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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비블리오필리] 천재에게 박수를…다빈치의 외침 “ Tell Me”
입력 : 2011.05.20 11: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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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하면 이렇다. 다빈치는 원고를 쓰고 있었고 마투린이 “선생님 수프가 다 식어요”라고 소리를 쳤을 것이다. 그는 아쉽게도 이 연구를 끝내지 못했다. 수프가 식기 때문에….
찰스 니콜은 인류 최고의 만능 천재라는 다빈치의 비범함보다는 수프가 식기 때문에 연구를 중단했던 평범함에 초점을 맞춘다. 찰스 니콜은 자신의 책 <레오나르도 다빈치 평전>에서 ‘천재’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천재의 평전을 완성한다.
투스카니 지방에서 서자로 태어나 피렌체의 작업실을 전전하며 어깨너머로 예술과 학문을 익힌 그에게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시선은 늘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죽는 방법 또한 배우고 있었다”는 메모에서는 티베트 불교 경전의 한 대목이 떠오를 정도로 철학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인류 최초로 비행기 설계도를 그렸던 다빈치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도 있다.
“새는 수학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다. 이 기계의 모든 동작을 훨씬 힘을 덜 들이고 재생산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에서 부족한 것은 바로 새의 영혼뿐이다. 인간의 영혼은 새의 영혼을 닮아가야 한다.”
다빈치가 위대한 건 그의 타고난 지적 열망과 그 열망을 실천해 낸 성실함과 호기심 때문이다. 그는 화가이자 작가였으며 철학·수학·천문학·지리학·생물학·역사학·건축학 등의 분야에서 당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성취를 이루어낸 사람이었다. 한 사람의 힘으로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물결을 주도해 낸 말 그대로 ‘르네상스인’이었다.
그의 순수한 호기심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메모도 있다. 다빈치는 새 펜촉으로 첫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습관적으로 ‘나에게 말해 달라(tell me)’는 글귀를 종이 위에 긁적였다. 나에게 말을 해 달라는 이 외침은 그가 얼마나 순수한 호기심으로 평생을 살았는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허연 / 매일경제 문화부 차장·시인·문학박사 praha@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호(2011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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