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인식 그래텍 대표이사, “지금의 불편함이 미래의 트렌드다”

    입력 : 2011.09.28 16: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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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인식 그래텍 대표는 동종분야 최고지만 언제나 부족하단다. 그래서 도전과 모험이 삶 그 자체다. ‘약간 부족한 상태가 가장 좋은 상태’라는 수식어도 떠오른다. 부족함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을 보다 긍정적이고 가치 있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양보다 질을 생각한다. 가치 있는 곳에 몰입을 하고 남이 어떻게 평가하든 비교하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한다. 또한 자기만의 특별함을 가지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돈키호테 같은 엉뚱함과 기질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풍요롭고 든든하다. 현재 그는 세계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의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곰플레이어, 뉴미디어 서비스인 곰TV 출시로 국내 멀티미디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또한 현재 누리고 있는 가치에 만족하지 않고 크고 작은 도전과 모험을 끊임없이 시도해 오면서 언제나 ‘일’ 자체를 즐기며 더 큰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를 만나 회사 창업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일은 물론 개인의 관심사도 들어봤다.

    최근 e게임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신규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 중 외부 노출이 잦은 기존의 사업들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스포츠의 경우는 2010년 9월 본격적으로 시작한 약간 흥행 중인 분야다. 그래서 언론의 소개가 많이 되고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 더 갖춰야 할 요건이나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

    해결해야 할 것들이나 해결할 수 없다고 느끼는 문제는 무엇인가. 늘 어떤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다 보면 처음부터 걸릴 때도 있고 중간 중간에 감당할 수 없는 변수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풀어야 할 해결 과제 때문에 고민한 적이 많다. e스포츠의 경우 기존에 한국에서 선점하고 있는 곳과 상생 또는 경쟁 구도 상황에 처했다. 서로의 입장차가 있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 많았다. 서로를 인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현재 많은 부분들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막상 해결해야 할 것들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삶은 해결해야 할 일들의 연속인 듯하다.

    라이벌은 누구인가. 개인적인 라이벌은 아내다(웃음). 기업 차원에서 본다면 항상 인터넷을 기초로 움직이니 포털 관련 분야다.

    포털 관련 분야가 왜 라이벌인가.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를 보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 후의 사업 모양을 만들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경쟁은 하되 우리는 동영상 미디어가 기반이 되는 회사이기 때문에 세계화가 용이하다는 유리한 점이 있어 그 분야에 대해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 그와 관련된 국외 기업으로는 유튜브(youtube) 등이 있다. 결국 동종분야에서 우리보다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라이벌이자 선생님이라 생각한다.

    사업 서비스(곰TV, 곰플레이어 등등)가 다양한 데 균형 감각은 어떻게 갖나. 우리는 사람이라 전지전능할 수 없다. 개인마다 장단점이 있다. 다행히 회사는 여러 명이 함께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주변에 상호보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주로 일을 만든다. 그리고 1년과 10년 후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 많이 떠들고 아이디어를 낸다. 어찌 보면 돈키호테 회사의 모습을 갈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에 걸맞게 나를 인큐베이팅(incubating) 시켜주고 관리해 시스템적으로 안정화시켜주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든다면 어떤 사람들인가. 개발 업무라면 개발자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스티븐 잡스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 부분에 집중해 성과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그것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맡겨 결과를 함께 만들어 낸다.

    어떤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는가. 나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한편으로 가장 신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에 대해 집중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벤처 정신으로 창업한 틀이 있어 자유분방한 면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 출퇴근도 불규칙적이다. 회사의 모든 이들이 나처럼 일한다면 외부에서 보기에 불안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회사엔 20년 정도 함께 한 전문가로서 좋은 파트너들이 있어 그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대인관계에 있어 흡인력이 강한데 무슨 비법이 있나. 글쎄.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고 교감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어려서부터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서로의 공통된 주제가 있다면 대화하는 것을 신나했다. 그런데 어떤 친구가 내게 왜 이렇게 질문이 많은가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러면 ‘난 그게 너무 좋다’라고 한다.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좋고 신기하다. 나를 인터뷰하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 같이 토론도 한다. 사업 초창기인 1997~98년에는 거의 매일 밤 이 분야에서 일하고 비슷한 시기에 창업했던 친구들과 모여 각자 그날 있었던 일을 꺼내 놓고 망상 토론을 했다. 그 시기가 여러 면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됐다.

    현재 강행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아주 기초적인 단계에서의 사업기획을 하는 분야가 있다. 이미 혼자 고민하는 시간은 끝났다.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최근 경영위원회에 보고해 허락도 받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응답을 받았다.

    어떤 일인가. 아직 시작 단계로 말하기가 그렇지만 기본적인 틀은 글로벌 비즈니스다.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 분야라고만 하자(웃음).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일들은 무엇인가. 창업한지 11년 정도 된 회사이니 성공한 사업 아이템보다 실패한 게 많다. 어느 순간 사업이라는 것이 ‘무엇을 하자’라는 의사결정보다 이걸 ‘그만하자’라는 의사결정을 빨리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실제로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곰TV라는 사업이 6년 정도 됐는데 그 이전의 일들은 모두 없어졌다. 사업 아이템에 대한 진행 여부 결정은 항상 내가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도 일주일에 ‘하자’라고 10번 결정하면 ‘말자’라고 5번 정도 결정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무엇을 하지 말자’는 결정을 한 번 하면 그것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회사에 대한 인지도는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정식 회사 명칭은 (주)그래텍(Gretech)이다. 그런데 곰TV, 곰플레이어 등에 대한 인지도가 회사 인지도의 100만 배 되는 것 같다. 회사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넷 기업이고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미디어 기업을 표방한다. 그런데 인터넷 동영상의 미디어 기업이라는 말 자체가 딱 떠오르는 서비스가 없을 정도로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은 분야다. 결국 앞으로도 3년, 10년 뒤의 목표를 가지고 인터넷 동영상 미디어 기업이란 정체성을 가지고 뛰어야 한다. 11년 동안 한결같이 ‘도전’이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회사보다는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부각된 것 같다.

    회사 이미지는 엔터테인먼트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회사다. 굳이 분류를 따진다면 일본에서는 이런 회사를 ‘흥업’이라고 한다(웃음). 그래텍 흥업….

    새로운 일들에 대한 영감이나 발굴하는 비법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현재의 갈증 그리고 지금의 불편함이 미래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우리가 동영상 서비스를 하게 된 이유는 당시 PC로 동영상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컴퓨터 사양이 떨어져 볼 수가 없는 갈증을 해결해 보자는 차원에서 곰플레이어 사업 아이템이 나왔다. 그런데 곰플레이어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하나 알게 된 것은 콘텐츠를 합법적인 유통 경로로 얻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얻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대다수가 범죄자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횡단보도를 만들어 주지 않고 무단횡단이라고 탓할 게 아니라 그 갈증과 불편함에 대해 고민을 해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게 곰TV다. 분야별로는 영화, 음악 지금은 게임 분야이다. 결국 현재의 갈증과 지금의 불편함을 해결해 보자는 갈망에서 시작된 것이다.

    현재의 갈증과 지금의 불편함을 느끼면 새로운 일에 대한 비법이 생기는 것인가. 비법? 그것은 고민을 계속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갈망하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에 대한 해답을 얻어 나가는 과정이다. 그 해답은 다음 이야기로 전개해 나가게 하는 것이 비법이지 않을까(웃음).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다시 젊어지는 거다(웃음). 사업 아이템은 창업 때 시작했던 버추얼 데스크톱(Virtual Desktop) 서비스가 있다. 현재 구글(Google)이 클라우드(Cloud)로 개발돼 나오고 있다. 지금은 안하고 있지만 10년 전에 시작한 사업이다. 이러한 상황은 IT 분야는 항상 반복적으로 겪을 수 있다.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에서 증명된 사업을 하기보단 앞으로의 것을 먼저 제시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다. 먼저 도전했던 아이템 중에 실패한 것들에 대한 애착이 항상 있다.

    기존에 실패한 아이템을 새롭게 도전한다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기본을 잃지 않기 위해 늘 신경 쓰는 점은 ‘우리가 할 일 때문에 흥분하고 있느냐. 그리고 해야 할 일 때문에 기대하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느냐. 안 뛴다면 우린 망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들에게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회사에 오는 이유가 월급 받는 것 하나라면 정말 본인을 위해 사표를 내달라고 말한다. 그건 개인도 불쌍하고 회사도 우울한 일이다. 자신이 만든 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지칠 때가 있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잃고 싶지 않은 건 ‘흥분’과 ‘설레임’이다. ‘흥분’과 ‘설레임’ 같은 것들을 어느 때건 잃지 않을 때 항상 기본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여유는 어떻게 만드는가. 소주 한잔할 때도 있고 사람들 만나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자전거도 열심히 탄다. 골프, 등산처럼 돈 들이고 하는 건 없는 것 같다. 사실 여유는 스트레스 안 받는 것인데 일을 잘 풀리게 하면 저절로 그리 되지 않을까. 내 경우 가장 좋은 것은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업무상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삶과 고민들을 듣고 함께 수다 떨고 술 먹은 시간들이 단지 소비되는 게 아니라 여유는 물론 큰 생각과 의미를 준다.

    자전거 타기가 취미인가. 그렇다. 자전거를 타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 그저 페달 밟는 것만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사우나가 최고다. 자전거 탈 때는 정말 머릿속이 완벽하게 비워진다. 바람 불어서 좋고 공기 맑아서 좋고 땀 흘려서 좋다.

    전혀 다른 분야란 어떤 분야를 말하는가. 분야가 아니고 사람이다.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인데 상황에 따라 다르다. 호명하면 어색해 할 사람이 있다. 유명인 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분들도 있다. 무대감독, 스텝은 물론 배우, 영화·드라마 제작자, 부동산업자, 식음료 관계자 등 다양하게 만난다(웃음).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 얻는 것이 있는가. 일단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동종계통의 사람들을 만나면 현재 신문에서 나오는 얘기들밖에 안한다. 예를 들면 , 소셜커머스 같은 화제들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모르는 사람하고 수다를 떨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동종계통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될 만한 말은 삼간다. 왜냐하면 경쟁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하려는 것 같다.

    문화적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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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TV가 다루는 콘텐츠가 다양하다. 곰TV라는 것은 하나지만 플랫폼은 다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향후 우리 회사는 미디어 기업으로 정체성을 가지려면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가지고 있어야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깊이는 없지만 다양한 차원에서 문화적 감각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곰TV의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없나. 그것은 우리의 숙제다. 보고 싶은 걸 소비자 앞에 차려 놓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현재 기대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글로벌 인터넷 미디어 기업으로 정착하는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는 매력이 있다. 예를 들면 e스포츠의 경우 한국에서 하는 대회지만 영어 중계자를 한국에 불러 미국에 있는 서버로 송출한다. 이 서버에 하루 180개국의 IP가 찍힌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거의 들어와서 본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만약 전파 미디어를 활용한다면 위성을 몇 개 활용해야 하며 방송국도 여러 군데 돌아가야 된다. 월드컵이 개최되면 전 세계인들이 난리가 난다. 인터넷은 전혀 그럴 필요 없이 이미 다 열려져 있고 연결돼 있다. 한국땅에 있는 기업인 우리가 전 세계를 상대로 모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송출할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있다.

    e스포츠를 통해 증명을 해봤지만 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개발해 세계를 향해 도전해보고 싶다.

    그렇다면 국외에서도 곰TV, 곰플레이어가 많이 활용되고 있는가. 여기서 칭찬받고 싶다. 한국 사람이 만든 소프트웨어 중에 아마도 외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제품일 것이다. 공식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버전이 있다. 비공식적으로 각 나라별(아랍, 터키, 태국)로 패치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전혀 알지도 못한 나라에서 점유율이 50%가 넘는 나라도 여러 곳 있다.

    어느 나라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가. 미국이 가장 많다. 그리고 사용량도 한국보다 국외가 더 많다. 곰플레이어가 한국용인 것 같지만 사실 국외 사용량이 6(한국)대 10(국외) 정도 비율이다.

    곰TV 등의 사업 분야와 제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콘텐츠마다 다르다. 어떤 경우는 우리가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콘텐츠를 공동 개발해 이익을 나눈다. 우리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는 비용을 받기도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곰TV 콘텐츠는 상호 계약을 하고 서명한 경우 진행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곰TV의 경우도 광고 영업을 하는가.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ATL 광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고는 우리의 주요 수입원이다. TV와 다른 점은 정확하게 몇 명에게 노출됐는지 집계가 가능하다. 그래서 횟수로 계약한다. 몇 명에게 몇 번 보여 주는지 노출량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100원의 광고도 할 수 있고 1억원의 광고도 의뢰할 수 있다.

    광고 노출에 대해 수치로 정확해 제시해 광고주들이 좋아할 것 같다. 너무 정확해서 광고업계 쪽 사람들이 싫어한다. 조금 두루뭉술한 것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방송 시청률이 사실 허수도 있지 않은가. TV 앞에 몇 명이 앉아 있었는지 모르고 일부 집단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는 게 시청률이다. 반면 우리는 리얼타임으로 정확하게 집계가 된다. 그래서 낭만이 없다는 평도 받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던 회사가 몇 없기 때문에 시장 형성과 자리 잡는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눈에 띄게 성장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평생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언젠가는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지금은 일하고 있을 때가 가장 좋다. 일을 하지 않을 때가 우울하다(웃음). 나는 일이라는 것이 업무가 아니라 내가 깨어 있고 고민하게 하는 것이라 신난다. 더욱 신나는 것은 내가 뭔가 할 일을 떠올렸을 때다. 창업의 기획, 세부적인 아이디어들이 하나 떠오르면 더욱 신난다. 빨리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집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새벽 3시라도 사내에 누군가 있으면 불러서 의견을 나눈다.

    소비자들이 그래텍 상품에 대해 더 만족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제품마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 제품 하나마다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갈증이 있다. 우리 제품 자체가 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세상에 나왔지만 박수는 잠시 뿐이다. 한국 네티즌들의 짧은 박수 이후부터 신랄한 악성 댓글이 달린다. 정말 역동적인 소비자들이다. 만족은 순간이고 더 새로운 개발과 더 큰 편리함을 요구한다. 그 욕구를 늦게 맞춰주면 그들은 바로 그 제품을 버린다. 그래서 항상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품 출시와 함께 바로 새로움을 더할 수 있는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소비자로부터 충격을 받은 악성 댓글은 무엇인가. 제품에 대해 잘못 알고 쓴 댓글을 보면 화가 날 때도 있고 속도 상한다. 보통 인터넷 댓글을 안 보려고 애를 쓰는데 난 다 본다. 우리가 얼마나 고생과 노력을 해왔고 그 때문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개선할 부분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할 때도 있다. 이 같은 경우 우리 회사 제품 서비스에 대해 내가 불만을 적은 적도 있다. 이때 댓글은 천군만마와 같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말한다. ‘거봐, 빨리 고치자’ 라고.

    가지고 있는 무기(강점)는 무엇인가. 사람이다. 잡식성이라 많고 다양하다.

    그런 인맥들 중에는 멘토나 코칭을 해주는 사람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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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이 있다’, ‘힘들다’란 말을 누군가에게 하기 힘들어 상담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에 다니던 시절 감명 깊게 남았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 선배라면 ‘이런 때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과 현재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 존경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고민해 본 적은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좀 바꿔보면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나. 많다. 항상 반성하고 왜 이렇게 가볍게 행동했을까? 이런 것에 나서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고 반성을 많이 한다. 또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도 한다. 늘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지금 가지면 지금의 내가 아니니깐. 결론은 잘하는 걸 열심히 하자는 말이다.

    성공과 실패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무엇인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것…. 어떤 경우에는 경험을 통해서 안 배우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서비스 같은 경우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이 평생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어떤 기업이 어느 분야에서 성공을 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을 하더라도 최초의 성공했던 기업 때문에 나머지 사업을 잘 못하는 경우가 큰 회사들에게도 많다. 오히려 실패했을 경우 왜 실패했을까 반성을 열심히 한다. 실패 원인을 잘 알고 나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 반면 성공한 경험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깔끔하게 결실만 얻고 빨리 잊는 게 좋다.

    최근 감동한 서비스는 무엇인가. 현대카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웃음). 대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청해 받아 보면 팩킹(Packing)부터 감동적이다. 최고 등급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배달되는 티켓 바우처를 구경한 적이 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밑에 써놨더라. 이 회사 정말 멋있게 서비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 할 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감동이 중요하다. 그 감동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새로움이 중요하고 즐거움도 중요하다. 또한 비즈니스는 결국 사업이니 만큼 돈도 벌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돈을 탐하는 건 금기하고 있지만 기업은 돈을 벌어야 재투자를 하고 직원들 생활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 그런데 돈에만 집중하는 것은 좋은 비즈니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좋은 비즈니스인 것 같다. 따라서 자부심을 가지고 잘 성장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됐을 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나. 별로 가치를 많이 두고 있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이 별로 없으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잘 되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할 것이다. 결국 성공이란 계속 어떤 분야에서 고민하고 무엇인가 할 수 있는 환경 그 자체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대단히 성공한 것이다(웃음).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면 계속 성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한 몰입이다. 왜냐하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기고 사업을 해야 되는데 그것을 즐기지 않으면 그것은 실패한다. 하지만 즐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 먼저 사업구상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설득과 검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관련 지식도 갖추고 또 학자들과 의견도 나눠 깊이 있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그러면 목표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신감도 생긴다. 또한 엄청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준비도 하게 된다.

    동종분야에서 ‘최고’라고 표현해도 되는가. 그 표현이 싫진 않다. 하지만 그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네이버나 다음을 이기는 회사의 의미도 아니다. 그냥 지난 11년 동안 행복했던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때마다 하고 싶어 했던 우리가 목표로 삼았던 일들을 남들의 평가가 어찌됐든 일궈내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이 부분이 ‘최고’를 표현하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즐거워하고 분야를 막론하고 자기 분야에서 정말 프로와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다. 말만 번지르르하지 않고 진짜 그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런 것들을 자랑할 만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인데도 부럽고 나보다 어려도 존경하게 된다.

    [박정배 / 청운대학교 공연기획경영학과 교수(박사)·한국뮤지컬대상 집행위원장 jbpark00@gmail.com│

    사진 = 김호일 (KEYEAST)]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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