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풍향계] 왜 한여름마다 아파트값이 뛸까
입력 : 2019.07.30 15:43:52
-
서울 아파트 시장에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6월부터 조금씩 매수세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7월에는 전고가를 갱신하는 거래가 꽤 많이 늘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가격이 계속 떨어져 회복 불능일 것 같았지만 불과 7월 한 달 만에 작년 최고 가격대로 거의 다 회복되었다.
작년 11월 이후 35주 연속 집값이 떨어졌다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서울 아파트 값은 KB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 0.55% 떨어졌을 뿐이고 이후 순식간에 다시 회복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여름에 집값이 뛰는 양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5월을 바닥으로 6월부터 시장이 달궈지기 시작한 후 어김없이 8~9월에 폭발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난다. 무더위가 기승인 한여름에도 매도자가 부르는 가격을 매수자가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 올해 8~9월도 작년 재작년과 같은 폭발적인 상황이 또 벌어질까?
지난 2017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한여름 상승장’은 우연히 벌어진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쏟아내고 있는 각종 규제책들은 이미 참여정부에서 써먹었던 규제책을 다시 헤쳐모아 놓은 것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세, 재건축 규제, 아파트 청약에 관련된 규제, 대출 규제, 전매 강화, 종합부동산세 강화, 분양가상한제 등 새로울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런 비슷한 규제가 나왔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규제책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체로 이사철에 집값이 오르면 이사철 끝물에 규제책을 내놓고 3~4개월 잠잠하다 다시 이사철이 되면 집값이 뛰는 일이 반복되었다.
현 정부도 비슷한 내용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보다 그 강도가 더 강하고 후속대책도 잇따르면서 대책의 효과가 장기화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 9·13대책 이후 연말까지 3기신도시 추가 지정 및 대출 규제를 추가하는 등 후속대책이 쏟아지면서 올 봄 이사철의 거래 실종을 불러왔고 이런 이유로 봄 이사철이 사라지고 비수기인 5~6월까지 거래 감소가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3기신도시 추가와 종부세 강화 등 강력한 추가 대책에도 불구하고 매도자는 양도세 중과에 따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을 수 없었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 세찬 규제를 해도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6월 이후 매수자가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4~5월에 급매가 팔렸다면 6~7월에는 전고점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8~9월에는 다시 신고가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졌다.
현재 주택시장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이미 가격이 상승한 아파트를 구입하기보다는 싼 분양가로 나오는 청약물량에 당첨을 기대하며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다. 집을 살 자금 여력이 많을수록 향후에 분양될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고 집 구입을 더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고가의 전세에 살면서도 절대 집을 구입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에 주택거래가 거래량 조사 이후 사상 최대치의 침체를 보인 것은 청약 대기자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
이들 고가의 전세입자 겸 무주택자들은 분양시즌인 3~6월까지 청약에 올인하지만 막상 기다렸던 아파트의 분양이 미루어지거나 청약해도 당첨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점이 분양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7월경이 된다.
최근 중도금집단대출 규제나 분양보증 강화 등으로 예정된 분양물량이 나오지 않고 연기되는 경우가 많다. 또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공공택지지구는 수백 대 일에 이르는 높은 청약경쟁률이 나와서 청약 당첨이 어려운 현실을 이사철인 7월경부터 깨닫게 된다.
올해의 경우에도 청약대기자들이 기다리던 청량리 일대의 신규분양 아파트 청약에 실패한 후 기존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매수 수요층이 8월부터 움직이면서 한여름 매매 시장을 달구게 될 전망이다.
올해에도 작년처럼 매매가 폭등이 일어날까? 결론적으로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작년이나 재작년과는 여러 가지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작년 9·13대책에서 더욱 강화된 종합부동산세가 시장에 매물을 나오게 할 것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무서워서 못 팔고 있었던 다주택자나 고령의 고가 1주택 보유자는 올해부터 종부세 회피를 위해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코너에 몰리고 있다.
▶수요 측면의 변화에 주목
주택 수요 측면의 변화도 생겼다. 작년까지는 다주택자라도 일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9·13대책 이후 고가주택 구입 시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순수하게 본인 자금만으로 집을 사야한다.
만약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다면 대출 없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작년과 재작년에 걸쳐 서울 아파트 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소위 갭이라고 불리는 본인 투자금(에쿼티:equity)이 커져서 너무 큰 돈이 들어간다.
2017년에 2억~3억원이면 전세를 끼고 구입이 가능했던 강남권 아파트가 지금은 10억~12억원 가량의 본인 투자금이 들어간다. 사실상 갭투자는 불가능한 셈이다.
따라서 실수요층이 줄어든 상황에서 종부세 부담을 느끼는 고령층의 매물이 나오게 된다면 작년처럼 매물 품귀에 따른 집값 급등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현 주택시장은 과도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로 인해 장기 보유 주택을 팔 경우 세금을 부담하고 나면 차익을 실현할 수 없으므로 팔 수 있는 매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반대로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층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거래량이 크게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적인 주택시장의 매도 매수 포지션이 위 그림1과 같다면 최근의 주택시장 포지션은 그림2와 같다.
따라서 올 8~9월에는 서울아파트에 작년이나 재작년과 같은 거래 급증이나 가격 폭등이 나타나기는 힘들다. 다만 무주택 실수요자나 일부 갈아타기 수요층이 움직이면서 소폭의 거래증가와 더불어 작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 상승이 가시화되는 8월 말 이후에 새 부동산대책이 나오고 10월 이후 주택시장은 다시 한 번 침체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집을 매도할 생각이라면 8월 중순~9월에 파는 것이 유리해 보이고 집을 구입할 생각이라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유리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맥심험프리스는 안정리 로데오 거리에 새로 짓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로 주소는 평택시 팽성읍 안정로13번길 36이다. 지하 5층~지상 14층 규모로, 아파트 204세대, 오피스텔 17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2020년 8월경에 입주할 예정이며 분양가는 3.3m²당 900만원선이고 예상 월세는 150만~160만원 선이다. 한국자산신탁이 시행하고 파인건설이 시공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