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d Hunting]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파랑새만 좇는 이력서는 필요 없다”

    입력 : 2011.07.01 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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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전화에 저장된 CEO급 인사만 700여 명. 대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임원급 인사를 채용할 때 가장 먼저 연락하는 이는 ‘유순신’이다. ‘도대체 왜?’란 의문이 들 법도 한데 헤드헌터 1세대로 활동을 시작한 그날부터 20여 년간 이러한 의뢰는 끊이지 않았다. 덕분에 이젠 한 번 보면 몸값이 나온다고 할 만큼 인사관리 전문가로 통한다. “몸값이 쥐꼬리”라며 불평부터 늘어놓는 이들에겐 “우선 밥값은 하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따끔하게 조언한다. 하지만 그 또한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다. 스튜어디스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땐 결혼을 앞두고 퇴직해야 했고 프랑스계 회사에선 사업철수가 예정된 걸 모르고 근무하기도 했다. 운 좋게 들어간 미국계 회사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근무할 땐 취급하던 아이템이 수입금지품목이 되며 밀려나고 말았다. 그래도 다시 일어섰다. ‘될 성 부른 기업, 사람부터 알아본다’는 그의 믿음은 어쩌면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론이다. 2003년에 설립한 커리어 컨설팅 회사 ‘유앤파트너즈’를 국내 최고 수준에 올려놓고 지금도 임원급 인재를 찾기 위해 매달 15개 이상의 정기 모임에 참석한다는 유순신 대표. 그가 이야기하는 취업과 이직의 노하우, 핵심 인재의 전형을 똑 부러지게 잘라 말하는 품이 낭랑(琅琅)을 넘어 우렁찼다.

    신수종 사업 인력은 늘 품귀현상 대기업의 경력직원 채용이 시작됐다. 덕분에 여전히 바쁜 일상이라던데. 다른 때보다 조금은 분주하다. 하지만 피크 시즌은 아니다. 헤드헌팅의 피크는 기업의 주총과 맞물린다. 더구나 내게 들어온 의뢰는 임원급 이상이니 12월, 1월, 2월이 바쁘고 5월 주총 때가 바쁘다. 요즘은 기업이 인재를 찾아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여전한 것 같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다.

    글로벌 기업이 늘면서 인재상도 바뀌었을 것 같다. 예전에는 무난한 사람을 찾았지. 면접할 때 질문도 ‘아버지 뭐하시나’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당사자의 능력과 글로벌 경쟁력에 집중한다. 또 하나 창의성에 점수를 준다.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보다 ‘당신이 CEO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오르는 시대 아닌가. 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이 중요하기 때문에 면접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의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이 취업이나 이직도 유리하겠다. 물론이다. 이 정도 학력에 외모도 출중하니 나를 찾아주겠지? 천만에 말씀이다. 스스로를 세일즈해야 한다. 일례로 대기업 인터뷰에는 튀는 이들이 많다. 경력자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 경력이 출중하니 저절로 오겠지란 생각은 오해다. 나를 판다는 마음으로 셀링 포인트를 정하고 장점과 기여도를 분명히 내세워 이력서를 작성해야 관심을 갖는다.

    글로벌 시대에 기회가 많은 직군이라면. 아무래도 IT기반의 소프트웨어 계통이나 신수종사업에 관련된 인재를 찾는다. 예를 들어 삼성에서 무엇을 하겠다고 발표하면 제2의 삼성이 되고자 하는 기업이 관심을 갖고 따라한다. 그래서 그 분야의 인재는 늘 품귀현상이다. 바이오 계통이 그렇고 스마트폰이 대세이다 보니 관련 R&D인력은 구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나열된 직종이 이른바 전문직이다. 이직의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지. 경력직은 거의 대부분 전문직이다. 일반직의 경우 냉정하게 볼 때 사내에서 대체가 가능하다.

    직급이 오를수록 평판이 체크포인트 기억에 남는 면접을 꼽는다면. 이런 것까지 봐야 하나 생각할 때가 많다(웃음). 특히 대기업에서 CFO를 채용할 땐 윤리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그래서 백그라운드 조사를 하는데 신용평가조사 등이 그렇다. 한번은 누구나 알만한 분을 추천했는데 그런 분에게 1년, 3년, 5년 후 회사의 비전을 세워보란 숙제를 내주더라고. 그만큼 철저해졌다. 어쩌면 반대로 그만큼 사람을 귀하게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보통 임원급 인사를 채용할 땐 짧으면 2개월, 길면 1년 동안 사전조사를 한다. 이런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이직을 준비한다? 어휴, 어쩌시려고요(웃음).

    이른바 평판조회인데 기업에서 원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우린 그 분야의 전문기관이다. 주로 같이 일한 상사나 동료들에게 충성심이나 애사심, 기여도, 실제 업적과 성과를 묻는다. 또 팀워크도 빼놓지 않는다. 독불장군인지 아닌지 리더십에 대한 질문은 필수다. 이렇게 주변 사람을 통해 다방면으로 확인하게 되면 퍼즐처럼 맞춰진다.

    평판조회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 어떤 분들은 좋은 일에 재 뿌리기 싫다고 무조건 OK만 말씀하시기도 하고(웃음). 그래서 예, 아니요로 짧게 답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든다. 사실 그대로 답이 나오려면 최소 7~8명은 기본이다. 보통 1주일 이상 소요된다.

    경력자의 직급에 따라 평판조회도 달라지는 건가. 물론 1, 2,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경력과 학력만 확인한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30%가 경력과 학력을 속인다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그것만 확인해주고 간단한 평판을 조회한다. 2단계는 전문성과 인맥 네트워킹, 도덕과 윤리성에 대해 조사한다.

    예를 들어 노사가 힘든 곳이라면 노조에 가입한 일이 있는지, 대인역량은 어떤지 등을 묻는다. 3단계는 사외이사나 CEO급인데 수집된 사례를 모두 나열한다. 길면 보기 힘드니 1장으로 요약하는데 외부의 평은 간단하게 5줄 정도, 강점은 5가지 정도 나열하고 약점이나 개선점도 넣는다. 그리고 기러기 아빠인지 군대는 다녀왔는지 등 특이사항을 넣는다.

    현재 평판조회하고 있는 인물은 어떤 이들인가. 얼마 전 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결국 평판이 대상자의 발목을 잡았다. 자세하게 밝힐 순 없지(웃음).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6건의 의뢰가 들어온다. 최근에는 10대 그룹에서 외부의 경력직을 많이 찾고 있다.

    때로 평판이 좋기만 한 이들도 있을 텐데. 물론 그런 분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단점이 없는 게 단점이라고 적기도 한다. 주위에 적이 없는 이들도 있지. 허나 남한테 싫은 소리 안한다는 건 개선시키지 못한다는 것과 통할 수 있다. 세상에는 100점짜리 없고 0점짜리도 없다.

    취업과 이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면접은 후보자와 대면하는 것이고 평판은 후보자의 뒤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에는 늘 70%는 면접을, 30%는 평판을 신뢰하라고 조언한다.

    취업시장에서 구직자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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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에서 원하는 보편적인 인재상은 무엇인가.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그래도 경력직의 경우 가장 중요한 건 전문성이다. 예를 들어 영업의 경우 얼마나 매출을 신장시켰는가 등이다. 두 번째 인간성과 소통 능력이다.

    국내 기업 중 인사관리가 돋보이는 기업을 꼽는다면. 선두그룹들은 모두 인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위 5위권 그룹은 대체로 치열하다. 물론 성격은 조금씩 틀리지. 삼성은 아무래도 글로벌 경쟁을 하다 보니 굉장히 적극적인 사람을 원한다. LG는 삼성에 비해 인화, 단결을 강조하고 사람냄새가 난다. 현대는 창업주의 역량이 그대로 묻어나는데, 추진력이 굉장히 강하다. 그에 반해 중견기업들은 사람을 채용하면 저절로 자란다고 생각한다. 면접 매뉴얼이나 역량 프로그램은 커녕, 성과평가나 인센티브 시스템조차 갖추고 있지 않을 때가 있다.

    취업과 이직의 기본이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이직이라면 왜 이직해야 하는 지 따져봐야 한다. 하나하나 써보는 게 중요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이력서다. 보통 외국계회사에 다닌 분들은 자신의 경력에 작은 프로젝트까지 세밀히 기록한다. 그래서 하나만 봐도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이직한다는 분들의 이력서는 달랑 한 장이다. 평가할 수 있는 베이스가 없다. 이력서를 꼼꼼히 쓰는 게 기본적인 경쟁력이다.

    때론 잦은 이직사항이 부담일 때도 있는데. 파랑새를 좇는 이들의 이력서는 형편없다.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가 5년 내 3번 이상 이직한 이력서다. CEO급도 30년 경력에 5번 이상 이직한 경우는 별 매력이 없다. 한 회사에서 어느 정도 근무해야 실적을 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실력을 보여주지 않고 피해 다녔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별을 달려면 이력을 관리해야 한다. 함부로 옮기면 안 된다.

    반대로 이직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대부분 연봉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천만의 말씀. 분노가 가장 큰 원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고약한 상사가 그 원인 중 8할이다. 연봉이야 500~1000만원 차이가 고작 아닌가. 이직해서 성공할 확신도 없다. 아무렴 내 땅이 좋지 남의 땅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나. 해결책은 소통과 칭찬이다. 이 두 가지가 분노를 잠재우는 키워드다.

    면접 시 잊지 말아야 할 점을 꼽는다면. 취업시장에서 구직자는 상품이다. 자신의 경쟁력과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나이와 성별을 타파하고 앞으로 나서는 열정. 업무를 전공했다고 말할 수준의 전문성, 전 세계가 무대인 글로벌 능력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결코 청년들만 소유할 수 있는 경쟁력이 아니다.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단 한 명의 인재를 뽑더라도 이를 검증하기 위해 다면평가, 적성평가, 다양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어렵게 쓴 인재가 회사를 이끈다. 그렇다면 당신의 준비도 당연히 철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안재형 기자 ssalo@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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