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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원 등 여의도 초고층 15년 만에 분양… 3.3㎡당 3500만원 웃도는 분양가 부담
입력 : 2019.05.31 11: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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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汝矣島)는 이름만 놓고 보면 ‘섬’이다. 영등포와 작은 샛강을 사이에 두고 살짝 떨어져 있어 붙여진 명칭이다. 서울특별시에 속한 곳 중 유일하게 ‘섬의 자격’을 부여받은 곳이기도 하다. 면적 8.35㎢의 여의도는 1916년 간이비행장으로 쓰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해방 후 1968년 서울시가 여의도 일주도로인 ‘윤중제’ 공사를 착공한 후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1970년 마포대교가 들어서며 발전의 기틀을 닦았다. 하지만 여의도 발전의 결정적 계기이자 시작은 ‘아파트’였다. 1971년 지어진 여의도 최초의 아파트인 시범아파트가 그 주인공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584가구 규모로 당시 최초로 최고 13층의 ‘고층’으로 지어졌다. 원래 여의도 윤중제 확장공사를 종료하고 민간에게 토지 분양을 했으나 ‘섬에 뭘 짓냐’는 불신에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전혀 나오지 않자 서울시가 여의도에 이 같은 대규모 고층 아파트를 지어 그야말로 ‘시범’을 보인 것이다.
시범아파트가 성공적으로 지어지고 안착하며 이후 여의도 발전은 속속 이뤄졌다. 1975년에는 국회의사당이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고, 다른 한쪽에는 수많은 증권가 건물들이 들어섰다. 현재 한화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 자리를 오랜 기간 지켰던 63빌딩도 1985년 준공해 우뚝 섰다. 서여의도라 불리는 곳에는 국회와 KBS·MBC 등 언론사들이 포진하며 정치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동여의도엔 증권사와 금융기관 등이 포진하며 ‘한국판 월스트리트’로 이름을 알렸다.
여의도를 다시 활기 넘치는 곳으로 살려보려는 시도는 그 와중에도 많았다. 2007년 여의도의 랜드마크를 꿈꾸며 야심차게 출범한 파크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호기롭게 시작됐지만 이 프로젝트는 토지주와 시행사 간 갈등과 소송전으로 어그러졌다. 2010년 공정률 20%에서 사업이 중단된 것이다. 이후 이 상태 그대로 7년간 방치되면서 그야말로 ‘여의도의 흉물’로 자리잡았다.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었다. 2011년부터 2012년에 걸쳐 준공한 최고 55층 규모의 IFC(서울국제금융센터)다. 여의도에 마천루 빌딩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대규모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자 공실률이 높아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래저래 여의도는 2000년대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늙어버린 용’과 같던 여의도가 다시 재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서울시가 2013년 최상위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을 발표하며 여의도·영등포 일대를 4대문 안과 강남과 함께 ‘3대 도심’으로 정한 것이 역할을 했다. 거의 변동이 없거나 하락했던 주택가격(영등포구 기준)도 2014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상승했다.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통개발’ 발언을 한 이후엔 그 폭이 커지기도 했다. 작년 7월 박 시장 발언 후 12월까지 5개월간 영등포구 주택 전체 기준으로 무려 3.9%가 올랐을 정도였다.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서울 전체적으로 집값이 소강상태에 들어서며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의도는 일단 굳건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낡은 아파트 재건축, 옛 MBC 사옥자리 새 아파트 분양 호재
여의도의 현재 호재는 크게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낡은 아파트 재건축 시작과 과거 MBC 사옥으로 쓰였던 건물 자리에 15년 만에 새 아파트가 분양되는 주택 방면의 호재가 있고, 7년간 공사가 중단됐던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인 ‘파크원’이 단순 오피스빌딩이 아닌 생활·문화 시설을 대폭 강화한 복합콤플렉스로 내년 문을 여는 도시개발 차원의 호재가 있다. 두 가지 모두 여의도라는 지역에서 오랜만에 나온 호재라 사람들의 기대도 큰 편이다.
먼저 파크원 프로젝트. 2010년 20% 공정률 상태에서 7년간 중단됐던 파크원 프로젝트는 시행사와 토지주와의 갈등이 대법원 판결로 종료되면서 2017년부터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시행사는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해 NH투자증권이라는 굵직한 투자자를 찾아냈고, 시공사(포스코건설) 선정에 성공하며 2017년 공사를 다시 재개해, 그 골조공사가 근 1년 반 만인 2019년 4월 30일 완료돼 ‘상량식’을 했다. 오피스 2개동, 호텔 1개동, 백화점이 들어서는 파크원은 지하 7층 지상 69층 규모의 건축물로 비즈니스에서 쇼핑, 문화, 레저, 휴식까지 ‘원스톱 리빙’을 누릴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을 표방하고 있다. 오피스타워동은 2동으로 1동은 지하7층~지상69층 318m, 2동은 지하7층~지상53층 246m다. 호텔동은 지하6층~지상30층 101m로 드라마 <도깨비>에도 나와 이름을 알린 캐나다의 페어몬트 호텔이 들어서기로 확정됐다. 백화점동은 지하7층~지상8층 49m로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에 깃발을 꽂게 된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아지는 것과 15년 만의 새 아파트 분양은 낡고 노후한 주거환경을 대폭 개선, ‘주거’로서의 여의도의 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통개발 발언이 서울 집값 과열의 시발점이 됐다는 이야기 속에 재건축 정비사업은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시범·대교·한양·미성·공작·수정·광장 등 7개에 달하지만 이 중 광장아파트는 안전진단 단계에 머물러있고, 48년이 된 시범아파트는 기존 재건축 방식을 버리고 신탁방식 재건축을 선택, 현재 조합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 다른 5개 단지도 아직 조합설립까지도 가지 못한 상태.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옛 MBC 부지를 디벨로퍼인 신영이 GS건설·NH투자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입해 초고층 주상복합을 짓기로 하고 올해 분양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초 6월 분양을 예고했지만 이보다는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이는 ‘지웰시티자이(가칭)’는 2004년 ‘여의도자이’ 이후 15년간 전무했던 신규 아파트 분양 물꼬를 트는 상징성이 있다. 지하6층~지상49층 총 4개동 규모의 대규모 주상복합단지이고, 아파트 454가구, 오피스텔 849실이 6월 분양을 통해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입주는 2023년으로 예정돼있다. 새 아파트가 전무한 여의도 내에서 높은 인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파크원
다만 문제는 분양가격이다. 여의도에서 15년 만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라서 참고할 만한 분양가격이 마땅치 않다. 통상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1년 내 같은 지역 내 분양한 곳의 분양가의 110%까지는 용인해주는 분위기인데, 여의도는 이런 기준 숫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보면 ‘여의도자이’가 3.3㎡당 3000만원대 중반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감안해 이보다 110%를 쳐준다고 가정하면 2017년 여의도와 함께 비견되는 용산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한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와 비슷한 3.3㎡당 3600만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 시장에서 대체로 보는 시각이다. 다만 신영 등 컨소시엄이 땅값으로만 6000억원을 넘게 쓴 상황이라 최대한 높은 분양가를 받으려고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조율이 쉽지 않아 분양 일정이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는 40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받고 싶을 것인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에는 3000만원대 중후반 선에서 결정되겠지만 시간과 분양가가 결정되는 시기의 시장 상황이 문제”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아파트 분양재개와 파크원 프로젝트가 마무리단계로 들어가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이 두 호재가 만나는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IFC와 파크원,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옛 MBC 부지 복합개발사업지를 잇는 대규모 ‘지하 삼각벨트’ 사업이 진행 중이다. 기존 여의도역에서 IFC몰까지 이어진 지하보도(363m)를 파크원까지(218m) 연장하는 공사로, 오는 2020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작년 5월에 착공해 공사가 한창이다. 파크원과 옛 MBC 부지를 연결하는 지하보도 개발사업도 MBC 부지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2023년)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지하보도에 보행로뿐 아니라 지하상가(19개), 소규모 지하광장, 부대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인데, 증권사들이 몰려있는 여의도 동쪽에 대형 지하상업공간이 들어서는 의미가 있다.
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이 있긴 하지만 수용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철도망도 강화된다. 2021년 서울 관악과 샛강을 잇는 신림선을 시작으로, 오는 2023년 신안산선(안산~여의도) 개통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광역급행철도인 GTX B(송도~여의도~남양주) 사업도 진행 중이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에비슨영코리아의 김선영 이사는 “여의도 상권은 과거 ‘주말이면 텅 비어버린다’는 인식이 많았으나 신규 복합시설의 공급과 벚꽃축제·불꽃축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늘어나면서 최근 주중·주말할 것 없이 여의도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파크원 등 대형 복합쇼핑 문화공간 개발, 지하철 개통 등이 마무리될 경우 여의도가 명동·강남역 등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으로 직장인들의 문화 여가 생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소비 매출 수요 중 직장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여의도의 경우, 대기업 고소득 직장인이 많아 향후 안정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들썩이는 분위기 속에 긍정적인 숫자들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세빌스에 따르면 여의도의 2019년 1분기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지난 5년 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분기 여의도권역(YBD) 공실률은 10.6%로 전분기 대비 1.5%포인트나 감소했다. 2018년 1분기 여의도에 있던 LG계열사들이 마곡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25%까지 치솟았던 공실률이 1년 만에 정상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여의도 공실률을 높이는 역할을 했던 IFC빌딩의 공실률도 지난해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사들이며 대대적 마케팅을 펼친 결과 IFC1 공실률은 거의 ‘제로’상태이고, IFC2가 12%, IFC3가 32% 정도로 기록됐다. 새롭게 올라간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 역시 사학연금빌딩이 재개발에 들어가 소규모 임차인들이 넘어오며 공실률이 떨어졌고, 올해 6월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IFC3 빌딩 6개층을 임차하고, 공유오피스가 2개층을 빌리기로 하면서 공실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인혜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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