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부동산에 눈 돌리는 국내 투자자, 거액자산가 美 가장 선호… 베트남은 호찌민이 인기

    입력 : 2019.09.30 11:12:44

  • # 경북 지역 자동차 부품 수출업체 A사는 최근 주력 수출 국가인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부동산을 소위 ‘열공’하기 시작했다. 해당 국가의 부동산 가격과 소유 방식 등에 대해 연구하고 변호사나 현지 전문가 등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이 나날이 나빠지면서 위험이 커졌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해외 투자 및 연구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본격화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에서 사업을 수년간 하다 보니 부동산 투자가 매력적인 걸 알게 됐고 국내보다 수익률이 좋은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주변 국내 기업 중엔 베트남 등에 공장을 설립해 제조업을 하다가 현지 사정에 밝아져 토지나 건물에 투자하는 회사들도 꽤 된다고 귀띔했다.

    # 대기업 임원직에서 퇴직한 B 씨는 최근 미국 부동산 투자를 위해 눈을 돌리고 있다. 당장 고등학생인 자녀가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가운데 자녀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면서 향후 시간이 더 흐른 뒤 본인이 직접 그곳으로 이민까지 갈 계획이다.

    실제 미국 부동산은 공실률 우려가 없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변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동부, 서부 할 것 없이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데다 좋은 날씨 환경까지 갖춘 미국 투자를 놓고 다음 달께 직접 현장 투어를 다녀와볼 예정이다. 또 이러한 부동산 투자가 자녀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하는 데도 절세적 측면에서 실익이 크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최종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그는 “국내 부동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투자처 옥석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 만큼 보다 나은 투자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친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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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내 경제 상황으로 인해 해외 부동산을 찾아 나서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제조·서비스 업체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기 위한 것부터 단순한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것까지 목적은 다양하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투자 및 컨설팅 기업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 미국과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해외 투자처 발굴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부동산 투자, 국가 경제성장률이 높아 높은 투자수익률이 기대되는 베트남·인도·캄보디아 등 동남아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대한 투자 관심이 큰 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저가 생활가전의 해외 위탁생산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 국가를 물색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전기 및 IT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 G사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위한 스터디가 한창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서 아주 높은 수익률은 못 보더라도 안정적인 투자처로 분류되는 미국 등 선진국형 부동산 투자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산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매물은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검토하고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임대관리업을 하고 있는 M사는 국내 투자보다 수익률이 높은 해외 투자처를 찾아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사옥을 짓고 임대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윳돈을 해외에서 운용해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M사 임원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국내 투자를 늘리기보다 해외 부동산 발굴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며 “베트남 등 상대적 저평가 지역의 토지·빌딩 투자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견 건설업체인 L사는 최근 우즈베키스탄 등 개발도상국 두세 곳에 직원들을 파견했다. 모두 현지 사업장이 있는 나라들인데 지금까진 빌딩,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건설해왔지만 앞으론 땅을 확보하고 장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베트남 호찌민 전경
    베트남 호찌민 전경
    ▶통상 5억원 기준으로 나뉘어

    이처럼 해외 부동산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분위기지만 국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나 매물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란 게 공통적인 고민이다.

    한 대기업 계열사 관계자는 “국내에선 신뢰할 수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법인 설립이 가능한지, 향후 수익을 얼마나 다시 가져갈 수 있는지 등 법적 부분부터 실무적인 부분까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인 만큼 좀 더 공인된 정보가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 트렌드는 확실히 베트남을 필두로 한 동남아시아에 쏠려 있다. 이들 국가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데다 싱가포르 정도를 빼면 ‘개발도상국’ 이미지가 있어 투자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베트남 등 아세안(ASEAN) 국가로 투자 관심도가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남아만이 ‘정답’은 아니다. 투자할 자산 규모가 얼마인지 등에 따라 베트남이 좋을 수도 있고, 오히려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이 좋을 수도 있다. 해외 부동산 전문투자·컨설팅 기업 도우지엔에서 해외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문석헌 본부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2년간 고객들과 상담한 결과 동남아에 집중됐던 해외 투자가 최근에는 선진국과 동남아 시장으로 양분되고 있다”면서 “단순화하긴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자산이 5억원 이상이면 선진국 미국이, 5억원 미만의 투자를 고려한다면 신흥국 베트남이 향후 자본 증식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도우지엔이 올해 상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액 자산가들은 미국을 가장 선호(응답률 57%)했다. 이어 베트남이 14%로 2위, 일본은 13%로 3위를 차지했다. 그 외 호주, 유럽 등이 뒤따랐다. 부동산 투자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임대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라는 답이 47%로 절반에 달했다. 이어 장기차익을 원한다는 답변이 22%, 단기차익이 11%로 대부분 수익형 부동산을 선호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 교육을 위해 구입한다는 답변 역시 12%로 교육 목적 구매 의사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내 부동산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미국은 거대한 국가로 어떤 지역에 투자해야 할지를 잘 선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세계 최강대국답게 안정적인 투자수익 기대감과 미래 가치가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일례로 투자가 가장 많이 일어날 것으로 여겨지는 미국 뉴욕 중심부인 맨해튼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평균적인 부동산 가치가 되레 10% 떨어졌다는 것이 문 본부장의 이야기다. 부동산 가격이 조정된 현재가 투자 적기일 수 있다.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과거와 현재, 미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 투자에 착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부동산의 원동력으로는 밀레니얼 세대와 글로벌 이민 수요가 꼽힌다. 연간 110만 명의 이민자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데다 1982~1996년 출생자인 에코붐 세대들이 향후 미래 주역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투자는 인구 유입, 우수한 교육환경, 양질의 일자리 등 3박자가 고루 맞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3박자를 갖춘 곳으로는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동부 뉴욕주가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주거용 단독·다세대 주택이 주요 투자상품으로 꼽히며 추천 투자액은 5억~30억원 수준이다. 문 본부장은 “미국 투자는 안정적으로 3.5~7.5%의 수익률이 보장된다”며 “불안요소가 적고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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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금 크지 않은 투자자들 동남아

    여전히 매력적

    미국은 고액 자산가에게는 유망 투자처지만, 투자금이 크지 않은 사람에게는 베트남 등 동남아가 여전히 매력적이다. 문 본부장은 호찌민과 하노이로 대표되는 베트남 투자 지역 중 호찌민을 더욱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찌민이 하노이보다 4~5배 빠르게 성장하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역시 5615달러로, 하노이(3500달러)보다 확연히 앞서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도시화율이 35%를 넘어가면 도시 기능의 확대와 인구 유입의 가속화를 점치는데, 호찌민의 도시화율은 40%인 만큼 인구 유입에 의한 부동산 시장 성장이 뚜렷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빠르게 고성장하고 있는 도시 특성상 7년 후면 도시화율이 50%를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빠른 성장으로 인한 위기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본부장은 “호찌민은 개발 계획이 방대하고 국지 개발도 곳곳에서 이뤄지는 만큼 신중하게 투자하지 않으면 매각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전에는 본인 스스로 많이 공부하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투자 시기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 본부장은 “미국의 부동산 경기 선행지표인 소비자심리지표가 2019년 3월 바닥을 찍은 후 회복 중”이라며 “2020년 중반까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역시 도시 외곽 지역 투자보다는 ‘중심 지역 투자’를 염두에 두고 공급이 부족한 주택 투자나 상가빌딩 투자를 많이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흥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호주 지역도 눈여겨볼 만하다. 해외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 ‘차이나머니’가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에서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세계 부동산 시장은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호주 또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부동산 투자처로 주목받아 왔으며 과거 차이나머니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국가다.

    특히 중국의 대(對)호주 투자는 2008년 넘쳐나는 달러를 감당하지 못한 중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 기업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하나둘씩 허용하면서 중국 기업의 자산 보유 리스트에 호주 부동산이 대거 올라갔다. 2008년에는 광산 개발에 따른 투자 위주였다면 2013년부터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호주 자유당 정권은 최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실시한 것이 금리를 낮춘 것이다. 총선 직후 호주중앙은행(RBA)은 호주 기준금리를 1.25%인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다. 금리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율로 대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 본부장은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호주 정부는 주택대출 한도를 상향할 계획을 세웠다”며 “대출 한도가 큰 폭으로 늘어 현재보다 약 15만호주달러(약 1억2000만원) 더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해 정부에서 보증을 지원하는 제도를 지속 운영함으로써 첫 주택 구매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주택 금액의 5%만 계약금으로 준비하면 나머지 계약금은 정부에서 대출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웠던 계층도 주택 구입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계약금 5%와 최소 계약금의 20% 사이 차액만 정부가 보증을 해주는 것으로 이것은 자유국민연합의 기존 정책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호주 부동산 전문가들 또한 자유당 정권이 3연속 집권에 성공하면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이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시장 불안감이 다소 해소된 상태며 최소한 이번 정권에서는 호주 정부 차원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호주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 전경
    미국 뉴욕 전경
    ▶호주, 정책 일관성 있어서 관심 높아져

    호주는 2016년 6월부터 외국인 부동산 구매자를 대상으로 거주용 부동산 인지세(Stamp Duty)에 외국인 추가세(Foreign Duty)를 도입했다.

    외국인 추가세는 외국인 투자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에 도입됐으며 퀸즐랜드 7%, 뉴사우스웨일스 8%, 빅토리아 7% 등 주(州)별로 다르게 적용되며 추가세가 없는 주도 있다. 다소 불공평하게 보이는 세법에도 불구하고 호주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계속 증가하는 분위기상 현재는 호주 부동산 투자를 위한 적기로 평가된다.

    문 본부장은 “이처럼 선진국과 신흥국 투자 모두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각자 투자액, 기대수익률,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 최종 투자처를 확정 짓고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앞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는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닌 전략적 핵심 투자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추동훈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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