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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전액 비과세 혜택 ‘투자형 ISA’ 뭐길래
입력 : 2021.07.28 10: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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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가 올해 중개형 ISA 도입 이후 절세와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기존에도 ISA는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에서 가입 가능한 신탁형과 일임형이 있었지만, 올해 증권사에서만 가입 가능한 중개형 ISA가 출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기존 ISA에서는 직접 주식 투자가 불가능하지만 중개형 ISA에서는 직접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ISA 전반에 걸쳐 많은 제도 개선도 있었다. 납입한도 이월이 가능해졌고, 만기도 3년 이상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중개형 ISA 도입과 ISA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으로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ISA 가입 열기는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중개형 ISA 도입 만능통장으로서 ISA 기능에 의문이 제기되자 정부에서는 올해 2가지 제도를 개선했다. 우선 증권사에서만 가입 가능한 중개형 ISA를 도입했다. 다른 ISA와 다 같지만 근본적인 차이점은 중개형 ISA에서는 직접 상장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모든 ISA에 대해서 만기를 없애주고, 납입한도 이월도 허용해 주기로 했다.
중개형 ISA를 처음 도입한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2월 말 업계 최초로 중개형 ISA를 출시했는데, 출시 4개월이 지난 6월 말 기준 42만 개의 계좌를 유치했다. 6월 말 기준 전체 중개형 ISA 가입자가 80만 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절반 가까이가 삼성증권에서 가입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이 42만 명의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가 50%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젊고 투자경험이 적은 연령층이 중개형 ISA의 절세 혜택에 큰 매력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은행 신탁형 ISA에서 삼성증권 중개형 ISA로 이전 신청 후 계좌 개설을 대기 중인 투자자도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협회에서 발표한 5월 말 통계를 보면 중개형 ISA 가입자 수는 72만7422명에 이른다. 불과 4개월 새 70만 명 넘는 가입자가 새로 생겨난 것이다. ISA 투자금액 잔고도 9009억원으로 집계돼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가입했던 ISA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개형 ISA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 ISA 가입자는 급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182만 명이던 은행 ISA 가입자 수는 5월 말 110만 명으로 70만 명 이상 줄었다. 공교롭게도 은행에서 감소한 가입자 수만큼 증권사 중개형 ISA 가입자가 늘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ISA를 옮기거나, 만기가 된 자금을 들고 증권사에 새로 ISA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개형 ISA는 20세 미만 비중도 1.63%에 이른다. 그리고 40대 비중이 25.09%로 가장 높지만, 30대와 20대도 각각 23.91%와 22.75%로 40대 비중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결정적으로 신탁형 가입 비중이 25%에 가까운 50대의 경우 중개형 가입 비중은 18.81%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Z세대가 중개형 ISA 가입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다른 ISA에서는 불가능한 직접 주식 투자가 가능한 부분이 MZ세대의 요구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ETF 투자도 신탁형이나 일임형에서는 시간 차가 존재하지만, 중개형 ISA에서는 가입자가 직접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세제혜택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모든 ISA는 일반형과 서민형, 농어민형으로 구분되는데 결정적 차이점은 비과세 한도에 있다. 즉 만 19세 이상이거나 직전 연도 근로소득이 있는 만 15~19세 미만 대한민국 거주자는 일반형에 가입하게 된다. 이 경우 비과세 한도는 200만원이다. 총 급여가 5000만원 이하이거나 종합소득이 3500만원 아래면 서민형에 가입해 비과세 한도가 400만원으로 늘어난다. 농어민형은 종합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농어민만 가입할 수 있다. 농어민형의 비과세 한도도 400만원이다. 보통 MZ세대의 경우 소득이 적기 때문에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금융권을 통틀어서 비과세 상품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혜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월 말 기준으로 신탁형 ISA에서는 예·적금 투자 비중이 무려 84.5%에 이른다. 사실상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예·적금에만 돈을 넣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연계증권(DLS)과 파생결합증권(DLS) 비중은 6.6%로 뒤를 이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2.0%), 국내 상장 해외 ETF(1.5%), 국내 ETF(1.1%) 등에 투자하는 비중은 1~2%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90%를 예적금에 넣어두고 있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 ISA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개형 ISA 포트폴리오는 신탁형과 사뭇 달랐다. 우선 상장 주식이 49.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예·적금 비중은 20.1%에 그쳤다. ELS·DLS 투자 비중도 11.2%나 됐다. 국내 ETF(7.2%), 해외 ETF(2.6%) 등에 대한 투자도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손익통산 제대로 알아보자 ISA 세제혜택의 핵심은 손익통산이다. 손익통산은 중개형 ISA 외에 신탁형·일임형 ISA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ISA 손익통산은 ISA 안에서 투자하는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다만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국내 ETF 등은 일반 계좌에서 투자해도 내년까지는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ISA에서도 손익통산을 할 때 이익은 통산하지 않고, 손실만 통산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강북센터에서 고객이 ISA계좌 상담을 받고 있다. ISA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통장이다.
우선 이 경우 원래 비과세인 국내 주식 투자 수익과 국내 주식형 ETF 투자 수익은 제외한다. 그럼 과세 대상 소득은 예금 이자수익 50만원, 해외 ETF 손실 200만원,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 600만원이 된다. 통산하면 450만원이다.
이 투자자가 서민이나 농어민이 아니라면 비과세 한도는 200만원이다. 따라서 450만원에서 200만원을 공제한 후 남는 250만원에 대해 9.9% 단일세율과 분리과세가 이뤄진다. 결국 이 투자자가 납부해야 할 세금은 24만7500원으로 결정된다.
만약 이 투자자가 해외 펀드와 ETF 투자를 일반 계좌에서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일반 계좌는 손익통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손익을 본 ETF는 세금이 따로 나오지 않겠지만 600만원 수익이 발생한 해외 펀드는 600만원 수익에 15.4%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해외 펀드 세금은 92만4000원에 이른다.
배당소득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인데 ISA가 훨씬 유리하다. 일반 계좌에서 국내 주식에 투자해 배당을 받게 되면 15.4% 세율로 과세된다. 만약 다른 배당, 이자소득과 합쳐 2000만원이 넘게 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된다. 하지만 ISA는 배당소득도 손익통산에 포함한다.
따라서 배당소득까지 합친 순소득이 2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200만원 초과 시 9.9% 단일세율로 분리과세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만기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체할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현재 개인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은 합쳐서 연간 1800만원까지만 불입이 가능하다. 연간 세액공제 한도도 일반적으로 700만원이다.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는 400만원이기 때문에 연금저축에만 700만원을 불입하면 세액공제는 400만원만 받을 수 있다. 반면, IRP와 DC형에만 불입해도 70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런데 ISA 만기자금을 개인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로 이체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 경우 연간 불입한도 1800만원의 예외를 인정해주고, 세액공제 혜택도 이전금액의 10%·300만원까지 추가된다. 따라서 총 세액공제 한도가 1000만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예를 들어 ISA 만기자금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5000만원을 전부 IRP 계좌로 이전할 수도 있지만 이전금액의 10%, 300만원까지만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액공제 목적이라면 3000만원까지만 이전하고 나머지 2000만원은 ISA 계좌를 다시 만들어 재예치하는 방안이 있다.
올해부터 이월납입이 허용됐지만 총 1억원인 현재 납입한도를 투자형 ISA 도입과 함께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1억원 한도를 없애고 매년 2000만원까지 납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10년 만기라면 사실상 2억원 한도가 되는 셈이다. 이광재 의원안은 연간 납입한도를 3000만원으로 했고, 김병욱 의원안은 총 한도만 1억5000만원으로 설정했다.
[문지웅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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