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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한국 ‘타이거맘’이여 여유를 줘라
입력 : 2011.10.27 09: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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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좀 더 많은 선택의 자유를 줘라.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동서양 교육의 차이를 인정하고 장점은 취사선택해야 한다.”마크 주커버그와 함께 한 에이미 추아와 두 딸<br>사진 : www.amychua.com
그는 세계지식포럼 특별강연에서 “한국에는 정반대 조언을 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좀 더 여유를 주고 ‘왜’라고 질문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이거 마더'는 원래 서양의 독자를 위해 쓴 것”이라면서 “이 책에서 한국 엄마들이 얻어야 하는 교훈이 있다면 기존 ‘타이거맘’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서양식 교육의 장점인 아이들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해주고, 창의성을 높여 아이들의 행복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딸(18) 소피아에게 추아 교수의 ‘타이거맘’ 교육은 성공했다. 그러나 둘째딸 룰루(15)의 교육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일관했던 추아 교수가 변한 것은 딸인 룰루가 가족여행을 떠난 크레믈린광장 한복판에서 “엄마가 싫어! 바이올린도 싫고 다 싫어! 엄마는 최악이고 이기적이고 날 위해서 한다는 핑계로 엄마를 위해 다 하는 거 아냐?”라고 절규했을 때였다고 했다.
추아 교수는 “그 순간 나는 딸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딸을 잃을 것만 같았다”면서 “다만 나의 기존 교육방식을 전부 포기하기보다는 자유를 더 주되, 모든 걸 함께 의논해서 협상하고 절충했다”고 말했다. 자유를 주지만 선택할 때 있어서만큼은 서양의 부모들만큼 방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후 딸과 추아 교수의 관계는 좋아졌다. '타이거마더' 책을 쓸 때 딸에게 추아 교수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검사받았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 엄마들이 지금보다 더한 타이거맘이 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존중하는 자신의 남편의 사례를 봐야 한다는 했다. 추아 교수는 “서양식 교육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지만 그로 인해 불행한 아이들도 너무나 많다. 이는 선택을 할 때 부모가 너무 ‘자유롭게만’ 해줬기 때문”이라면서 “엄격하고 규율 있게 아이를 지도하되, 어느 정도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대신 아이가 선택할 때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또 한국 엄마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부모의 행복이 아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추아 교수의 철학이다. 추아 교수는 “부모가 불행하고 웃지 않고 삶을 즐길 줄 모르면 아이들도 그렇게 된다”고 경고하면서 “한국 엄마들도 아이를 내버려두고 친구와 만나 수다도 떨고 스파에 가거나 와인을 마셔야 한다. 취미활동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강연 후 세계지식포럼 행사장에서 추아 교수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이 책에는 필리핀 조상 얘기도 나온다. 당신 혈족에 필리핀계도 있나 아니다. 필리핀 조상은 전혀 없다. 우리 조부모님은 필리핀 지방의 화교 출신으로 부모님이 젊은 시절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다. 필리핀 인구의 1% 가량은 중국 남부 푸젠성 출신이다. 그 옛날 가난한 푸젠성 사람들은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으로 장사하기 위해 건너간 것이다. 아직까지 필리핀에 사는 친척들은 있다. 그들은 현지 중국인들끼리만 결혼하며 스스로를 100% 중국인으로 여긴다. 나는 <불타는 세계>에서 그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중국인들은 쇼비니스트(국수주의자)로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고 다른 국가에 동화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하는 바쁜 부모들을 대신해 양육을 맡는 경우가 많다. 결혼과 출산을 거치는 30대 여성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가정의 상황은 다르다. 중국에도 그렇게 하는 부모들이 많다. 중요한 점은 아기가 어린이가 돼 엄마를 봤을 때 직장을 갖고 있고 행복하며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을 갖고 있다면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자란다는 것이다. 우리 딸들은 내가 예일대 로스쿨 교수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물론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낮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집에 달리듯 돌아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힘들다. 손주를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봐준다면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아이가 뭘 하는지 알고 옆에 있진 못하지만 저녁이나 주말 등 시간 날 때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라면. 한국 직장 여성들에게 마음의 지원을 보낸다.
여성의 일과 가정은 병행 가능한가 물론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을 싫어하고 아이와 함께 있고만 싶다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
그러나 만약 직업으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즐겁다면, 언젠가 그 같은 경험을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럴 경우에는 힘들어도 그만두라 말하고 싶지 않다. 그만두는 것은 한국의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넌 언젠가 모든 걸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야 할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니 좋지 않다. 일과 가정생활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난 믿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를 나중에 원망하게 된다면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아이의 모든 일상에 간섭하는 한국의 ‘대치동 엄마’를 들어봤나 난 ‘대치동 엄마’들에게 공감한다. 아이를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고, 그들의 교육열을 높이 산다. 나도 한때 숨 막히는 엄마였으나 나중에 반항적인 룰루로 인해 ‘너무 지나치면 아이를 잃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아이들에게 여유를 좀 더 주면 그들은 자기 주도적이고 스스로를 믿는 삶을 살게 된다.
당신은 둘째 룰루 때문에 책을 썼다고 했다. 책이 출간된 후 착한 딸로 변했나 (웃음)룰루는 똑같다. 오히려 책 출간 후 팬이 많아져서 의기양양하다. 미국인들은 반항아를 좋아한다. 그들은 오히려 소피아를 ‘곧 자살할 것 같다’며 부정적으로 본다. 소피아는 그래서 시시콜콜한 일상과 개인사를 털어놓는 개인 블로그를 시작했다. 우리 딸들은 놀랍다. 갑자기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면 부담이 큰데 이를 다 털어냈다. 강인한 성격으로 키워온 탓이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처음에 한국에 오기 전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 책을 다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비판받을까봐 걱정도 됐다.
하지만 수백 명의 청중들 앞에서 강연하면서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단 걸 알게 됐다. 한국 사람들과 엄마들에게 얘기하는 것은 마치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과 같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번에는 남편과 두 딸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고 싶다.
■ 에이미 추아
2003년 저서 '불타는 세계'를 통해 1989년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세계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소수 지배 권력에 의해 사회 권력이 불균등하게 분배돼 야기된 민족갈등을 추적했다. 이 책은 그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베스트북 목록에도 올랐다.
2007년 내놓은 두 번째 저서 '제국의 미래'는 소수 민족에게 관용을 베푼 정도에 따라 흥망이 엇갈린 7개 제국의 운명을 분석하고 있다.
본격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올 초 '타이거 마더'가 출간되면서부터다. 이 책은 중국식 통제와 관리, 엄격한 규칙으로 ‘엄친딸’로 키워낸 비결을 소개해 미국 등 전 세계에 격렬한 양육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현재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유태인 남편 제드 루벤펠드(Jed Rubenfeld)와 두 딸, 두 마리 개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 제드 역시 예일대 로스쿨 교수다. 첫째 딸 소피아는 올해 하버드와 예일에 동시 합격해 하버드를 선택했다. 또 연주가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피아노 연주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둘째딸 룰루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테니스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갈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추아 교수의 부모는 필리핀 화교 출신으로 젊은 시절에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다. 아버지 레온 옹 추아는 UC버클리 전기공학부 교수이다. 전류가 끊긴 상태에서도 흐른 전하량을 기억해 저항이 스스로 변하는 차세대 소자인 멤리스터의 존재를 미리 예측했다. 추아 교수는 네 자매 중 첫째다. 동생으로 미셸, 캐트린, 신시아가 있으며 이 가운데 캐트린은 스탠포드 의대 교수이며 신시아는 다운증후군에도 불구하고 국제특수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황시영 /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apple@mk.co.kr│사진 = 김재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4호(2011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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