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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투자, 지금도 늦지 않았나요? 추가상승 기대되나 몰빵은 피해야
입력 : 2019.08.29 1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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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라는 악재가 이어진 8월. 신한·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PB센터에는 이때부터 최근까지 “지금 금을 사고 싶은데 시세가 어떻게 되느냐”는 자산가들의 전화가 잇따라 걸려오고 있다. 이미 뛰는 금값에 주목해 연초에 금을 사뒀던 고객들은 추가로 매입해도 괜찮을지, 그렇다면 얼마나 사는 게 좋을지에 대해 물었다
은행 PB센터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 중에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이들도 많다.한 은행 PB는 “가장 잘 팔리는 것이 1㎏짜리 골드바”라며 “일부 고객은 한번에 10개씩 구입해간다”고 전했다. 현재 골드바 1㎏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약 68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000만원 넘게 올랐다.
요즘같이 재테크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주목받는 상품이 바로 금이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특히 최근 한국경제를 강타한 온갖 악재 탓에 더욱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고가인 실물 구매뿐 아니라 골드뱅킹 같은 소액투자 상품도 판매되면서 투자층도 고액 자산가에서 월급쟁이나 학생으로도 넓어졌다. 지금이라도 금에 베팅해야 할지 고민하는 예비 투자자들을 위해 자세한 금 투자 방법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수요 늘어 1년 만에 40% 가까이 ‘껑충’
금을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금값은 올해 들어 계속 뛰고 있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 따르면 14일 금 1g당 가격은 6만880원으로 1돈에 22만8300원까지 올랐다. 하루 전인 13일에는 6만1300원까지 뛰어 2014년 3월 금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이날 장중 한때 금 가격은 6만1450원까지 올랐다. 거래량도 폭등해 13일 하루 동안 175.6㎏, 거래대금은 약 106억9200만원에 달했다.
민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에서는 15일 금 1돈이 24만원에 팔렸다. 작년 말보다 27%, 1년 전과 비교하면 37%나 오른 것이다.
국내 금 가격은 국제 금 가격에 원·달러 환율과 국내 수급현황을 더한 값을 곱해 매긴다. 국제 금 가격이 오르면 국내 금 가격도 따라서 뛴다.
최근 치솟는 원·달러 환율 탓에 국내 금 가격 상승세는 국제 금 가격보다 가파르다. 지난 2일 금융정보업체인 텐포어(Tenfore)가 공시한 1트로이온스당 국제 금 가격은 연초(1월 2일 기준) 1286.64달러에서 11.5% 뛴 1434.48달러다. 같은 기간 1g당 국내 금 가격은 4만6240원에서 5만5410원으로 19.8% 가까이 올랐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글로벌 차원에서 금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지난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도 금값을 끌어올렸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고, 이렇게 나온 돈이 금 매입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국내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골드바·골드뱅킹·KRX 금 시장
가장 대표적인 금 투자법은 골드바 구입이다. 주로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다. 올해 은행에서 골드바는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 1~7월 KB국민은행에서 판매된 골드바는 총 212㎏, 금액은 112억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배, 2.4배 더 많은 것이다. 워낙 찾는 사람이 많아 재고가 소진된 탓에 지난 5월 한때 이 은행은 10g과 100g 골드바 판매를 잠깐 중단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의 골드바 판매도 270.8㎏에서 448.8㎏으로 급증했다.
골드바는 보통 10g, 100g, 1㎏ 등 다양한 규격으로 판매한다. 최종 가격은 금 실물에 부가가치세와 제련료 납입 등 15%의 비용이 더 붙는다. 1㎏의 경우 현재 은행에서 6000만원대에 거래된다.
고액 자산가는 아니지만 금 투자를 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실물거래 없이 통장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입금액만큼 금을 계좌에 입금해주는 ‘골드뱅킹’을 활용한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상품 ‘골드리슈’ 계좌는 지난 7월 말 14만7519좌, 잔액은 4373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금값이 뛰자 차익실현 움직임에 잔액이 줄어든 3월 말과 비교하면 네달 만에 3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골드뱅킹 계좌에는 ‘금ΟΟg’처럼 금 잔고와 이를 기준으로 매긴 평가금액이 표시된다. 최소 거래단위가 0.01g(최초 가입시 1g 이상)이라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일반 입출식 외화통장처럼 제한 없이 사고 팔 수 있는데 매매차익에는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징수된다. 특히 금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이 생기지만, 반대로 값이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는 ‘원금 비보장’ 상품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세 번째 방법은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하는 것이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1g 단위로 살 수 있다. 각종 추가비용이 붙는 다른 투자법과 달리 양도소득세와 부가세 등 별도 세금이 없고 거래액의 약 0.02%만 증권사에 수수료로 내는 것이 장점이다.
금 가격을 추종하는 금 펀드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금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2.20%다.
이는 이 회사가 구분하는 총 45개의 테마 펀드 중 최고 수준이다. 연초부터 8월까지의 수익률도 20.98%로 다른 펀드들을 넘어선다.
그래도 ‘몰빵 투자’는 피하라
금 가격은 앞으로 더 뛸까. 일단 전문가들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금 최고가는 2011년 9월 5일의 1온스당 1895달러(런던귀금속협회 LBMA 기준)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1g당 6만5069원이었다. 5만원대 중반인 현재 가격과는 갭이 있다. 염명훈 키움증권 리테일전략팀장은 “금은 아직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며 “기준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진다면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치솟는 달러값도 금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류상진 신한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보통 금 수요가 많아지면 달러값이 떨어지지만, 요즘처럼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 금값도 어느 정도 연동된다”며 “금과 대체재 성격인 주식 시장이 부진해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도 금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은행 PB들은 지금이 금에 투자할 좋은 타이밍은 맞지만 ‘몰빵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금값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많이 오른 상태인 만큼 일단 골드뱅킹 등을 활용해 자유적립 형태로 투자하고 가격이 조정을 받을 때 추가 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류상진 팀장은 “너무 비싸게 사면 달러처럼 ‘금차손’ 위험이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분할매수하고 자산다변화 차원에서 금, 달러, 대체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섭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는 “금 투자는 채권이나 주식처럼 이자나 배당 같은 정기적인 수익이 없고 가격 상승만을 기대해야 한다”며 “투자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금 비중은 총 자산의 2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김현정 우리은행 여의도한화금융센터 PB팀장은 “실물자산인 금은 여러 변수에 의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른 자산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목적으로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금 투자 방법도 골드바보다는 KRX금시장 투자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골드바 자체에 붙는 10%의 부가세를 감안하면, 골드바 매입으로 이득을 보려면 부가세 이상의 이익을 내야만 한다. 특히 지금은 금값이 많이 오른 상태라 1㎏기준 부가세만 600만원에 달한다. 골드바를 보관할 금고 구입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실물 자산인 만큼 도난의 위험도 우려된다.
엇갈리는 달러·금·은 투자 전망
금과 함께 미국 달러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 시기엔 달러보다 금 투자가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띠고 있는데, 머지않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즉 지금 달러를 사면 곧 달러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형리 NH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은 “미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통화 완화 입장으로 선회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달러화 투자 매력은 약하다”며 “하반기에 원화값이 안정화된 이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달러 투자의 리스크 요인이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세계 경제가 불안하면 달러화가 비싸지는 경향이 있는데, 한편으론 미국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달러화 약세가 예상된다”며 “환율 예측은 무의미할 정도로 맞지 않기 때문에 (투자보다는) 자산 분산 차원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반면 금 투자에 대해서는 최근 급등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김형리 차장은 “금은 향후 경기 하락과 물가 상승에 대비하기 좋은 자산”이라며 “달러 약세 전망도 금 가격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에 이어 최근에는 은도 인기다. 은은 엄밀하게 말하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보기는 힘들다. 희소성이 있는 금과 달리 생산이 쉽고, 주로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은값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금값에 연동되다 보니 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값이 너무 뛰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조폐공사가 최초로 자체 브랜드 실버바를 출시하면서 인기가 더 치솟았다. 조폐공사가 판매하는 실버바는 1㎏ 1종으로, 은 순도는 99.99%다. 그 결과 8월 15일 기준 은 1돈은 2800원으로 올해 들어 22% 뛰었다.
은 투자는 금처럼 실물 구입량이 올 들어 폭등했다. 한국금거래소가 올해 상반기 판매한 은은 17.9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배 가까이 늘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실버바 판매액도 이 기간 6억9800만원 규모로 18배나 뛰었다.
다만 은값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은은 산업용 자원인 만큼 글로벌 무역지표가 호전될수록 거래량이 늘어난다. 다만 지금은 글로벌 전반적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라 향후 산업 생산이 줄어들면 은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금보다 가격 변동성이 큰 것도 단점이다. 은 가격은 금에 비해 2배 가까이 가격이 출렁인다. 상승기에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기에는 그만큼 손실도 커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은 1돈 가격이 3월 5000원에서 한 달 만에 8000원대로 급등한 지난 2011년, 개인투자자들이 앞다퉈 은괴를 구입했지만 그해 5월 6000원대로 떨어지며 손해를 본 사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금, 은 등 귀금속 투자를 할 때도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포트폴리오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귀금속 투자 금액을 100으로 봤을 때 이 중 금은 50%로 채우고 은은 30~40%, 나머지 10~20%는 백금으로 채우는 전략이다.
[김태성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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