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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어린이 공연 시장 개척하는 송혁규 플레이가든 대표
입력 : 2011.07.01 15: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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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 번째 막을 올리는 ‘배고픈 애벌레’는 국내 어린이 공연의 새로운 역사를 쓴 작품이다. 어린이 공연 시장이 지금처럼 인지도가 높지 않던 때부터 질 높은 공연 수준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앞서 선보인 두 차례 공연에서 검증된 작품성으로 벌써부터 입소문이 자자하다. 공연 예매율도 순조롭다. 여러 유치원과 외국인학교에 의해 1회차 11시 공연 예매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다. 전 세계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첫 공연’을 모토로 삼는 플레이가든의 마음이 통했던 걸까. 플레이가든은 공연을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연령대를 공연 대상자로 정한다. 그러다보니 자극적이지 않고 선뜻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목표로 한다.
송 대표는 예전부터 큰 딸과 자주 공연을 보러 다녔다. 그때 본 어린이 공연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른이 보기에도 너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공연, 또 다른 하나는 어린이 수준을 얕잡아 보고 만든 질 낮은 공연이 그것이다. 송 대표는 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리고 뭔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공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어렸을 적 경험들이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끝까지 간다. 감성에 대한 자극이나 감동 같은 거.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모르는 게 아니라 체화돼 자연스럽게 느낀다. 이 같은 경험을 아이들에게 많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러나 ‘배고픈 애벌레’를 처음 무대에 올렸던 2008년 상황은 국내 어린이 공연이 많지 않았을 뿐더러 시장도 왜곡돼 있었다. 저가 공연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티켓 가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어린이 공연 시장 전망 밝아 “저가공연이라고 질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 공연은 5000원, 1만원만 내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 식으로 시장이 구성되다 보니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고 상품 가치가 충분한 좋은 공연인데도 1만원짜리 공연은 없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단체 구입의 경우엔 할인을 해줬지만 일반적으로 제값을 지키려고 노력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은 항의를 받았다.”
내성이 생긴 탓일까. 처음보다 두 번째 공연은 좀 더 수월했다. 당연히 제값을 지불해야하는 공연이라는 인식에 가격에 대한 지적이 줄어들었다.
“시장은 이런 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공연도 무조건 저가의 박리다매가 아니라 좋은 공연을 정당한 가격에 팔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또 하나 고수하는 게 티켓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일이다. ‘배고픈 애벌레’는 내한 공연치고는 가격이 낮은 편이다. 제작비만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인 2억~2억5000만원이 들어갔다. 그런데도 가격을 높이지 않는 이유는 많은 관객들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현재 국내 어린이 공연 시장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을까. 송 대표는 정확한 수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내다보는 어린이 공연 시장의 전망은 밝다.
“어린이 공연 편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내한하는 대형 공연 소식도 자주 들린다. 티켓 가격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2009년에 내한한 가족 뮤지컬 ‘스노우맨’의 경우 가장 비싼 티켓이 8만원이었다. 물론 아직도 1만원짜리 저가공연이 많지만 전과 비교하면 중저가 공연이 부쩍 많아졌다.”
웰 메이드 공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시장 역시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가 작년에 홍콩에서 겪은 일화를 들려준다.
“ ‘배고픈 애벌레’ 공연이 3곳에서나 열린 게 인상적이었다. 홍콩은 대단히 큰 도시가 아닌데도 그랬다.” 이처럼 어린이 공연에 대한 아시아 시장의 관심도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준비 중인 차기작도 해외 시장을 겨냥한 국내 스토리텔링 작품이다. 캐나다 아동전문 극단 머메이드 씨어터와 함께 제작한다. 아직까지 한국 어린이 공연이 해외에 나간 사례는 없다. 어려움이 클 법도 한데 “이번에 방한한 ‘배고픈 애벌레’ 예술감독과 캐릭터 회사 관계자에게 기획한 걸 보여줬더니 색감도 너무 좋고 잘될 것 같다고 했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해외진출도 생각하고 있을까. 향후 목표를 물었더니 “하고 있는 일이 많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하고 싶다”며 스스로 “대답이 너무 식상한가” 혼잣말처럼 사족을 단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좋은 선생이 되고 싶고 회사를 운영하거나 공연 제작자 입장에서는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이 ‘식상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이쯤 되니 그가 말한 ‘좋은 공연’의 기준이 신경 쓰인다. 송 대표는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한동안 생각에 잠긴다.
“무대에 서는 배우,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 그리고 무대 뒤편에서 아티스트나 관객을 도와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 이 세 파트의 사람들이 공연 후 ‘정말 좋았다’고 하나로 입을 모을 수 있는 공연이 ‘좋은 공연’이다. 나는 딱 한 번 있었다. 관객들이 공연장 문을 열고 나설 때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 그 광경을 보면 너무 행복하다.”
[장인지 / luxmen@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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