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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경매, 공부 좀 해볼까…감정가 맹신 말고 발품 팔아야
입력 : 2018.07.12 09: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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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뿐 아니라 강남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가 5월 첫째 주부터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반전한 6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송파구는 4월 셋째 주부터 최근 9주 연속 하락세다. 하지만 서울, 특히 강남 아파트 거래 시장에서 유독 뜨거운 곳이 있다. 바로 경매시장이다.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103.6%를 나타내며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로만 좁히면 지난달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이 112.4%까지 높아진다. 이 역시 2001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다. 강남3구는 지난 1월 낙찰가율 110.8%를 보이며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이후 2월 98.8%로 소폭 하락 이후 3월(101.3%)·4월(108.1%) 연속 100% 이상을 기록했고 5월에는 다시 최고치를 돌파했다. 낙찰가율이 112%라는 것은 낙찰된 매물의 평균 가격이 감정가보다 12% 비싸다는 의미다.
실제로 5월 서울중앙법원 경매에서 서초구 방배동 방배래미안타워 아파트 전용면적 135㎡ 10층 매물이 감정가 10억원에 나왔다. 현재 이 아파트의 호가는 14억~14억5000만원으로 40%나 저렴한 감정가가 책정된 셈이다. 같은 달 15일 같은 면적의 12층 매물은 13억3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40평대의 중대형 매물이지만 입찰에는 14명이나 몰렸다. 결국 최종 낙찰가는 13억399만원까지 치솟으며 낙찰가율이 130%에 달했다. 하지만 이 낙찰가 역시도 실거래가보다는 3000만원 정도 저렴한 액수다. 같은 달 양천구 목동 벽산 아파트는 감정가가 6억7000만원으로 매겨져 입찰에 23명이 참여했다. 결국 9억120만5000원을 써낸 입찰자가 소유권을 확보했다. 이날 경매는 서울 최고 낙찰가율(136%)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서울 특히 강남권 아파트의 경매시장이 일반 매매시장과 달리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뭘까. 결국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경매 감정가가 시세보다 30~40% 싸게 나오고 있다.
경매 감정가와 시세가 차이가 나는 것은 감정가의 결정시기와 실제 경매 타이밍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감정가는 경매개시결정 직후에 결정되는데, 실제 경매에 들어가기까지는 통상 6~7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강남 아파트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최근 진행되는 경매매물의 감정가가 이만큼 낮게 나온다는 얘기다. 실제 지지옥션이 지난달 서울시내 낙찰가율 100% 이상을 기록한 아파트 매물 24건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해당 물건들은 시세보다 평균 5.8% 낮았다.
이처럼 경매시장은 일반 매매시장과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투자자들에게 틈새전략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경매시장은 부동산 하락기에 더욱 관심을 받는다. 경기 불황에 들어서면 금리가 상승하고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대출연체로 인한 경매 매물이 쏟아진다. 일반 매매 시장의 낙폭보다 더 가파르게 감정가가 낮아지고, 유찰이 지속되면서 현금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투자기회를 안겨준다.
요즈음 부동산 경매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해 수익을 내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경매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많지 않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한 부동산 가격을 뒤늦게 쫓아가느라 경매 경쟁률과 낙찰가율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경매시장에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금부터 경매시장의 ABC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놓고 주변의 시세와 매물에 대해 공부해 놓는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경매를 처음 시작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다음의 7가지는 꼭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2.감정가를 맹신하지 말라 감정가는 매물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평가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감정가는 감정하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고 감정시점에 따라 고무줄처럼 바뀔 수 있다. 최근 강남 아파트의 감정가가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것도 이런 감정가 산정과 실제 경매의 타이밍 차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감정가가 책정되는 시점은 경매개시일 이전 5~6개월 전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같이 시세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4~5개월이면 몇 천만원에서 몇 억원까지 차이가 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물 주변의 실거래가를 국토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주변 시세를 부동산중개업소 등에서 직접 체크할 필요가 있다.
3.매물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요즘 위성지도나 로드뷰 등 지도서비스가 워낙 잘 갖춰져 있다 보니 현장을 가보지도 않고 감정가만 보고 응찰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하지만 매물 현장 주변의 동선과 주차상황, 사람과 차량 통행량, 일조량, 토지의 높낮이 등은 직접 가서 봐야 알 수 있다. 연간 1~2회 촬영하는 로드뷰로는 수시로 변하는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위성지도도 토지의 높낮이나 이용실태 등을 명확히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토지의 경우 이왕이면 지적도 등을 발급받아 경계와 소재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의 경우에는 경매의 특성상 일반 매매와 달리 집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기 어렵다. 밖에서라도 매물 상황을 살펴보거나, 주변 부동산이나 주민들 얘기를 들어본다면 도움이 된다.
4.한 달 내 잔금 완납할 계획 세워야 경매는 입찰 당일 보증금으로 최저가의 10%(재경매물건은 20%)를 납부하고, 최고가를 써내 낙찰자로 선정된다면 매각허가결정 과정을 거쳐 약 한 달 내에 잔금을 납입해야 한다.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가 통상 계약 후 2~3달 후 잔금을 치르는 데 비해 촉박한 일정이다. 재경매에 나오는 상당수 물건들이 기간 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대금미납으로 나온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낙찰자가 납부한 입찰보증금 10%는 법원에 몰수된다.
응찰 전에 반드시 은행 등 금융기관에 문의해 구체적인 자금동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간혹 유치권 등이 있을 경우 대출에 제한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을 입찰할 경우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을 때 해결책도 염두에 둬야 한다.
5.입주 시기는 몇 달 넉넉히 잡아야 경매는 법원의 진행절차에 따라 이뤄지지만 의외로 입주지연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보통 낙찰 이후 항고기간을 거쳐 잔금납부 기간까지 40일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잔금 납부 이후에도 바로 재산권을 행사하거나 입주하지 못하고, 명도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있다.
일부 경매 투자자들은 자기 집의 전세금액을 빼서 경매에 참여하는데 전세 만료기간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낙찰을 받았다가 임차인 등 이해관계인이 항고(이의신청)하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항고 판결이 최소 3~6개월, 이사(명도)까지 하는데 1~2개월이 더 소요되므로 입주 시기를 넉넉히 잡아야 한다.
7.입찰장은 전쟁터, 사소한 실수 용납 안 돼 경매 입찰장은 돈을 벌려는 사람들과 투기의 기운으로 넘실댄다. 연거푸 경매에서 최고가를 써내지 못해 떨어질 경우, 낙찰 자체가 목표가 되는 우를 범하기 쉽다. 특히 경쟁률이 높고 주변의 분위기가 과열될 경우 생각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낙찰을 받고 정신을 차려보면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경매를 받은 경우도 종종 있다.
또 아무리 싸게 최고가 매수인으로 결정됐다 하더라도 입찰 서류의 기재 실수, 입찰보증금 부족, 대리인 응찰 시 본인의 인감증명서 미첨부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입찰자격이 취소된다. 일부에서는 긴장으로 인해 입찰가격에 ‘0’을 하나 더 기재하는 경우도 있다. 1억짜리 물건을 10억에 입찰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대부분 경매 취소를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해 보지만 취소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10배가 넘는 잔금을 내거나, 보증금 10%를 몰수당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대부분 보증금을 떼이고 만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고, 작은 실수도 조심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법원 경매물건 정보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유용한 사이트를 하나 소개한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는 5월 11일 법원 경매정보 사이트인 ‘신한옥션SA’의 문을 열었다. 권리분석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법원 경매 정보를 무료로 노출하는 것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6월 말에는 신한은행 모바일 플랫폼 ‘쏠(SOL)’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서비스가 탑재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경매 물건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면 더 많은 사람이 손쉽게 경매시장에 참가할 수 있다”며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경매의 장점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신한은행에 월 30만원 정기적금을 가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는 주택, 토지 등 경매물건의 복잡한 권리관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기준권리를 정리하고 특수물건에는 자문센터 인력이 일일이 해석을 달도록 했다. 기존에는 경매업체에서 유료로 확인해야 했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플랫폼에 무료로 공유하는 셈이다. 경매와 관련된 지도, 토지이용계획서, 법원 분석자료도 한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서비스가 구현됐다.
신한은행은 내년에 경매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대출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시중은행들은 경매의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시장이 좁다는 이유로 경매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경매응찰자들은 그간 2금융권에서 10%대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했는데, 1금융권 대출이 출시되면 신용등급 영향 없이 저리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범주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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