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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maker] `올리비에 르그랑` 인터론 총괄이사, “올해 한국서 론 와인 반응 좋아 기대 커요”
입력 : 2011.11.28 16: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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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그랑 이사는 3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이 일곱 번째라고 한다. 그 동안 매출은 어떻게 변했을까.
“와인업계 종사자로서 한국서 론 와인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 매우 기쁘다. 올 때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와인숍을 방문하는데 론 와인을 잘 아는 전문가들을 많이 만났다. 이제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 대상 행사를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론 지역엔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는 경제위기가 계속 이어지지만 와인 열기가 식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인 2008년과 2009년엔 10% 정도 하락했다. 세계경제가 어려워 론만이 아니라 와인시장 전체에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2011년 상반기부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2011년 6월 말 현재 한국 시장에서만 35만 병이 팔렸다. 6월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늘었다.”
그는 사람들이 위기 때 합리적이면서 즐거움을 주는 와인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일본에선 위기 전엔 시장 점유율이 낮았는데 최근 론 와인 주문이 많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신대륙 일부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포도 품종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는 론 지역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론은 쉬라와 그라나쉬 품종 위주로 와인을 만드는데 이것은 우리의 유전자 같은 품종이자 우리의 문화다. 쉬라와 그라나쉬는 2000년 역사를 통해 정착된 것이다. 신대륙 와이너리들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품종을 들어주고 있으나 개성에 맞는 와인을 만드는 게 정답이다. 보르도는 보르도, 르와르는 르와르다워야 한다.”
덕수궁을 배경으로 선 올리비에 르그랑 인터론 총괄이사
“단순히 가격만 따진다면 약간 비싸다고 할 수도 있으나 와인의 개성이나 맛, 즐거움을 함께 따진다면 오히려 가격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신대륙의 엔트리 레벨 와인과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섬세함과 개성을 선택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한·EU FTA의 효과에 대해선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시점에서 효과를 봤다고 보기에는 무리이다. 다만 희망을 갖고 긍정적인 기대를 많이 한다. 경제가 좋지 않지만 최근 한국서 론 와인을 수입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확한 것은 12월 통계가 나와 봐야 알 것이다.”
올해 포도 작황에 대해서 르그랑 이사는 만족할 만하다고 했다.
“생산량이 많이 늘어날 것 같다. 최근 2년 동안은 생산량이 적었다. 2011년 빈티지는 장기보관하기보다 바로 마실 수 있는 신선한 느낌의 와인으로 적당할 것 같다. 봄은 덥고 여름은 시원하면서 일조량이 풍부했다. 덕분에 포도알 숙성이 느려졌는데 가을 날씨는 아주 좋았다. 예년보다 7일 정도 수확이 빨라 프루트하게 마시기에 좋다.”
론 와인 중에서 좋은 빈티지로 그는 2007년, 2009년, 2010년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장기 보관하기에는 2009년 빈티지가 위험 부담이 적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이 론 와인과 한국 음식이 잘 어울린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면서 프루트하면서도 섬세한 와인이기에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 역시 한국 음식 마니아가 됐단다. 이번 방문에서도 이틀 동안 머물면서 한식을 즐겼다고 한다. 그는 김치전과 간장으로 조린 궁중떡볶이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번엔 매운 떡볶이에도 도전해 봤다고 했다.
다만 김치와 와인을 매칭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단다. 매콤하며 산도가 높은 김치는 어떤 와인과도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다만 김치를 활용한 음식과 론 와인은 잘 어울린다고 했다. 김치전의 경우 신맛이 감소하기 때문이란다.
이번 아시아 방문에서 르그랑 이사는 한국과 홍콩에만 스케줄을 잡았다고 했다. 보통은 중국도 들렸지만 이번엔 두 곳에서만 시음회를 연다고 했다.
한편 2011년 론 와인 시음회엔 31개 도메인에서 80여 종의 와인이 나왔다. 역시 다양한 테루아의 특성이 살아 있는 특유의 섬세한 와인들이 많았다.
이기갈 에르미따쥬 2007은 강한 후추 향에 약간의 산도가 곁들여져 긴 여운을 남겼다. 메종 브로뜨 도멘 그로세 2009는 부드러우면서도 톡 튀는 듯한 싱싱하고 스파이시한 맛이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오지에 레 메닌느 꼬뜨 뒤 론 2009는 산도가 높고 부드러운 탄닌의 기억이 오래 남았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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