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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승부수 “한국시장 점유율 10배 올릴 것”
입력 : 2024.05.09 15: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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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와 푸조, 국내 시장에서 두 브랜드를 전개하는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올 2월 방실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지난 2021년 미국과 이탈리아의 합작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과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PSA)그룹이 손잡고 출범한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기준 세계 5위를 차지한 자동차그룹이다. 지프와 푸조 외에도 피아트, 크라이슬러, 램, 알파로메오, 시트로엥, DS 등 보유한 브랜드만 14개나 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세와는 달리 국내 시장에선 2021년 이후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지난해 지프의 시장점유율은 1.66%, 푸조는 0.75%에 불과했다. 업계에선 대표 교체로 반등을 이루겠다는 일종의 승부수라고 말한다. 신임 대표에게 ‘구원투수’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4년간 폭스바겐코리아에서 홍보와 마케팅,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마케팅과 세일즈를 경험하고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첫 여성 지사장이 된 방실 대표는 “기적을 바라진 않는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현대차가 차지한 시장점유율을 국내 시장에서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 She is2001년부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했다. 폭스바겐코리아, 르노코리아 등을 거치며 24년간 홍보, 마케팅, 세일즈, 애프터세일즈, 네트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올 2월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첫 여성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딜러와의 관계 회복이 첫 미션Q 입구에 있는 취임 축하 화분에 ‘방사모’라고 쓰여 있던데요.
A 이전 회사의 딜러사 대표 몇 분이 모임을 만들었어요. 모임 이름을 방사모로 하자 해서.(웃음)
Q 수년 후에 여의도에서 뵙는 거 아닌가요.
A 아유, 정치인엔 전혀 뜻이 없습니다.
Q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로 취임한 지 70여 일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A 다행히 집하고 가까워서 출근은 어렵지 않은데, 직원들은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저희 회사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거든요. 약 30%만 출근하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출퇴근 시간도 유연한 편이에요. 일찍 나오는 건 아닌데 제가 매일 출근하니까.(웃음) 폭스바겐코리아에 근무할 당시 박동훈 사장님이 “난 다른 건 눈치 안 봐도 직원들 눈치는 본다”고 하시곤 했는데,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어요. 이제 알 것 같아요.
Q 대표 사무실이 따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불편하진 않으세요.
A 자잘한 짐들이 좀 많긴 해서 불편하긴 해요.(웃음) 그런데 카를로스 타바레스 회장님도 따로 방이 없다고 해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Q 요즘 어떤 일에 집중하고 계십니까.
A 처음 오자마자 신경 쓴 부분은 딜러와의 관계 회복이었어요. 딜러 입장에선 최근 몇 년간 투자도 많이 했고 고정 비용도 많은데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다 보니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우리의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신뢰 회복과 다시 해보자는 동기부여가 첫 번째였어요. 그리고 또 소비자 신뢰 회복과 브랜드 강화, 이 두 가지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대표 선임을 두고 ‘구원투수’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룹에서 특별히 주문한 사안이 있을 것 같은데요.
A 아쉬아니 무사파니 인도아시아태평양(IAP) COO가 제 보스인데, 앞서 말한 딜러와의 관계 회복을 먼저 주문하셨어요. 판매량을 급격히 급등시킨다, 뭐 이런 것보단 다시 한번 기반을 다지는 기본이 탄탄한 안정화에 무게를 두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꽤 규모가 큰 시장인데, 그룹 내에서 현재 스텔란티스코리아의 몸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사실 좀 더 자율성을 주시는 것 같아서 든든한 부분도 있고요.
Q 파격적인 시도를 기대해도 될까요.
A 음…. 기회를 주시는 것 같은데, 물론 셈이 빠른 분들이 많다 보니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현대차의 마켓셰어만큼…Q 스텔란티스는 현재 글로벌 판매량 기준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입니다. 하지만 말씀처럼 한국에서의 상황은 전혀 다른데요.
A 그룹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스텔란티스의 위치가 더 커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장기플랜을 기획하고 있는데, 한국은 좀 더 공격적으로 짜고 있어요. 물론 플랜과 실제 실행은 다른 얘기일 수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브랜드를 도입하고 어떤 라인업을 추가할지, 파워트레인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Q 살짝 공개하신다면.
A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하긴 어렵지만 스텔란티스의 모국이 미국과 유럽이잖아요. 그곳에서 현대차가 차지하고 있는 미니멈 마켓셰어까진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그러기 위해 푸조와 지프 외에 어떤 브랜드의 국내 도입을 염두에 두신 겁니까.
A 계속 스터디하고 있어요. 당장 신규 브랜드를 들여올 계획은 없습니다. DS나 시트로엥이 철수한 상황이라 좀 더 신중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 우선 저는 한 브랜드를 한 국가에 론칭할 때 좀 더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시장 흐름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런 참을성이 없어요. 브랜드든 모델이든 지속적인 투자가 없으면 2~3년, 짧게는 1~2년 안에 단종이나 철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아요. 단순히 신규 브랜드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쇼룸이나 서비스센터, 인력, 또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투자까지 모든 면을 고려한 후 제대로 준비해서 론칭하겠습니다. 아마도 2~3년 후가 될 것 같네요.
Q 우선 눈에 띄는 변화라면.
A 2021년에 당시 판매량 1만 대를 넘어섰을 때 투자가 많았던 게 사실이에요. 아웃렛이나 서비스센터 등 현재 상황에선 좀 오버스펙이죠. 그래서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를 추진하고 있어요. 지프와 푸조 딜러가 공동으로 쓰는 쇼룸, 서비스센터죠. 또 애플스토어처럼 직접 체험하는 공간을 운용하는, 쇼룸이나 서비스센터의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해외 브랜드의 인력 고용이나 시설 투자 등은 늘 기대되는 사안인데.
A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은 계속 키워갈 계획입니다. 가장 좋은 건 딜러사들의 고용이 늘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우선 기본이 탄탄한 준비가 선행돼야겠죠. 판매량이 많아야 영업사원이나 테크니션이 능력을 키워갈 것이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야 충성도도 높아질 테니.
Q 결국은 다시 판매로 돌아왔는데요.
A 제 나름의 비책이라면.기적을 바라진 않습니다.(웃음) 우선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빠르고 확실하게 움직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고객 신뢰 회복의 가장 큰 축 중 하나가 가격 안정화이고 또 하나가 서비스 퀄리티 강화예요. 원가 상승이나 환율 이슈로 몇 차례 가격을 올렸다가 “장사 안 할 생각이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 이후에 재고가 늘면서 할인에 나서는 일들이 너무 빈번했어요. 그래서 가격이나 서비스 퀄리티 모두 기본을 강조하는 겁니다. 물론 브랜드 강화는 큰 숙제예요. 광고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거든요. 가치를 충분히 다지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무너지기 쉬운 상황인 것 같아요.
여자? 중요한 건 열정Q 방실이란 이름 앞엔 늘 국내 자동차 업계 1세대 여성 리더란 수식어가 붙는데요.
A 엄밀히 말하면 예전에 볼보 대표님이 1세대이신데.(웃음) 부담스럽다기보단 상황에 충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자, 남자를 떠나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을 알고 경험해봤느냐, 무언가 성공의 맛을 보고 만들어 왔느냐, 그리고 스텔란티스코리아를 턴어라운드시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겠지요.
Q 유리천장을 경험하신 일도 있으신지요.
A 실제 경험해보진 않았어요. 하지만 생각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전 홍보와 마케팅을 오래했는데, 그러다 세일즈를 맡았을 때 ‘할 수 있을까’보다 ‘할 수 있겠구나’라고 밀고 나갔어요. 얼마나 도전할 수 있느냐, 이건 스스로와의 싸움이지 다른 무언가가 이유가 될 순 없는 문제죠.
Q 오랫동안 자동차 업계의 리더로 계신데, 자동차 시장의 변곡점을 꼽으신다면.
A 제가 2001년에 발을 디뎠을 땐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점유율이 1%도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지금은 20%에 달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폭스바겐이나 혼다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들이 수입차 문턱을 낮추면서 시장을 확대시켰습니다. 제 생각에 변곡점은 디젤게이트가 아닐까 싶어요. 디젤에 집중하던 수입차들의 판매량이 급격히 줄고, 제네시스가 그 자리를 빠르게 치고 올라왔어요. 현재의 시장 구조가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실제로 차를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차를 타십니까.
A 지금은 그랜드체로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4xe 모델을 타고 있어요. 사실 전 좀 빠른 차를 좋아해서 가장 좋아했던 게 폭스바겐의 시로코였죠. 지금은 단종됐습니다.
Q 현재의 목표라면.
A 비즈니스 목표는 이미 말씀드렸고, 성과를 생각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을 잠시 잊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나 혼자만 잘해서 되는 일은 결코 없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서로 동기를 부여하고 하나라도 더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어쩌면 그게 리더십이겠지요.
Q 개인적인 목표도 있을 텐데.
A 전 꼭 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은 없어요. 이 분야에서 특출나다는 말은 들어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보면 다음 스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 현재를 잘 만들어 가면 내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을 멘토라 생각하는 여성 직장인에게 조언하신다면.
A 전 일에 있어 열정을 중요시합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열정이 없다면 딱 거기까지의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 같거든요. 잊지 마세요.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