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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거래 규모 커지며 은행·카드·캐피털사 경쟁, 4대 은행 오토론 1년 새 2배 쑥… 연 20조원 육박
입력 : 2019.07.01 15: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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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자동차는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하면서 이제는 ‘집보다 외제차’라는 말도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됐다. 그만큼 자동차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인구 2.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320만2555대다. 2017년도보다 67만4000대(3.0%) 늘어났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세는 1가구 2~3차량의 보편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당분간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중고차 시장까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자동차 이전등록건수는 377만 건으로 전년(373만 건)보다 3만6000건(1.0%)이 증가했다. 중고차 시장은 최근 10년 새 두 배로 커졌다. 차량 진단 서비스, 경매제 도입 등으로 중고차를 믿고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고 수입차 시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절대 싼 물건이 아니다. 주택 다음으로 고가의 상품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민 2명당 차 1대를 보유할 정도로 자동차가 보편화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 금융’ 덕분이다. 자동차 금융을 활용하면 소비자들은 목돈 없이도 각자의 자금 사정과 계획에 맞춰 비용을 지출하고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먹거리가 풍부해지자 은행들도 자동차 금융 포트폴리오를 확대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은행 자동차 대출 현황’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중은행의 오토론(자동차 대출) 잔액은 5조7447억원이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오토론 대출 잔액은 5조3157억원으로 2017년 말 2조5854억원의 두 배, 2016년 말 1조3904억원의 네 배로 급격히 증가했다.
늘어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은행, 카드사, 캐피털사는 각각의 장점을 내세우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캐피털사의 자동차 할부가 자금 마련의 대표적 방법으로 꼽히던 시절은 가고 ‘자동차 금융 2.0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금융사들은 단순 금리 경쟁을 넘어 다른 업권과 연계한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이는 중이다. 그만큼 소비자 입장들의 선택지는 넓어졌다.
현재 자동차 금융을 통해 차를 구매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고객과 캐피털사·카드사, 자동차업체가 계약을 맺어 자금을 주고받는 자동차 할부 형태가 그 중 하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목돈을 마련할 필요 없이 정해진 기간 동안 매월 똑같은 금액을 나눠 내면서 차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객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동차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오토론이 또 다른 자동차 금융 방법 중 하나다.
은행 오토론, 저금리·10년 장기분할상환 등 강점이지만 6000만원 한도
은행 오토론의 강점은 비교적 저렴한 금리와 최장 10년 장기 분할 상환, 각종 금리 우대 혜택 등이다.
프로야구 팬들에게 익숙한 마이카(MY CAR) 브랜드를 내세운 신한은행은 무방문·무서류 자동차 대출을 제공한다. 모바일로 신청할 경우 당일 취급이 가능하다. 또 장기간 분할 상환을 할 수 있어 월부담 금액이 비교적 적다. 신차 기준 최대 120개월(1년) 동안 분할 상환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무료운전자보험, AJ셀카 차량 매도 이용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쏠편한 마이카 대출’ 상품은 최대 1.5%의 우대 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카드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하고 3개월 사용실적이 50만원 이상이면 0.1%, 주택종합저축을 보유하고 잔액이 10만원 이상일 경우 0.3% 더 저렴한 금리로 오토론을 받을 수 있다. ‘쏠편한 마이카 대출 신한카드 결제방식’ 상품은 쏠쏠한 캐시백 혜택을 고객에 선보인다. 신한카드로 차량 구매대금을 결제하고 해당 카드 청구금액은 대출 실행 금액으로 선결제하는 대출과 카드의 복합상품이다. 결제 금액이 2000만원 이상이면 신용은 1.5%, 체크는 0.5% 캐시백이 가능하다. 금액으로 치면 최대 90만원까지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신한 마이카 대출의 금리는 신차 3.31~4.81%, 중고차 4.31~5.81% 수준(6월 10일 기준)이다. 신차의 경우 최소 300만원, 최대 6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중고차의 최대한도는 4000만원이다.
KEB하나은행 ‘1Q오토론’은 차량금액의 100% 이내에서 최대 6000만원까지, 최장 10년까지 차량금액 이내에서 대출 가능한 상품이다.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 등으로 신청 가능하다. 단 중고차구입 자금의 경우 최대 4000만원, 기간은 최대 5년까지 가능하다. 금리는 신차기준으로 최저 3.6%(6월 12일 기준)다. 차량 구입자금 300만원 이상을 하나카드로 결제하면 최대 1.2%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2% 초반대로 대출을 받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1Q오토론은 앱 설치나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인증을 통해 대출한도 조회와 대출약정을 할 수 있는 등 모바일 편의성 증대를 통해 고객의 불편함을 줄였다.
하나은행의 ‘안심오토론(신용대출)’은 최대 5000만원, 최장 10년까지(개인사업자 5년) 대출 가능한 상품이다. 특히 ‘안심오토론’은 대출대상을 확대해 ▲개인 간의 중고차 직거래 ▲260㏄ 이하의 오토바이 ▲리스·렌터카 계약 시 초기 보증금이나 선납금도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고금리의 자동차대출 상환 용도로도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또 대출채무상환면제프로그램(Debt Protection Program)을 시행 중이다. 1Q오토론을 이용한 신차 구입 고객이 대출실행 후 1년 이내에 자동차 사고를 당할 경우 대출채무 잔액의 90%까지 면제를 해주는 서비스다.
은행권 추격에 여신업계는 ‘자동차 종합 플랫폼’으로 승부수
은행의 반격이 시작되자 카드사와 캐피털사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무기로 장착했다. 특히 일부 회사들은 ‘자동차 금융 종합 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신한카드는 원스톱 자동차 금융 플랫폼 ‘신한카드 마이오토’를 업그레이드했다. 신한카드 마이오토는 지난해 신한카드가 출시한 자동차 금융 플랫폼으로, 연 1.65~3.60%의 저금리 자동차 금융을 4분 이내로 신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혜택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앱 출시 후 월 방문 건수가 60만 건을 넘어서고 월 평균 취급액도 92% 증가하는 등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신한카드는 자동차 구매부터 관리까지 도와주는 ‘마이오토 라운지 서비스’와 렌터카, 오토리스 견적 신청 기능 등을 마이오토에 추가했다. 마이오토는 렌터카, 오토리스 무서류 약정 방식을 도입해 고객들의 자동차 금융 약정 시간을 단축했다. 또 무료 주차장 서비스 현황 조회, 관심 있는 중고차의 차량 정보·사고 이력 조회, 다양한 제휴처 혜택 조회 등 자동차 관련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인 차량 관리 기능도 강화됐다. 새로 선보이는 ‘마이오토 라운지’는 고객 차량의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평소 놓치기 쉬운 주유, 정비, 보험 등에 대한 차량 관련 정보와 혜택을 적시에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오프라인 자동차 금융을 소비자 중심의 모바일로 전환한 ‘다이렉트 오토’를 선보였다. 다이렉트 오토는 자동차 구입 시 여러 단계를 거쳐 금융 상품을 소개 받지 않고 옵션별 차량 가격 비교, 자동차 금융 한도 조회, 차량 견적 조회 등 각종 서비스와 자동차 금융 상품 선택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 금융상품의 경우 재직확인서 또는 소득증빙서류를 제출하고, 상담원과의 통화가 필요해 보통 하루 이상 소요되는 반면 다이렉트 오토에선 모바일·PC 공인인증서를 활용하면 5분 내 약정이 완료돼 자동차 대리점에서 카드 승인만 하면 된다.
특히 삼성카드는 지난해 단기할부(3개월, 6개월) 상품과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다이렉트 신차 카드할부’를 내놓으며 상품 구성을 다각화했다. 3개월 할부의 경우 업계 최저 수준인 1%의 금리로 자동차 금융을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차량 구매 시 삼성카드로 결제를 하면 최대 1.2% 캐시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3233만원 가격의 쏘나타를 산다면 38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KB캐피탈의 경우 직접 중고차 거래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어 자동차 거래와 금융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이다. KB캐피탈의 KB차차차는 등록 대수 기준으로 중고차 거래 플랫폼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와 연계해 KB캐피탈은 ‘중고차 다이렉트(차차차) 오토론’을 통해 최저 4.9% 수준의 금리를 적용한 다이렉트 오토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KB차차차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 차량을 검색 후 원하는 차량을 선택해 다이렉트 오토론을 신청할 수 있다.
또 KB안심 중고리스는 중고차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상품으로 가격 부담 없이 차량을 자주 바꿔 타며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으며, 잔가 보장률을 최대한 높였기 때문에 고객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대상 차종은 최초 등록일로부터 5년이내, 주행거리 10만 ㎞ 이내(국산 연간 3만 ㎞, 수입 연간 2만 ㎞) 기준을 충족하는 자동차다. 은행들의 오토론 금액 한도인 6000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면 카드사를 통해 차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카드사들은 신차의 경우 최대 1억원까지 할부금융을 제공한다. 다만 대부분 카드사 상품은 대출 기간이 최대 5년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KB국민카드는 금리 3.5~4.9% 수준에서 최소 300만원, 최대 1억원까지 자동차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차구입 용도로 대출을 신청하고 차량대금을 납부하는 식이다. 차량대금 일시불 결제 후 자동으로 할부금융으로 전환된다. 중고차의 경우에는 금리가 다소 높지만(일반 상품 5.9~16.5%, 다이렉트 상품 4.9~15.5%) 은행 한도보다 높은 5000만원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삼성카드 할부금융과 오토론 한도도 최대 1억원이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의 대중화와 더불어 자동차에 대한 패러다임 또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 자동차가 ‘소유’하는 자산이었다면, 이제는 계획된 기간 동안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소비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일반적인 자동차리스의 장점인 ‘절세 효과’ 외에 고객을 위한 차별적 가치에 집중했다. 리스차량 등록부터 정비, 보험까지 자동차 유지·관리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유지·관리형 리스를 선보인 것이다.
친환경 자동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우리은행의 우리드림카대출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자동차 국내 판매량은 12만5000대로 전년 대비 26.2% 급증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152만5000대)의 8.2%를 차지한다. 친환경자동차 중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이 74.5%다. 미세먼지 방지를 위한 정부의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이 확대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오는 2020년도면 친환경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 같은 시장 흐름을 상품에 반영했다. 우리드림카대출은 친환경차 구매 시 0.7%포인트의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최근 상품 재구성을 통해 대상 차량을 전기차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로 확대했다.
우리은행 측은 “친환경자동차 시장 주도권 확보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정부 정책을 이행하며 금융의 공적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강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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