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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고액보험으로 상속세·노후 부담 던다
입력 : 2017.10.20 11: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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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들의 대표적인 재테크 상품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불패(不敗) 신화의 주인공인 부동산이나 최근 글로벌 경제 회복과 코스피 상승 덕에 다시 각광받는 펀드도 있겠지만 최근 주목받는 것은 바로 보험이다. 가입금액만 최소 수천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액 보험은 실제 투자 수익을 노리는 다른 재테크 종목과는 달리 향후 자녀에게 짐이 되는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거나 확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해 은퇴 후 걱정을 누그러뜨리려는 자산가들의 리스크 헤지 전략으로 활용도가 높다.
주로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료를 많이 낸 만큼 그에 비례해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이 많지만 가업승계를 원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해 아예 ‘경영인 보험’으로 선보인 정기보험, 보험료와 보험금을 모두 미국 달러로 거래해 향후 달러 상승 시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는 달러 기반 변액보험도 나온 덕택에 ‘보험 재테크’를 고민하는 자산가들의 선택지는 더욱 넓어졌다.
VVIP를 위한 종신보험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한 후 남겨진 유족의 생활 보장을 위해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가장들이 주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VVIP인 슈퍼리치들을 위한 종신보험은 이 같은 기본적인 기능은 그대로 갖추는 동시에 전문가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연금전환, 일시납 할인 등의 부가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생명은 가입금액과 서비스에 따라 ‘VVIP종신보험’과 ‘헤리티지종신보험’ 2종의 고액 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VVIP종신보험의 최소 가입금액은 10억원, 헤리티지종신보험은 30억원이다. 40세 남성이 VVIP변액유니버설종신보험을 10억원, 20년납으로 가입할 경우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는 236만원에 달한다. VVIP종신보험의 경우 기본적인 사망보장 기능과 함께 연금전환·고액계약 유지보너스 기능도 갖췄다.
연금전환은 필요할 경우 보험금을 연금 형태로 받도록 해 노후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며 적립전환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저축성 보험으로 바꿔 다양한 목적자금으로 활용 가능한 기능이다. 그 외 장기요양과 암, 재해 등도 별도 특약에 가입하면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액 보험’만의 차별화된 혜택을 꼽는다면 바로 고액계약 유지보너스를 들 수 있다.
월납 계약에 가입한 고객이 오랫동안 계약을 유지하면 3·5·10·20년이 되는 때에 기본 월 보험료에 일정비율(6% 또는 6.5 %)을 곱한 금액을 적립금에 더해준다. 주보험가입금액 10억원, 20년납으로 가입한 경우 3년째에 월 보험료 236만원×36×6% 인 509만원을, 20년째에는 236만원×120×6.5%인 1840만원을 더하는 것이다.
교보생명의 ‘교보노블리에 종신보험’은 최저 가입금액이 10억원 이상으로 아예 “고액 자산가의 상속세 대비를 위한 전용 종신보험”의 콘셉트로 출시됐다. 가입 즉시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제공해 유가족들은 상속세 재원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다른 보험과 똑같이 처음 가입할 때 정한 사망보험금이 그대로 유지되는 기본형뿐 아니라 가입 후에 보험금이 매년 5%씩 늘어 20년 후에는 사망보험금 규모가 두 배로 커지는 체증형도 팔고 있다. 만약 보험에 가입해 있는 동안 보유자산이 늘어나 그만큼 상속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될 때 유용하게 활용 가능하다.
40세 표준체 남성이 기본형 상품에 보험가입금액 10억원, 20년 월납으로 가입할 때 매달 내는 보험료는 224만1000원이다.
중간에 보험을 깰 때 받는 해지환급금이나 사망보험금을 재원으로 배우자나 자녀가 새 보험에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계약승계제도도 눈에 띈다.
최저 가입금액 3억원인 ING생명의 ‘로얄VIP종신보험’은 한번에 보험료를 다 내는 일시납으로 가입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50세 남성이 가입금액 5억원으로 계약할 경우 20년납일 때는 총 3억4524만2000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일시납일 때는 2억1230만5000원으로 38%나 줄어든다.
한화생명과 NH농협생명에서는 고액 ‘정기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정기보험은 피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에게 보험금을 주는 것은 종신보험과 똑같지만, 미리 약정한 보장 기한 안에 사망했을 때만 보장하는 대신 월 보험료가 종신보험보다 더 싸다.
한화생명의 ‘한화생명 경영인 정기보험’은 은퇴시기가 늦고 경제활동 기간이 긴 CEO와 전문직 종사자의 특성을 감안해 가입나이를 75세, 보장기간은 90세까지 늦췄다. 현금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법인사업자를 위해 중도인출 기능도 탑재했다.
농협생명 ‘행복한NH경영인정기보험(무배당)’은 CEO를 피보험자로, 계약자와 수익자를 법인으로 지정하면 CEO가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회사 유동자금이나 대출금 상환으로 사용 가능하게 했다. 기업이 납부하는 보험료는 전액 비용 처리된다.
현재 고액보험을 판매 중인 한 생명보험사가 병원을 운영하는 40대 가장의 상황을 분석해 고액 종신보험 가입을 권유한 제안서를 보면, 이 고객은 현재 40대 배우자와 각각 18세, 16세인 자녀 둘을 두고 있다. 향후 가장 사망 시 상속 가능한 재산은 38억5000만원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상가 등 부동산인 것이 특징이다.
별도의 종신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이 고객의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은 상속공제 10억원, 적용세율 40%, 신고세액공제 9820만8000원 등을 고려하면 8억8386만원에 달한다.
자산가 자녀라고 해도 8억원이 넘는 현금을 납부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이 고객이 10억원의 보험료를 받는 고액종신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총 자산은 48억5000만원, 최종 세금은 12억원을 넘는데 이는 고객 사망 시 나오는 보험금으로 충분히 지불이 가능한 수준이다.
보험료 납부 덕에 상속자산 자체가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상속세 납부 후 고객 자녀가 물려받을 수 있는 자산 규모는 보험 가입 전 29억7100만원에서 보험 가입 후 35조9100만원으로 6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금액대가 큰 만큼 누구나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만약의 경우 입을 수 있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수차례 상담을 통해 ‘진짜’ VVIP를 가려낸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자산 규모, 보험료 부담 능력과 보험 사기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뒤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가입자를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교보생명은 각종 문화행사와 교양강좌에서 VVIP고객들끼리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노블리에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전체 고객 중 매년 0.1%의 최상위층에 포함되는 4000여 명에게만 가입 자격이 주어진다. 보험료 규모와 보험 유지기간 등을 고려해 선정되는데, 대부분 고액 보험 가입 고객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고액 자산가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고액 보험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보험의 진화도 주목된다. 상속재원 마련뿐 아니라 해외 투자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보험도 최근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 7월 출시한 ‘무배당 평생소득 변액연금보험’은 출시 이후 10주 만에 2068만달러(약 233억원) 규모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건당 3만달러(약 3400만원)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고액 일시납 보험으로 가입자들이 지불한 보험료의 75%를 200여 개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이지만, 금리나 투자 수익률에 상관없이 평생 변하지 않는 노후소득을 달러로 받을 수 있다는 이점 덕에 가입자가 몰렸다.
가입나이에 따라 납입한 보험료의 최저 3.80%에서 최고 5.20%를 매년 확정된 노후소득으로 지급하는데 만약 45세 여성이 가입 즉시 노후소득을 받기 시작하면 70세까지 납입한 보험료의 100%, 90세까지 생존하는 경우 납입한 보험료의 180%를 수령하게 된다. 보험금을 달러로 받는 만큼 향후 달러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도 누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김태성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7주년 특집호·제85호 (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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