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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택 사서 ‘부분 임대’ 해볼까…한 채를 두 채처럼 리모델링한 아파트 인기
입력 : 2018.07.12 09: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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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구분형 주택으로 구조변경이 가능한 중대형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
세대구분형 아파트란 한 채를 두 채처럼 리모델링한 아파트를 뜻한다. 주택의 일부를 임대가 가능하도록 출입문과 부엌, 욕실, 화장실 등을 별도로 만든다. 세대구분 후에는 한 채만 임대할 수도 있고 두 채 모두 임대할 수도 있다. 면적이 큰 아파트라면 ‘집주인 + 세입자 2가구’ 또는 ‘세입자 3가구’로 구성된 ‘한 지붕 세 가족’ 구조도 만들 수 있다.
세대구분형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집주인에게 안정적인 고정소득을, 임차인에게 가성비 높은 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 일거양득인 셈이다. 다만 세대구분을 해 등기상 주택을 분리하더라도 이를 별도로 등기하거나 매매할 수 없다. 쪼갠 가구는 전세나 월세 등 임대 용도로만 쓸 수 있다.
그동안에는 새로 짓는 아파트에만 세대구분형 구조가 적용됐고 기존 아파트를 세대구분형 구조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보유하기 위해선 세대구분형 구조로 나온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년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기존 공동주택 세대 구분 설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기존 아파트도 세대구분형으로 구조변경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캥거루족에게 인기가 많았다. 캥거루족이란 다 성장해 자립할 나이가 됐음에도 취직하지 않거나 취직을 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뜻한다. 세대구분형 아파트에 거주하면 부모와 장성한 자녀가 붙어살면서도 각자의 사생활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자녀 출가 후 여유 공간이 생긴 은퇴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다. 부족한 노후 소득을 임대소득으로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들도 세대구분형 아파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별도 등기를 하지 않아 ‘1가구 2주택’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주택자를 향한 현 정부의 서슬 퍼런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벗어나면서도 짭짤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아직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시중에 많지 않다. 공급은 한정돼 있지만 세대구분형 아파트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점차 늘고 있어 매매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필요할 때 시장에 내다팔아 적시에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최근 경기도 신도시에서는 중대형 아파트가 소형 아파트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안 소형 아파트가 ‘대세’였는데 이상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아파트 세대구분 리모델링 허용 움직임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의 전년 대비 공시가격 상승률이 85㎡ 이하 아파트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중소형을 뛰어넘었다는 의미다. 가장 큰 상승률을 나타낸 면적은 전용 135~165㎡로 전년 대비 평균 6.71% 올랐다. 11년 만에 처음으로 33~50㎡(소형), 60~85㎡(중형) 아파트 상승률을 추월했다. 이어 전용 165㎡ 초과 주택이 평균 6.62%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용 85~102㎡도 6.54%로 전국 평균(5.63%)을 웃도는 수치를 보였다. 반면 전용 60~85㎡ 이하는 4.54%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경기도 신도시에서 중대형 강세가 두드러진다. 김포·평촌 신도시의 전용 85㎡ 초과 아파트값 상승폭은 중소형의 2~3배를 넘어선다. 반면 서울에서는 아직 중대형 아파트의 강세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서울에서 중대형 아파트는 가격이 20억원을 넘는 게 많은데, 이는 대출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매수할 수 있는 수요층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신도시에서는 대체로 10억원 수준이면 중대형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되살아난 것은 세대구분 리모델링 촉진 법안이 추진되면서 대형 아파트 가치가 재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세대를 구분함으로써 가장 혜택을 보는 사람은 은퇴 노후 부부 세대다. 자녀 출가 이후에도 기존 대형 아파트에 그대로 거주하면서 월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대형 아파트가 세대 구분이 되면 소형 아파트 공급이 늘기 때문에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젊은 층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김상진 한양대 교수는 “기존 아파트의 세대 구분이 활성화하면 현재 주택시장에서 찾는 이가 없어 헐값이 된 기존 대형 아파트 몸값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대구분 리모델링은 정부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데 새로 짓는 주택만으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1~2인가구용 초소형 임대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연 4만 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관련법 개정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주택법은 세대구분이 가능한 아파트의 범위로 신축 주택만 명시하고 있다. 법조문상 기존 주택의 세대 구분 리모델링이 가능한지 분명하지 않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가 ‘세대 구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음에도 지자체 공무원들이 인허가를 내주기 꺼려했던 이유다. 공무원들은 공연히 허가를 내줬다가 사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현재 국회가 추진 중인 공동주택 세대 구분 관련 주택법 개정안은 주택법에 규정된 ‘세대 구분 아파트’(2조와 35조) 범위에 이미 지어진 아파트도 포함한다.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5월 25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가 보다 명료해질 전망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대형 아파트를 소유한 개인들이 세대구분 리모델링에 적극 동참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이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대구분 리모델링 가능한 아파트 구조 따로 있어
기존 주택이 모두 세대구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존 주택이 세대구분 구조로 변경되려면 단독주택이 아니라 공동주택이어야 하고, 세대구분을 통해 만들어지는 구분세대 공간의 주거전용면적이 1인가구 최소주거기준인 14㎡ 이상이어야 한다. 현관 입구는 여유공간이 있어서 구분세대가 이용할 별도의 출입구 설치가 가능해야 한다.
화장실은 2개 이상 있고 구분세대와 인접한 곳에 화장실이 하나 있어서 독립적으로 이용 가능한 구조가 좋다. 구분세대의 주거공간에 발코니가 확보돼 있다면 주거공간이 협소할 경우 발코니 확장을 통해 보다 넓게 활용할 수 있다. 구분세대의 방이 임대세대(집주인이 머무르는 큰 집)의 주방 쪽에 가까우면 구분세대의 주방을 설치하기가 용이하다.
구분세대 증가로 전기용량과 주차장 사용량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단지의 전기용량과 주차장 용량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 고려할 경우 세대구분이 이뤄지는 가구수는 단지 전체 호수의 10분의 1, 동별 호수의 3분의 1 정도가 적절하다고 국토교통부는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러한 조건을 갖춘 기존주택이라면 세대구분을 고려해볼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최근 세대구분 리모델링의 영향으로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평촌 목련 아파트 모습.
기존 아파트의 세대구분은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1항에 따른 행위허가 대상이어서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고 공사를 해야 한다. 공동주택의 행위허가 기준(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5조 별표3)에 따라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동의를 받은 후 행위허가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공사가 완료되면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4항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용검사를 받은 후 사용할 수 있다.
가령 발코니 확장을 위해 비내력벽을 철거할 경우에는 해당 동에 거주하는 입주자 또는 사용자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배관설비를 추가 설치하거나 전기설비를 추가 설치하는 것은 대수선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동의 입주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방침에 따르면 전체 가구수 중 10분의 1, 동별 가구수 중 3분의 1 이내만 부분임대형으로 바꿀 수 있다. 세대구분 리모델링에 관심이 있는데 이웃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상당수의 이웃이 세대구분 리모델링에 착수했다면 뒤늦게 세대구분 리모델링을 신청한다 해도 지자체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
▶세대구분 활성화 위해 제도적 보완 필요
세대구분 리모델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민 간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세대구분 리모델링으로 단지의 전체 가구수가 늘어나지만 단지가 갖춘 인프라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주차 공간과 생활편의시설 부족,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의 이유로 주민들이 세대구분 리모델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세대구분 과정에서 내부 벽체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같은 벽체의 문제점은 두께가 비교적 얇아 방음 문제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벽체를 두껍게 설계하면 그만큼 공사비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사비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난관이다. 집 하나만 소유하고 있을 뿐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부족한 ‘하우스푸어’의 경우 임대소득을 얻고 싶어도 세대구분 리모델링에 필요한 공사비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세대구분 리모델링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대출 시스템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전기, 수도, 난방을 개별 계량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관리비 갈등을 막을 수 있다. 분리세대에 별도의 계량기와 차단기를 설치하면 세대별 전기용량을 제한해 단지 전체의 과부하를 방지할 수 있다. 반면 수도와 난방은 계량분리가 가능하긴 하나 부담해야 하는 요금에 비해 공사가 복잡하고 비용이 과다하게 수반될 수 있다.
[용환진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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