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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한국한의약진흥원 원장 | “한의약은 미래 의약,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것”
입력 : 2021.10.07 17: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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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한국한의약진흥원 원장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한의약진흥원에 부임한 정 원장은 2002년 국내 한의과대학에서 처음으로 온병학(溫病學)을 정규 강의한 전염병 관련 전문가다. 국내에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엔 한의감염병학회 창립을 주도하며 여러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서울 중구에 자리한 정책본부에서 진행했다. 정창현 원장은 “대학에 있을 땐 나 혼자 잘하면 됐지만 지금은 한의약 산업발전의 중추적인 기관의 수장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20년 가까이 대학에서 인재양성과 연구에 매진해왔습니다. 학교에만 있다 진흥원에 와서 보니 많은 부분이 다르더군요. 한국한의약진흥원은 한의약 산업 진흥을 통해 국민건강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보건복지부 소속 공공기관입니다. 한약인공지능 플랫폼 구축,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한의약 이용체계 개선, 한의약 문화진흥 등 국민과 함께하는 한의약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임기 3년 중 첫해인데요. 현재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궁금합니다.
▷2006년부터 시작한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이 올해 4단계로 접어들었어요. 2025년까지 추진될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은 한의약 중심의 건강 복지 증진, 산업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지속 성장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진흥원도 한의약 중심 지역 건강 복지 증진, 한의약 이용체계 개선, 한의약 산업 혁신성장, 한의약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한의약 서비스를 한층 강화해 한의약 건강 돌봄 및 공공의료 활성화, 한약 건강보험 급여 확대 등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한약재, 한약제제 제품화에 필요한 실험정보 등을 통합 수집, 분석하는 한약인공지능 플랫폼 구축과 한의약 임상정보 등을 취합해 질환별 안전성과 유효성 비교연구 등을 지원할 수 있는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허브 구축 등 정보화 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의약 분야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활용에 나설 만큼 과거와 비교하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어요. 다만 아직 홍보가 부족해 대중의 인식이나 신뢰가 다소 미흡한 게 사실이죠. 한의약, 한의기술의 우수성과 안전성, 유효성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국민이 직접 홍보에 참여하는 ‘한의약 홍보 콘텐츠 공모전(9월 13일~10월 31일)’을 개최하고 있어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총 상금이 1100만원이나 됩니다. 또 미래지향적인 한의약 우수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한의약 미래 신제품·신기술 경진대회’도 개최합니다. 현재 참가 신청을 받는데, 경진대회의 상금은 총 8000만원 규모입니다. 이번 대회는 한약제제, 한의 의료기기 및 신기술, 한의약 S/W·신소재, 융·복합 제품과 기술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공모를 진행 중입니다. 상금만 전달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추후 창업과 실증까지 지원해서 미래 한의약 산업을 이끌어갈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코로나19가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인류의 생명과 직결된 위기는 의료계의 공통 과제이자 책임이죠. 한의약은 만성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급성질환이나 감염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중국에선 사스 사태 이후 중의약이 국가 방역체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어요. 일본에서도 감기, 독감 등에 한약제제를 이용한 임상연구와 감염병에 대한 임상진료가 활발합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도 한의약 이론과 임상경험을 활용한 ‘한의약 감염병 대응 및 산업혁신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의약 기반 감염병 대응 매뉴얼 개발을 비롯해 산업화까지 범한의계의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구심점이 되려고 합니다. 감염병 환자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양방 협진 진료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의약의 과학화와 세계화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입니다.
▷우리에겐 수천 년간 생활 속에서 축적된 임상경험이 체계적으로 기록된 한의학 문헌들이 있습니다. 현대 한의약은 이런 소중한 자산을 과학으로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한국한의약진흥원은 다양한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등을 통해 한약의 치료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표준화하고 있습니다. 원료인 한약재를 비롯해 한약제제의 표준화와 현대화, 통일화된 사용법인 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해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지요. 한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표준화·과학화를 통한 한의약 산업 활성화의 기반이 될 한약제제생산센터(GMP)와 한약비임상시험센터(GLP) 등 첨단 연구 인프라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의약의 경쟁력, 기술력, 혁신역량을 증진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러한 성과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도 기대되는 부분인데요.
▷세계 전통의약 시장에서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과학화와 표준화입니다. 저희 진흥원은 한의약 과학화·표준화 사업의 성과들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공유하고 있어요. 올해는 세계 각국의 전통의약 전문가들과 정책·제도, 최신 연구동향 및 성과를 공유하고, 세계 전통의약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온라인 국제콘퍼런스(11월 8~10일)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우수한 한의 기술과 제품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각국의 정보와 기업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WHO 전통의학협력센터로서 한의약의 국제교류협력을 넓히고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데도 역할을 담당할 계획입니다.
▷전통 한의약에는 의료나 과학기술 외에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담겨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문화가 국력의 상징이죠. 문화산업은 유망한 고부가가치 산업 중의 하나입니다. ‘한의약 문화’는 우리 전통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자연과 생명, 인간에 대한 가치관, 건강한 생활방식, 그러니까 양생법은 물론이고 미술, 음악, 체육 등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현대 사회에 응용 가능한 무궁무진한 지혜를 담고 있죠. 진흥원에서도 한류문화 창조와 K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래서인지 한의약에 대한 장밋빛 미래 비전이 논의되곤 합니다.
▷저는 한의약은 미래 의약이란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전통 의약의 신뢰성에 전 세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초고령화된 현대 사회는 의료의 패러다임을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또 미래 의료산업은 저비용, 다효능의 천연물질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겁니다. 한의약 산업 육성은 이제 시대적 사명입니다. 앞으로 의료산업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진흥원은 이러한 국가발전 동력을 육성하는 중심이 될 겁니다. 한의학적 가치와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융합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대한민국 경제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길 희망합니다. 한의약의 무한한 가능성과 우수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K의약 산업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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