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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보장 넣고 필요없는 보장 줄이고 가성비 좋은 DIY보험 인기몰이
입력 : 2019.12.27 17: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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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9만9900원에 4대 암은 물론 150가지 이상 질병을 보장해 드립니다.”
대중에게 익숙한 보험광고 문구다. 그동안 보험상품은 종합보험이란 형태로 포괄적 보장항목을 집어넣어 판매해 실상 원치 않는 보장까지 포함하는 형태가 다수였다. 그만큼 월 보험료 부담도 크다. 이러한 연유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2030세대는 조금씩 보험과 멀어져갔다. 보험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의 젊은 시절에 비해 특히 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2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2008년 73.6%에서 2018년에는 63.8%로 10년 사이 9.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보험가입률과 차이를 살펴보면 2008년 10.1%포인트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2018년에는 그 격차가 25.8%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최근 보험 업계는 2030세대 고객층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젊은 고객층의 수요를 겨냥해 가성비가 높은 일명 ‘DIY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DIY보험은 본인이 필요한 보장들을 골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동양생명은 ‘수호천사 내가 만드는 보장 보험’을 판매 중이다. 재해장해를 주 계약으로 하는 이 상품은 11개의 특약 중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한 달에 내는 보험료 수준에 맞춰 필요한 보장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재해장해 외에도 특약 중에는 암보장과 관련한 사항도 있어 원한다면 암보험의 기능으로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암보장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특약도 있어 본인이 원하는 암에 대한 맞춤 대비도 할 수 있다.
KDB생명이 선보인 ‘나만의 레시피 보장 보험’도 DIY형 상품이다. 이 상품은 기본 보장인 ‘재해 사망보장’에 5대 질병 진단, 입원, 수술 등의 보장을 넣어 본인이 원하는 보장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가입자는 총 20여 개의 선택 특약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맞춤형 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 여행과 레저를 즐기는 가입자라면 주말과 공휴일 재해 대비 특약과 응급실 내원 특약이 다른 상품과 구분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KB손해보험이 판매 중인 ‘KB암보험과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는 각 신체 부위별로 암에 대한 보장을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암보험의 보장은 강화하고 부위별 암 진단을 활용해 가족력 등으로 발병률이 높은 암 질환에 대한 보장을 가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암 발생 전 단계로 보는 양성종양이나 폴립(용종) 진단비 보장도 추가해 보장범위를 넓혔다.
DB손해보험은 각 신체 부위별 암보장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프로미라이프 다이렉트 참좋은 암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암에 대한 주요 담보를 한 번에 묶어 가입하는 종합플랜과 남녀 모두 발병률이 높은 위암, 간암, 폐암, 생식기암에 대해 선택 가입할 수 있는 플랜으로 구성돼 있다.
보험사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월 1만원 이하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기존 보험사들은 물론 ICT, 핀테크 기업들이 가세하며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뱅크샐러드는 최근 낙상 등으로 골절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겨울철 뼈 질환을 보장하는 오렌지라이프 ‘무배당 오렌지 뼈펙트 상해보험 미니’를 선보였다. 뱅크샐러드 이용자 가운데 20~50세에 해당되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며, 보험료 5000원만 1회 납입하면 1년간 보장받을 수 있다. 재해골절 진단 확정 시 재해골절급여금 1회당 5만원, 깁스 치료 시 깁스치료급여금 1회당 5만원을 보장한다. 모든 과정은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성별, 생년월일, 보장내용 등 간단한 정보와 보험료 등을 확인·동의한 후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를 통해 결제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가입 조건에 따른 자세한 약관은 뱅크샐러드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11월 금융 플랫폼 ‘토스’에서 가입할 수 있는 여성건강보험 ‘한화생명 여성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20~49세 여성이 가입할 수 있고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 주요 암을 진단받아 확정되면 최대 1천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한다. 유방암 진단은 유방절제 수술과 유방재건관련 수술자금을 각 500만원 한도로 보장한다. 하지정맥류로 병원에 입원하면 최대 30일 동안 하루에 입원비 2만원을 지급하고 수술비는 1회에 50만원을 준다. 30세 여성이 한화생명 여성건강보험에 가입할 때 한 달 보험료는 3800원이다. 보험료를 5년 동안 납입하면 10년 동안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료를 더욱 낮춰 잔돈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잔돈보험으로는 삼성생명의 ‘s교통상해보험’,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의 ‘귀가안심 보험’ 등이 있다. ‘s교통상해보험’은 가입 시 여성 720원, 남성 1090원의 보험료만 내면 추가 보험료 없이 3년간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귀가안심 보험’은 필요한 날짜만 골라 가입 가능한 상품으로 하루 보험료는 단돈 700원에 불과하다. 비용은 저렴하지만 이륜차를 제외한 자동차 교통상해 4주 이상, 강력범죄 보상, 성폭력범죄 보상, 골절 수술비, 화상 진단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단 보험료를 한층 낮춘 DIY보험과 미니보험은 일반상품에 비해 보장 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또한 가입 전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으로 불완전판매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이 정체된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젊은 세대를 겨냥한 DIY형 보험상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전 보험 가입자의 경우에도 가입 전 보장 부분을 꼼꼼히 체크하고 기존 보험을 보완하는 식으로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라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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