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귀열 스코노코리아 대표이사, “그들에겐 신발이 곧 생명입니다”

    입력 : 2011.09.15 16: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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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형 공장단지가 도시 기업의 생태계를 바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식사 시간이면 밀려나온 직장인 무리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이곳에 노르웨이 패션브랜드 스코노(SKONO)가 자리해 있다. 늘 북적이는 거리 마지막 건물에 마련된 사무실은 순백색 인테리어가 가지런하고 신제품으로 꾸민 널찍한 공간엔 그 동안의 발자취가 선명하다. 사무실 중앙홀에 진열된 스니커즈 등 기능성 신발은 2002년 노르웨이에서 시작해 2005년 한국 론칭, 2010년 국내 400여 개 멀티매장과 20여 개의 직영숍을 운영 중인 스코노코리아의 정중동을 확인할 수 있는 보물이다. 조용하지만 바삐 움직이는 스코노만의 분위기는 론칭 이후 기록적인 성장세를 토해내며 전 세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매출신장률 149.7%. 2010년에도 124%나 성장했다. “올해는 현재 약 30% 성장했네요. 스코노를 처음 시작할 때 아시아 쪽은 저희가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2009년에 아예 인수했어요. 지금은 저희가 글로벌 라이선스를 갖고 한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미국에 디자인 팀을 두고 있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백귀열 스코노코리아 대표가 꼽은 성장 비결은 ‘정직’. 믿을 수 있는 제품만 소비자에게 내놓는다는 의지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경영 마인드다.

    “처음부터 공장이나 유통업자들과 타협을 거부했어요. 일단 입고한 제품에 샘플검사는 없습니다. 하나하나 100% 전수검사를 하죠. 처음엔 지독하다 하던 분들도 이젠 군말 없이 좋은 제품만을 입고합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와 신뢰가 형성됐습니다.”

    백 대표의 고집은 스코노코리아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2008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선물한 신발만 4만2000족. 여타 기관을 통한 기부를 더하면 4년 동안 약 12만족의 신발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이웃에 전달했다.

    “아프리카 아동들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어요. 아이들이 자라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신발은 박스포장 때문에 부피가 커서 전달이 쉽진 않아요. 그래서 처음엔 나눠주기도 쉽지 않은데 식품류가 낫지 않느냐는 소리도 들었습니다(웃음).”

    왜 굳이 신발이냐는 물음은 당시 한비야 월드비전 팀장이 백 대표에게 전한 아프리카의 상황에 당연한 명제가 됐다. 굶주린 이들에게 식량을 배급하고 이틀 후 살펴보니 있어야 할 식량이 증발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으니 “애가 학교에 가야하는데 신발이 필요해 식량을 팔아 사줬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비야 팀장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러더군요. 그들에겐 신발이 생명이라고. 처음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네들의 발을 봤습니다. 성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 너른 벌판을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기업은 분명 사회적 책임이 있다 ‘단순히 돈만 아는 기업이 아닌 벌어들인 이윤은 선한 마음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백 대표의 철학은 직원들의 마인드도 바꿔 놨다. 스코노의 목표는 1~2년 반짝하는 기업이 아니라 1000년을 이어가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엔 200년이 넘는 기업을 찾아 볼 수 없어요. 전 세계에 1000년이 넘은 기업이 13개 있다는데 그 절반이 일본 기업이랍니다. 이윤만 추구했다면 과연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기업은 분명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그걸 축소하거나 왜곡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가 옳은 것 아닙니까.”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기업의 성공이 중요한 법. 스코노코리아의 10년 대계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 답이 돌아왔다.

    “10년 후 스코노코리아의 무대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정했습니다. 그 시기엔 국내 영역이 전체의 5% 남짓일 겁니다. 오너의 사적인 생각에 기업이 틀어지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우선 그러지 않아야겠죠(웃음). 늘 신중하게 스코노의 글로벌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심은 스코노의 ‘인재’가 차지해야죠.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커나가듯 사람을 키우는 기업이 스코노의 10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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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비전의 해외아동후원
    월드비전은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1억 명이 넘는 지구촌 이웃들과 함께 긴급구호, 지역개발, 옹호사업을 펼쳐가는 세계 최대의 국제구호개발기구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부인과 고아들을 돕기 위해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Bob Pierce)와 한경직 목사가 설립, 한국에서 첫 사업을 시작한 월드비전은 전 세계 100여 개국의 파트너십이 함께 하는 국제적인 구호개발 NGO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월드비전은 1991년까지 해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오다 ‘사랑의 빵’, ‘기아체험 24시간’ 등의 자체적인 모금활동을 통해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을 돕고 있습니다. 월드비전 해외아동후원 02-2078 -7000 www.worldvision.or.kr [안재형 기자 ssalo@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호(2011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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