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도 헷갈리는 서울 APT 매수 시기 “당분간 조정 불가피” vs “서울 대기수요 많다”

    입력 : 2019.03.05 16:02:22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3차(전용 105㎡) 매매가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직전 28억원에 거래됐던 해당 매물이 최근 22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전고점 대비 5억원 이상 낮아진 것. 브레이크 없이 치솟던 강남 아파트 가격이 몇 달 새 급격한 반전을 맞이한 분위기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및 강남 일대 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및 강남 일대 아파트
    강남권에서도 핵심지로 불리는 대치동과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 시세도 급락했다.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4단지 등은 최소 2억~5억원 가까이 실거래가가 빠졌다.

    같은 강남권이라도 신축 아파트들은 가격 하락을 버텨내며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지난 상승장에 동승하지 못했던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은 강남 입성 기회를 호시탐탐 고심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등 부동산 전문가 4인에게 서울 재건축 아파트 투자 타이밍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와 더불어 재건축 아파트 이외 아파트에 대한 투자 전략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네 명의 전문가들은 제각기 다른 타이밍을 짚어냈다. 당장 집을 사야 한다는 의견부터 최소 1~2년은 기다리라는 주장까지 의견 차가 컸다.

    사진설명
    ▶이상우 애널리스트 “서울 아파트 대기수요 여전”

    상승론을 펴고 있는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지금 당장’ 아파트를 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핵심은 지금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찍었느냐는 것인데 KB부동산의 주간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매수 의향이 최근 3주간 회복하고 있다”며 “작년 9월 이후 급격히 줄었던 거래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매매가 하락과 거래량 축소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그널이지만, 회복 경향성이 엿보인다는 의미다.

    이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으로 설날과 추석 등 명절을 전후해 급격히 변화하는 한국 부동산 특징을 감안하면 설 연휴를 전후해 집값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구정연휴가 지나면서 조금씩 거래량이 최저점대비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이 애널리스트의 말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다만 그 회복속도가 더딘 만큼 시장 변화양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서울 아파트에 대한 대기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질 때만 기다리는 매수 대기자들의 눈치 보기가 머지않아 실제 매수로 이어질 것”이라며 “좀 더 면밀하게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핀셋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최근 이뤄진 수억원 폭락 거래를 가족 간 거래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거래가는 최소 상속·증여 또는 지분거래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순한 가격하락으로 점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시장상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정상 시세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의 가격하락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시장반응이다”며 “특히 하락시장에서 이러한 가족 간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단순하게 표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종완 원장 “오랜 기간 가격 조정돼야 시장 안정”

    반면 고종완 원장은 1~2년간은 지켜보자는 상반된 주장을 폈다. 그는 “재건축 거품이 낀 만큼 빠지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크게 올랐기 때문에 크게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오랜 기간 가격이 조정돼야 시장이 안정화할 수 있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대표적 부동산 순환주기론자인 고 원장은 경기 순환 변동 차원에서 현재 흐름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반의 큰 흐름을 보면서 현재 상황을 예측하지 않으면 현재 위기 속에서 성공적인 투자전략을 세우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시장은 1차 바닥일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최근에 떨어진 곳들은 대표적인 지역 대장주 아파트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만큼 그 외 주변 아파트의 가격 하락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결국 도미노 효과처럼 대장주를 따라 가파르게 상승했던 주변 아파트까지 이러한 하락 효과가 미치면서 상당기간 진통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자연적 원칙이 부동산 시장에도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게 고 원장의 논리다.

    그는 “자칫 잘못하다간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버블이 걷히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해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으로 본다면 조금 편하게 현재 상황을 관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원장은 이어 “부동산은 단타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미래가치가 올라갈 만한 곳들을 주목해야 한다”며 “몇 년 후 확 달라질 강북의 청량리, 강남의 삼성역 등은 물론 서울시가 미관지구를 해제해서 효과를 보는 지역을 집중해서 볼 것”을 주문했다.

    지금 거래가 안 되고 있는 만큼 손바뀜이 더 일어날 때까진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그는 “최소 2년 정도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만큼 두 번째 추가하락도 불가피하다”며 “모든 부동산 투자자들이 지금은 한 템포 숨을 돌려야 할 타이밍이다”라고 강조했다.

    ▶관망론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다른 전문가들은 ‘관망세’다. 대부분 이르면 1분기,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켜보라는 입장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시장에서 1~2월에 급매물량이 얼마나 소화되느냐가 핵심”이라며 “1분기 거래량이 사실상 올해 집값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인 전망이 쉽지 않은 만큼 당장 변곡점이 될 수 있는 현재 거래량 추이와 1분기 거래량이 올해의 승부처라는 것. 박 전문위원은 이번 1분기에 매수세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계단식 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그는 “현재 추가 조정을 바라는 기대심리가 시장 전반에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그렇다면 이러한 매수인 측의 약보합세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시장 상황의 변화가 나타나야지만 시장에 변화의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박 전문위원은 “재건축 아파트 중에도 여전히 최고가와 엇비슷한 호가가 유지되는 아파트들도 있기 때문에 단지별 사업 추진 현황과 가격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랩장은 ‘상반기 대외변수’를 올해 부동산시장의 분수령으로 점쳤다.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 금리 등 경제 변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함 랩장은 “상반기를 지켜본 뒤 하반기에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며 “현재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조급하게 매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올해도 전국에서 38만 가구가 입주하기 때문에 상반기까지는 신중한 시장 예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격 교섭력이 높아지는 건 입주가 정점에 달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상반기 관망세는 꾸준히 이어진 뒤 하반기에 본격적인 매도인 대 매수인 간 힘싸움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상황이라든지 급격한 부동산 시장 상황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무리한 투자나 공격적 매수보단 긴 호흡으로 시장을 관망해야 한다는 의미다.

    함 랩장은 “그런 만큼 보유자금을 정확히 확인해보고 다양한 시장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지금은 조금 돌아 가야할 때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함 랩장은 “상반기에 부동산 가격이 더욱 급락하면 정부에서도 규제 일변도 정책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바뀔 수 있는 하반기에 승부수를 던지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결국 시장과 정책의 힘싸움이 수년간 이어오며 시장이 정부를 압도하는 모양새였지만 현재 강력한 정부정책 이후로는 정책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보유세 강화 등 정부 측에서 아직 내놓지 않은 더욱 강력한 카드들이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추가 압박이 가능하다는 변수도 있다.

    함 랩장은 “정부에서는 현재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어떻게든 시장에 안정적으로 하방압력을 넣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런 만큼 투자자들도 정부 정책의 변화양상을 잘 분석하고 예측한다면 보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은마아파트 전경
    은마아파트 전경
    ▶전세시장은 하향 안정화 뚜렷

    그렇다면 재건축 아파트 외의 아파트에 대한 매수 타이밍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기존 재건축 아파트와 신축 및 그 외 아파트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론 같은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보면서도 조금씩은 구별해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제가 말씀드리는 현재 구입해야 하는 서울 아파트는 재건축이냐 신축이냐를 가리는 건 아니다”며 “시장 전반적인 흐름 추세상 결국 오를 아파트는 오를 것이란 큰 틀에서 접근한 분석이다”라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 최근 한국감정원 시세 추이와 기타 민간분석업체의 아파트 가격 흐름이 조금 상반된 면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단순히 하나의 통계자료와 숫자를 보고 판단하기보단 다양한 데이터를 놓고 관심단지와 지역을 살펴봐야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고종완 원장은 “신축은 상대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힘싸움이 치열한 영역인데 이 역시 거품이 껴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며 “결국 신축 아파트도 버블 붕괴를 피하기 어렵지만 재건축 아파트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축 아파트는 주거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선호도 측면에서 재건축 아파트보다 실거주 수요가 많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질 때 가격 방어가 재건축 아파트보단 좀 더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 타이밍을 재건축 아파트보다 조금 앞에 잡는 것이 더욱 좋다”고 밝혔다.

    고 원장은 지역별로도 투자 타이밍을 달리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강남은 비교적 과도하게 상승했고 투기수요도 꽤 많았던 만큼 버블도 상대적으로 더 심했다”며 “강북 주요구 역시 그랬지만 상대적으로 실수요자가 많고 주거 이동성 버블이 낮아서 리스크가 낮다”고 분석했다.

    특히 강남은 투자수요까지 겹쳐 2~3채씩 보유한 사람들이 많은 만큼 세금 부담이나 양도세 부담으로 인한 급매 가능성이 높은 반면 강북권은 그런 위험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구축 아파트의 하락이 신축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일단 최고가와의 가격 차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세는 뚜렷한 반면 신축 및 강북권 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오락가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동부이촌동과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 등 구축 아파트에서도 가격이 올라간 단지가 제법 있다”며 “마찬가지로 신축 아파트의 경우에도 이번 하락세 가운데 가격이 오른 단지가 있는 만큼 단순히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보단 전고점 대비 가격이 어떤 흐름을 가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랩장 역시 “비교적 새아파트는 구축보다 하락세가 덜할 수 있다”며 “신축 아파트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희소성이 있는 만큼 실거주자라면 구축보단 신축 아파트 구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최근 가파르게 하락중인 전세시장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일관되게 하향 안정화를 점쳤다.

    고 원장은 “전세시장은 오로지 수급균형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에 예측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일단 올해 서울 공급량을 따져보면 적절히 떨어지다 안정화되는 방향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 랩장 역시 “전세는 하반기까지 계속 빠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입주 물량이 누증하는 만큼 하반기까지 전세가 하락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 원장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현재처럼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이자부담 등으로 인해 전세 하락이 가속화할 수 있다”며 “역전세난 등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특히 전세입자들의 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동훈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