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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일반보험 가입 꺼려… 네이버·카카오, 인터넷보험 확 키운다
입력 : 2019.08.29 11: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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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금융소비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은행 창구를 찾아 예금이나 대출 등을 상담하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금융 정보를 먼저 찾는다. 토스나 뱅크샐러드 같은 자산관리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이 각광을 받는 것도 이들 세대의 언택트 경향 탓이 크다. 금융 산업 중에서는 은행이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모바일 금융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하고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등과 같은 아이돌을 광고모델로 선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다.
KB국민은행이 광고모델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모습을 담은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실제로 20대와 3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각각 63.8%와 77.3%였다. 10년 전인 2008년 당시 20대와 3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인 73.6%와 86.7%보다 약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전 세대의 젊은 시절보다 순자산이 부족하고 혼인율과 출산율도 낮아서 보험 가입률도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20대와 30대의 생명보험 가입의향은 대부분의 종목에서 10% 이상을 기록했다. 질병보장 보험 가입의향은 20대와 30대가 각각 18.3%와 14.5%로 조사돼 40대의 9.2%, 50대의 8.1%보다 높았다. 연금보험 가입 의향도 밀레니얼 세대는 12%대를 기록했다면 40~50대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보험 산업은 최근 침체기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보험 산업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0.7% 줄어 2017년부터 3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이 포화된 데다 출산율도 떨어지면서 전망이 좋지 않다. 여기에 젊은 세대가 보험 가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도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보험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최근 국내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험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시장 파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보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체 판매 채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생명보험의 경우 2017년 기준 초회보험료의 비대면채널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인터넷보험은 0.1%를 차지한다. 손해보험은 이보다 높은 3.5%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에서 다이렉트 판매가 늘면서 이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성장세는 높다. 생명보험의 경우 특히 2012년 대비 7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에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 네이버와 카카오다.
네이버는 최근 핀테크 관련 서비스를 하는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오는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네이버페이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장해 생활금융플랫폼 형태로 대출과 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사업을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
인바이유는 올해 1월에는 카카오페이와 제휴를 맺고 ‘내가 설계하는 해외여행자보험’을 판매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인바이유를 계열사로 편입한 뒤 올해 안에 보험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위험을 보장하고,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방침이다. 보험 분야의 잠재적인 사용자 수요를 겨냥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손해보험의 온라인전문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도 올해 말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보험과 기술이 결합된 인슈어테크 시장 공략을 위해 한화손보와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쳐스 등이 합작해 설립됐다. 현재 약 40여 명 규모로 회사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캐롯손해보험은 연말 영업개시를 위해 100여 명 이상의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에는 상품내용이 어려운 편에 속하는 치매보험도 온라인을 통한 가입이 가능해졌다. 동양생명이 최근 출시한 ‘(무)수호천사온라인치매보험50’은 업계 최초로 온라인을 통해 가입이 가능한 치매보험이다. 이는 치매 정도에 따라 진단비를 차등지급하고, 중증치매 진단확정 시 평생 간병비를 보장해준다. 치매척도(CDR) 검사 결과에 따라 경도치매(CDR 1점) 50만원, 중등도치매(CDR 2점) 100만원의 치매 진단비를 보장한다. 예를 들어 경도치매로 50만원을 지급 받은 사람이 중등도치매로 진단확정 시 50만원을 추가로 지급 받아 총 100만원의 진단비를 보장 받을 수 있다. 또 중증치매로 진단확정 받는 경우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고, 매월 50만원의 간병비를 평생(매년 진단확정해당일에 생존 시) 지급한다. 중증치매 진단 확정 후 사망 시에도 최초 36회까지는 간병비 지급이 보증된다. 이 상품은 90세 만기 순수보장형 상품으로 40세부터 최대 69세까지 가입 가능하다.
교보라이프플래닛
보험업계에서는 인터넷보험의 본격적인 시작을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출범한 2013년으로 잡는다. 그 이전에도 KDB생명과 한화생명, 삼성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이 인터넷보험을 사업부 형태로 운영했지만 가입만 인터넷에서 가능할 뿐 보험유지와 지급서비스 등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다. 반면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보험가입부터 유지, 보험금 지급까지의 모든 절차를 인터넷으로 진행한다. 인터넷보험 서비스의 질과 양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과 일본의 온라인 시장 1위 생명보험사인 라이프넷(Lifenet)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이후 교보생명이 라이프넷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현재는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다.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다른 생명보험사 판매 상품과 거의 동일하다. 다만 영업사원 수수료와 인건비, 지점 임대료 등 불필요한 사업비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장조건이 좋거나, 보험료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 보험가입금액 1억원, 20년 만기, 20년 보험료 납입, 순수 보장형 정기보험에 가입할 경우 비흡연자의 월납보험료가 1만4100원이다. 이는 비인터넷보험과 비교할 때 약 20~30%가량 저렴한 금액이다.
인터넷보험 전문회사답게 PC와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겨냥한 독특한 보험 상품도 많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던 지난 4월에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와 함께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과 위험을 보장하는 ‘토스(무)m미세먼지질병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미세먼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호흡기관 암(폐암·후두암 포함) 등 호흡기 관련 특정 질병을 보장한다.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될수록 발생확률이 높은 급성심근경색증, 뇌출혈 등 특정 심장·뇌질환도 함께 보장한다. 보험가입금액 1000만원 기준으로 호흡기관 암, 급성심근경색증, 뇌출혈 진단보험금 각각 1000만원, COPD는 진단보험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교보라이프와 토스는 지난 1월 위암·폐암·간암 등 발병률이 높은 3가지 암을 중점적으로 보장하는 ‘토스(무)m3대암보험’과 이직이나 퇴사 준비에 필요한 직장인 목돈 마련 상품으로 연 2.95%의 높은 공시이율을 적용한 ‘퇴사 꿈꾸는 토스(무)만원부터m저축보험II’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들 상품은 밀레니얼 세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PC와 모바일로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보험을 모바일 쿠폰형태로 남에게 선물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농협손해보험이 준비하고 있는 ‘다이렉트 e-쿠폰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최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출시가 가능해졌다. 혁신금융서비스는 일정 기간 금융규제 적용을 유예해주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대상 서비스를 말한다.
이 상품은 모바일로 커피쿠폰을 선물하듯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보험 상품을 구매해 선물할 수 있다. 농협손보는 카카오톡이나 옥션, 11번가, G마켓과 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손쉽게 상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개업을 준비 중인 자영업자에게 배상책임보험을 선물로 주거나, 배낭여행을 준비 중인 자녀에게 해외여행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쿠폰을 선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신혼부부 집들이 선물로 주택화재보험 쿠폰을 선물로 줄 수도 있다. 다만 보험 상품당 모바일 선불쿠폰 금액은 최대 2만원을 넘지 못한다. 또 할인 판매하는 경우 할인율은 최대 10%로 한정했다.
최근에는 인터넷보험의 바람을 타고 미니보험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는 토스다. 토스가 자사 앱을 통해 보험사와 손을 잡고 다양한 형태의 미니보험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 상품은 모바일을 통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고 기존 보험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토스의 ‘미니보험 가입’ 탭에는 암보험과 저축보험, 스키보험, 해외여행보험 등의 상품이 마련되어 있다.
농협금융, 다이렉트보험 e-쿠폰 서비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자동차보험은 이미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가입이 대세다.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고객이 직접 가입하기 때문에 판매비와 사업비가 절감된다. 이 때문에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다. 보험료가 싸다고 해서 보상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 각 보험사는 가입 채널(설계사, 인터넷, 전화 등)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보상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카카오톡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 상품도 출시됐다.
DB손해보험이 선보인 이 서비스는 ‘DB다이렉트 톡’ 카카오톡플러스친구 채팅창을 통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의 신규 가입이나 갱신 가입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긴급출동 접수도 가능해 내 차의 고장난 위치에 대한 긴 설명을 고객이 입력하지 않아도 쉽게 접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에 꼭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통상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자동차보험료 비교견적사이트’를 검색할 때 보험료가 제일 저렴한 상품을 추천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쉽다. 그러나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트는 대부분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곳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는 다이렉트가 아닌 각 보험사의 설계사 또는 대리점 등 오프라인 보험료를 기준으로 비교하기 때문에 전화·인터넷 가입 방식의 다이렉트 상품 대비 보험료가 비싸다. 실제로 비교견적사이트를 통해 가장 저렴한 보험료를 안내받더라도 보험사 다이렉트 홈페이지에서 계산한 보험료와 비교해 보면 비싼 경우가 많다.
보장성보험에 치아·치매보험도 신설됐으며 자주 하는 질문과 게시판, 용어안내도 별도의 화면으로 구성했다. 이 밖에 연금보험과 저축성보험의 경우 상품 가이드를 신설하고 각 보험 종목별로 인터넷 전용 보험 상품만으로 구성된 비교페이지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중고차 사고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카히스토리에서도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카히스토리와 보험다모아의 시스템을 연계한 것이다. 카히스토리에서 차량번호와 본인정보 등을 입력하면 보험다모아에 있는 자동차보험 상품을 비교해 결과를 알 수 있다.
[이승훈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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