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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수급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는 ‘BBIG’ 투자, 배터리·게임 등 전망 밝아 K-뉴딜 효과도 기대
입력 : 2020.10.06 10: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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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급락장에서도 선방하던 성장주 7개 종목을 가리키는 BBIG(Battery, Bio, Internet, Game)는 이제 성장 테마 자체를 일컫는 일종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2차전지 관련주인 LG화학, 삼성SDI와 바이오관련주인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인터넷(플랫폼) 관련주 네이버와 카카오, 게임주 엔씨소프트 7종목은 상반기 동안 평균 69% 상승했다. 투자자의 관심과 돈이 몰리며 이들 7종목 외에도 BBIG 테마로 불리는 종목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오면서 종목 분산 효과를 가진 테마투자도 쉽게 할 수 있다.
2차전지, 바이오, 게임, 인터넷 이 네 가지 테마는 그동안 삼성전자 한 종목이 30%(코스피200 기준)를 차지하며 시총을 좌지우지하던 시기를 넘어서 성장주가 한국 증시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해왔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BBIG 관련주들의 주가가 호조를 보이며 코스피 지수가 저점 1400선에서 2400선까지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스피 상위 시총이 제조업, 금융업 등으로 성장한계가 제한되어 있는 산업군이 몰려 있어 코스피가 박스피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실망감은 옛말이 됐다. 이미 시총 2위는 SK하이닉스가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차지한 적도 있다.
BBIG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주식이기도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에서도 성장성이 기대되는 테마이기 때문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전기차가 늘어나고 고령화로 제약·바이오가 성장하며 온라인 플랫폼이 기존 사업자들을 제치고 새로운 승자독식을 하는 미래는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이미 BBIG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이제 KRX BBIG K-뉴딜지수로 인해 다른 종목들도 기존의 BBIG 7종목과 비슷한 관심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에 거래소가 발표한 지수는 총 5개인데 첫번째는 KRX BBIG K-뉴딜지수라고 해서 기존 7개 종목에 5개를 더 추가한 것이다. 배터리 쪽에선 SK이노베이션, 바이오 부문에선 SK바이오팜, 인터넷 분야에선 더존비즈온, 게임 부문에선 넷마블과 펄어비스가 포함됐다.
2차전지, 바이오, 게임, 인터넷 세부 지수도 발표되었는데 각 지수엔 10개씩의 종목이 있다. KRX 2차전지 K-뉴딜지수에 포함된 종목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포스코케미칼, SKC 에코프로비엠, 일진머티리얼즈, 두산솔루스, 후성, 천보다.
KRX 바이오 K-뉴딜지수에 들어있는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외에 셀트리온헬스케어, 유한양행, 씨젠, 알테오젠, 셀트리온제약,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다. KRX 바이오 K-뉴딜지수에 있는 종목은 네이버, 카카오, 더존비즈온, 케이엠더블유, NHN한국사이버결제, 아프리카TV, KG이니시스, 서진시스템, 안랩, 유비쿼스홀딩스 등 흔히 말하는 ‘언택트(Untact)’ 관련 종목들이 포진하고 있다. KRX 게임 K-뉴딜지수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NHN, 더블유게임즈, 웹젠, 네오위즈, 위메이드, 골프존 등 온·오프라인 게임주들이 포함됐다.
인천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 연구원들이 실험하는 모습.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ETF가 이 지수를 그대로 복제한다면 자금 유입 강도는 시총이 낮은 종목일수록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BBIG 업종 중 게임업종에 해당하는 종목의 거래대금이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동일한 패시브 추종자금이 발생할 경우 게임업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주이고 거래대금이 많은 종목들은 이번 K-뉴딜지수 편입이 별다른 호재가 되지 않았다. 씨젠, SK바이오팜, 셀트리온제약 등은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폭이 적었다. 모두 바이오 관련 주식들이다. 이미 거래대금이 많기 때문에 추가 매수가 들어와도 주가를 상승시킬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KRX BBIG K-뉴딜지수’를 담은 ETF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미 기존에 비슷한 테마형 ETF가 시장에서 완전히 정착된 상황에서 이름만 다른 거래소 지수의 ETF가 흥행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K-뉴딜지수 ETF에 자금이 몰려 해당 종목의 주가를 올리는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배터리주에 투자하는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나오더라도 시장에 이미 있는 순자산 2000억원 규모의 TIGER2차전지테마 ETF와 경쟁해야 한다.
투자 종목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TIGER2차전지테마 ETF나 KODEX2차전지산업 ETF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KRX바이오K-뉴딜지수 추종 ETF도 시중에 이미 나와 있는 순자산 1500억원 규모의 TIGER헬스케어 ETF와 투자 종목이 거의 비슷하며 KRX인터넷 K-뉴딜지수 역시 순자산 700억원 규모의 TIGER소프트웨어 ETF와 투자종목이 비슷하다. 거래소가 새로운 지수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에프앤가이드 등의 민간 지수사업자가 먼저 개발해 이미 시장을 선점한 ETF가 있는 이상 뚜렷한 차별화 없이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BBIG지수 구성종목의 비중은 각각 25%씩 총 75%를 차지하여 개시하게 되고, 나머지 7개 종목들은 유동시가총액 방식으로 나머지 25%를 나누어 차지하게 된다. BBIG지수에 들어가는 12개 종목들은 수혜를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중소형 종목들은 영향이 제한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K-뉴딜지수에 포함된 골프존, 유비쿼스홀딩스 등은 발표 후에도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었다.
현재 2차 전지 관련주들은 전기차의 중요한 밸류체인으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2차 전지를 완성해서 판매·수출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SKC, 에코프로비엠, 일진머티리얼즈, 솔브레인 등은 배터리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2020년 상반기 전 세계 배터리셀 점유율은 LG화학 24.6%, CATL 23.5%, 파나소닉 20.4%, 삼성SDI 6%다. 만약 현재 6억 대 수준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3억 대로 확대된다는 전망은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전망에 기대를 걸게 한다.
바이오 부문에선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시총 부동의 2위였던 SK하이닉스를 넘어서기도 할 정도로 코로나19의 최대 수혜 섹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유동성 장세에서 공매도까지 금지되어 있어서 주가가 급등한 시간을 보냈지만 주가가 많이 올라 추가 상승이 부족하고 연말 대주주 양도세 회피 매물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추가 조정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바이오 테마 역시 K-뉴딜지수에 속해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BBIG 테마에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9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특히 이번 4분기엔 게임 기업들이 그동안 준비해온 대작 출시가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에 이어서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의 기업공개(IPO)도 예정되어 있어서 게임업체들이 한차례 더 주가 모멘텀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의 지분 등을 반영한 넷마블을 비롯해 일부 게임주들은 이미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태다. 미국의 대표적인 게임회사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4배인데 엔씨소프트는 23배이고 넷마블은 59배, 위메이드는 42배까지 올라왔다. 신작 출시가 이익으로 반영되는 내년은 되어야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소 해소될 예정이다. 다만 넷마블은 내년 예상 PER 46배로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태다.
또한 수급과 펀더멘털의 불일치는 향후 주가 조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가령 펄어비스는 K-뉴딜지수 발표로 주가가 2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BBIG지수 내 시총 비중이 0.8%에 불과하지만 12개 업체들이 동일비중으로 구성돼 패시브 자금에 의한 수급효과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실적 전망을 볼 때 단순히 수급만으로 주가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약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펄어비스 대표작 ‘검은사막’의 매출 감소세는 3분기에도 지속되고 있다”며 “기존 게임 매출 감소세와 신작 부재로 내년 말까지는 이익감소세가 불가피한 만큼 기업 펀더멘털이 이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부문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커머스, 디지털콘텐츠, SNS 등 비대면 서비스 이용률이 크게 성장했고 이로 인해 실적 성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나스닥 조정으로 글로벌 피어 그룹(Peer group)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단기적으론 네이버, 카카오의 센티먼트와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네이버, 카카오의 주가 상승 역시 실적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업체들은 이미 유통과 금융에서의 혁신적 파괴자가 된 플랫폼 지배자로 실적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미 국내 4대 은행지주의 시총을 다 합한 액수보다 네이버 한 종목의 시총이 더 크다. 네이버 쇼핑은 이미 1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국내 최대 쇼핑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신규 광고 상품인 스마트채널 광고주 수가 빠르게 증가 중이며 최근 장보기 서비스를 확대 개편해 네이버 쇼핑의 약점이었던 생필품과 신선식품 카테고리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나섰다.
카카오는 톡보드 광고, 선물하기 등이 포함된 톡비즈 매출 성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유료 콘텐츠 부문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 2분기 카카오의 신사업 부문 영업손실은 184억원까지 축소됐다. 김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카카오페이, 모빌리티 등 대부분의 자회사들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모바일에 최적화된 기획과 구성, 포맷을 가진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신규 서비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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