우선 올해 세계의 7대 꼬리위험(Tail Risks)에 주목했다. 꼬리위험이란 종처럼 생긴 확률분포 그래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앙부가 아닌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장자리의 가늘고 긴 꼬리처럼 일어날 확률은 아주 작지만 일단 일어나면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말한다.

    올해는 정치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29개국에서 대선이 있는데 이 때문에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려 이해를 조율하기가 어려워지고, 소수민족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종편방송의 출범과 SNS의 확대 등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5월 여수 세계박람회와 7월 런던 올림픽 등 국제행사가 이어지며 11월엔 교토의정서가 종료되는 등 국제적 이슈도 이어진다고 했다. 환경과 관련해선 신재생에너지 의무혼합제도(RFS)의 도입으로 바이오디젤의 수급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1년 내내 트렌드 연구를 종합하고 의미를 추출하며 거기서 관련된 핵심어를 뽑아 정한 올해의 키워드가 Dragon Ball이란 것이다. 만화영화의 제목을 단 키워드답게 거기에 곁들인 설명도 재미있다. ‘흑룡의 여의주를 갖는 자, 세상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Dragon Ball이 설명하는 10대 키워드는 무엇인가. 김 교수는 자신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했듯이 진정성을 바탕으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하며, 핵심가치에 치중하는 게 올해 할 일이라고 했다. 김교수의 키워드 설명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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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liver true heart 진정성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은 신뢰 위기의 시대다. 자기가 해보지 않으면 믿지 못한다. 체험경제로 진전되고 있다. 그만큼 리얼리티의 중요성이 커졌다. 요즘 중학생 성형열풍이 불고 있다. 중학교 앨범까지 공개되는 세상이니 중학생 시절부터 예쁘게 나와야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많은 기업들이 자기들은 열심히 하는데 고객들이 몰라준다고 한다. 왜 그런가.

    진정성은 핵심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임재범이 왜 대단한가. 그는 얼굴이 꽃미남도 아니고 춤을 추지도 않는데 최고로 인정받는다. 다른 것은 못하더라도 노래 하나는 잘한다. 가수 본연의 일인 노래를 잘하기에 그가 인정받는 것이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엔 친절하지 않은데도 사람들이 줄을 선다. 식당의 핵심인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인이고 가수고 할 것 없이 본질을 외면하고 주변가치를 추구한다. 올해 선거에서도 진정성이 관건이 될 것이다.

    Rawganic fever Raw와 organic을 합성해서 만든 단어다. 오가닉이란 말은 이미 많이 썼다. 남들이 쓰지 않을 때는 몰랐으나 누구나 오가닉을 쓰면 남들보다 나을 게 없다.

    사람들은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망(메갈로티미아)을 갖고 있다. 이는 희소성의 법칙과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시원에 대한 향수를 갖는 것도 그래서다. 결국 사람들은 본질가치에로 회귀하고자 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인간의 욕망(티모스)을 남들보다 나아 보이려는 ‘우월욕망(메갈로티미아)’과 남들과 같은 대우를 받고자 한다는 ‘대등욕망(이소티미아)’으로 구분한다.

    Attention Please 지금은 과잉의 시대를 넘어 주목경제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 상수동 노천카페 등에 가면 창문을 통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어떤 미장원에선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는 머리를 지지고 볶고 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옛날엔 어두운 유리 뒤에 숨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창에 대고 화장을 고치는 모습을 보며 낄낄댔으나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 타인의 시선과 이목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되면서 웬만해서는 소비자의 주의조차 끌지 못한다. 물의를 일으켜서라도 주목을 받으려는 시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해 총선에선 신인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어떻게든 주목을 받기 위한 시도가 많아질 것이다. 튀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될수록 소비자들은 더욱 쉽게 싫증을 느끼게 된다.

    Give’em personalities 요즘 운전하면서 내비게이션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청정원 광고에선 이승기가 “정원아~정원아~”하고 부른다. 무생물인 제품을 인격화하는 시대다. 최근 캐릭터 광고가 늘어나는데 LTE나 안드로이드 등의 경우처럼 기술이 아주 복잡해지면서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캐릭터를 통해 인격화해 받아들이게 한다. 사람들은 기술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깡통을 택할 것인가, 사과를 택할 것인가만 정하면 된다.

    여기서 기계적 의인화가 아니라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가치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캐릭터가 상품과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Over the generation 요즘 TV를 보면 젊은 가수가 현인의 노래를 부르고 세시봉이 젊은 연예인들과 함께 한다. 영화 <써니>는 엄마와 딸이 같이 볼 수 있어 흥행에 성공했다. 한때 나이든 사람들이 TV에서 볼 게 없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TV 본방을 보지 않는다.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다운받아서 본다. 그러다 보니 TV 광고를 보는 세대는 젊은 층이 아니다. 여러 세대를 두루 공감시켜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아닌 가치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요즘 노래 하나가 일주일 내내 1위 하기 힘들만큼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데 김광석 노래를 젊은 층도 좋아하는 것은 흡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Neo-minorism '최종병기 활'을 봐라. 대작들이 함께 쏟아져 나왔는데 유명 배우를 쓰지도 않았고 감독도 아주 유명하지 않았는데 관객들이 몰렸다. 배우와 감독의 티켓파워가 상당히 낮아졌다. 평론가의 평이 아닌 네티즌의 별점이 중요해졌다.

    존박과 허각의 대결은 또 어땠나. 누구나 존박의 우세를 점쳤으나 허각이 우승했다. 인디밴드와 연변 출신 백청강 UV 등이 뜨는 시대다. 마이너 감성에 호의적이고 비주류가 약진하는 시대가 됐다.

    Blank of my life 요즘 숨 쉴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는 모든 것이 일시정지되는 상태를 꿈꾼다. 그들은 원초적 불안감에 싸여 있고 오버스펙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래서 도피안적 삶, 세라토닌적 삶을 추구한다.

    일본에서 ‘단(斷) 사(捨) 리(離)’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자르고 버리고 떠난다는 얘기다. 여백을 채우는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시기다. 스위치를 끄고 일상과 단절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All by myself’s society 자생, 자발, 자족의 시대다. 자생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고, 자발은 신념의 표현이며, 자족은 자기만족을 뜻한다. 자생은 자발과 자족의 동력이다. SNS의 핵심은 진정성이며 자발성이다. 마케팅에선 소비자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Let’s plan B 꿩 대신 닭이라고 했는데 얼마 전 롯데마트서 통 큰 TV가 하루 만에 절판됐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차선을 선택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불안한 경제는 cheap chic를 택하게 하는데 품질과 가격은 별개다. 예전에는 삼성 것만 산다고 했는데 지금은 이런 모습이 상당히 줄었다. 사람들은 실천 가능한 플랜B를 선택하면서 다양한 제품군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그만큼 마이너의 약진이 가능해졌다.

    Lessen your risk 블랙 스완 바람이 불고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듯이 요즘 돌발적이며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많이 나타난다. 리스크를 예측할 수 없지만 대응할 수는 있다.

    과거 신문이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었을 때는 아침에 조간이 나올 때까지 대응할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트위터를 타고 나온다.

    얼마 전 현대카드와 농협 사태에서 보았듯이 현대는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고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며 진심으로 소통해야 한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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