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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도전? 금융권 문 두드려 보자… 창업 인프라뿐 아니라 멘토링·투자 한 번에
입력 : 2019.12.27 17: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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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으로 혁신의 꿈을 꾸는 청년들을 위해 금융권이 앞다퉈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무공간은 기본이고, 법률·특허·투자와 관련한 전문 멘토링까지 제공한다. 아이디어로 중무장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좌초위기에 몰린 스타트업들을 위해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보강하는 차원이다.
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들이 역량을 집중해 구성한 프로그램인 만큼 프로그램의 면면도 화려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성장’을 이끌자는 취지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최고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면 이들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신한 퓨처스랩(Future’s L ab)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육성 프로그램이다. 신한금융그룹과의 공동사업, 그룹 내 금융 서비스 도입, 외부 제휴기관 연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화를 지원한다.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전문 멘토는 물론, 변리사·변호사·투자자·기업인 등을 매칭해 전문 멘토링 과정을 거치며 사업화를 지원한다.
하나 1Q 애자일랩, KEB하나은행은 지난 11월 20일 을지로 본점에서 국내 스타트업 11곳과 혁신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스타트업 발굴ㆍ협업ㆍ육성 프로그램인 '원큐 애자일랩 9기'의 출범식을 열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과 성기홍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앞줄 왼쪽 넷째부터)가 입주업체 관계자·참석자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EB하나은행>
지분투자와 관련한 프로그램도 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이 직접 지분투자를 하거나 외부 투자자를 연계하며, 데모데이 등으로 외부 투자유치도 지원한다. 또 연구개발과 협업, 각종 행사를 위해 ‘워킹 스페이스’를 내어주고, 스타트업이 기술·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테스트 데이터’도 제공한다. 베트남 등 해외 진출에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발해 신한금융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현지 사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신한 퓨처스랩은 핀테크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보안, 신기술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스타트업·금융사 간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기업의 안착을 돕는 역할도 담당한다. 해당 기업과 신한금융이 사업제휴를 맺고, 이를 바탕으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한 퓨처스랩에는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신한DS 등 신한금융의 주요 그룹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또 육성과정의 성과를 외부에 알리는 ‘데모데이’를 열어 국내외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유망기술·서비스 보유한 스타트업
누구나 지원 가능
유망기술·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은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며, 매출이 일부 있거나 이미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도 육성대상이 될 수 있다. 퓨처스랩은 한 기수에 보통 10개 내외의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 금융기관의 시각만을 고려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섭외해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은 핀테크랩 ‘KB이노베이션허브’를 운영하고 있다.KB금융그룹 내 계열사와의 서비스 제휴는 물론 성장단계별 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비스 고도화·스케일업을 위한 전문 컨설팅도 지원한다. 효율적인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해 스타트업 전용 공간도 제공한다.
설립일로부터 6년 미만이고, KB금융그룹 내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만한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KB스타터스’로 선발될 수 있다.
KB스타터스는 금융권에서 경력이 없더라도 지원이 가능하다. 기술 혁신성과 아이디어 독창성, KB금융그룹 내 협업 가능성이 가장 큰 고려대상이다.
KB스타터스로 지정되면 제휴·투자연계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허브 파트너스를 통해 법률·회계·특허·해외진출 등 자문제공을 받는다.
희망하는 회사들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허브센터’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데, 허브센터에는 50인 규모의 세미나실 등 회의공간, 10~20인 규모 스타트업 9개가 동시에 근무할 수 있는 사무공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입주할 경우에는 기본 6개월간 R&D 공간을 지원하며, 입주기간 중 조건을 충족하면 1회에 한해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KB, 성장단계별 실질적 투자 지원
KB스타터스는 각 기업의 성장단계를 바탕으로 수요에 맞는 실질적인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투자기능 보유 계열사인 KB인베스트먼트, KB증권, KB국민카드 등을 통해 직접 투자를 진행하기도 하며, 허브 파트너스를 통해 투자연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또 KB금융그룹 내 글로벌 사업부문, 다국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허브 파트너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해외진출도 지원받을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원큐 애자일랩(1Q Agile Lab)’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시작된 스타트업 발굴·협업·육성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5년 6월 시작됐다. 현재까지 모두 64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다양한 협업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개별 사무공간이 제공된다. 또 하나금융그룹 소속 관계사 현업 부서들과의 협업, 외부 전문가들에 의한 경영·세무컨설팅, 직간접투자, 글로벌 진출 타진 등 전방위에 걸친 광범위한 지원이 이뤄진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디지털 혁신을 일으키는 실제 사업모델로 구체화되고, 더 나아가 지속적인 성장기반까지 갖출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운영위원회는 스타트업의 입주, 외부기관 연계 등 핀테크 멘토링 프로그램 전반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데, 1차 상담을 통과한 핀테크 기술·서비스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한다. 접수된 핀테크 기술·서비스는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된다. 이력 관리를 위해서다.
또 대내외 전문가의 1 대 1 멘토링을 연계하고, 하나금융 관계사와의 연계를 거쳐 다양한 사업기회를 도모하게 된다. 유사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매칭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법률·특허 등 행정절차에 대한 지원도 병행한다.
멘토링 기간이 종료되면 데모데이를 열어 사업성을 검증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사업성이 입증되면 하나금융 관계사가 직접 투자를 하거나 제휴 액셀러레이터를 소개하는 등 금융지원이 이뤄진다. 하나금융그룹과 핀테크 기업 간 제휴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진출 기회도 제공된다.
하나금융은 최근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한층 더 강화된 지원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향후 3년간 200억원 이상 지분투자, 유망 스타트업과 지역 거점 대학과의 산학 연계활동·청년창업 지원 등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의 24개국 186개의 네트워크·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를 활용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금융 디지털캠퍼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L타워에서 그룹 디지털 신기술의 산실인 혁신연구소 '신한디지털캠퍼스'를 열었다. 이날 기념식에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오른쪽 셋째)이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신한금융>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핀테크사업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라며 “KEB하나은행은 업계 첫 스마트폰 뱅킹, 모바일 전자지갑 등 디지털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해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인 ‘디노랩(Dinno Lab)’을 운영하고 있다. 디노랩은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Digital Innovation Lab)’의 줄임말로, 스타트업이 공룡(Dinosaur)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의 요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디노랩은 기존 ‘위비핀테크랩’과 새로 편성된 ‘디벨로퍼랩’으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위비핀테크랩은 사무공간, 경영컨설팅, 투자 등 핀테크 스타트업의 사업기반을 지원하고, 우리금융과 스타트업 간 사업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개인 사무공간·회의실·세미나실 등 사무공간, 사무기기 일체 등 창업 인프라를 지원하며, 벤처 성공기업·ICT 선도기업·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멘토링, 특허·세무·회계 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 투자유치와 사업화 지원은 물론 금융전산교육 등에 대한 기회도 주어진다. 해외 투자유치·진출 등 교류에 대한 부분도 포함된다.
디벨로퍼랩은 중소기업의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테스트베드(Test Bed)로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클라우드 개발환경, 기술자문 등을 참여 기업에 제공한다. 역시 개인 사무공간·회의실·세미나실 등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문가 멘토링과 투자유치 지원 등 혜택이 주어진다.
우리 디노랩,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우리은행 한화금융센터 2층에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인 ‘디노랩’을 열었다. 사진은 디노랩의 내부 모습. <사진제공=우리은행>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A트랙)에 선발된 팀에게는 창업자금 투자, 진단 워크숍, 부스트업 세션 등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선발된 팀에게는 우선 크래비스가 3000만원을 시드머니로 투자한다. 3개월간의 육성과정을 거치면 1개월간 기업설명회(IR)를 준비해 데모데이를 진행하며, 이후 2개월간 사후관리도 진행한다.
기업별 현황을 진단하고 프로그램 기간에 달성할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는 ‘진단워크숍’, 전문멘토·초빙강사로부터 실전경험과 지식을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는 ‘부스트업 세션’, 전담 멘토와 주 1회 사업진행 현황과 계획을 점검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오피스아워’, 월 1회 외부 투자자와 전문가를 초청해 지식·경험을 공유하고 사업 고민을 나누는 ‘네트워킹 행사’ 등도 이 기간 중 제공된다.
각 스타트업의 프로그램 참여도, 성과 등 졸업심사를 거쳐 NH디지털혁신펀드에서 1억원을 투자받을 수 있는 ‘졸업투자’의 기회도 주어진다.
이와 별도로 스타트업의 팀 빌딩·성장을 위한 입주 프로그램(B 트랙)도 있다. 선발된 기업은 업무공간, 테스트베드, 사업제휴, 네트워킹 등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개인 사무공간과 지정 데스크 등으로 서비스 개발에 최적화된 업무공간도 제공받게 된다.
NH디지털 챌린지 플러스가 다른 금융회사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은행·생명·증권·보험 등 NH농협금융 관계사와의 사업 제휴를 위한 ‘핫라인’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은 아이디어를 빠른 속도로 사업화할 수 있으며, 전국 5000여 개 이상의 NH농협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기회 발굴이 가능하다.
[최승진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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