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신’ 호날두 다리의 가치는? 눈 확 뜨이는 이색보험의 세계
입력 : 2017.06.19 14:43:04
-
‘세계적인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다리의 가치는?’
대한민국 열에 아홉 이상이 보험에 가입했지만 가입상품들은 사실 크게 차이가 없다. 자동차, 암, 연금저축 등 보험 포트폴리오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알아보면 이색보험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이색보험으로 키퍼슨(Key Per son) 보험을 들 수 있다. 키퍼슨 보험은 타 직업과 비교해 퇴직금이 없고 활동기간이 짧은 직업특성상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다. 연예인이나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의 특정 신체부위나 능력에 대한 보험을 의미하는 키퍼슨 보험은 국내에도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일찍이 코코의 이혜영은 12억원의 다리보험, 배우 강수연은 2억원의 얼굴보험을 들었다. 가수 보아와 비는 각각 20억, 100억원의 성대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배우 겸 가수인 바다는 10억원의 목소리 보험에, 걸스데이의 유라는 5억원의 다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키퍼슨 보험가입 사례도 드물고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색적’으로 느껴지나 해외스타들에게는 일반화된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9600만파운드(약 1400억원)의 다리보험, 머라이어 캐리는 약 10억달러(약 1조 1230억원)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높은 보장금액 만큼 높은 보험료를 자랑하지만 스타 개인의 가치나 매력, 실력 등을 수치상으로 보여주며 홍보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이색보험 스케일 보소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예술인 전용 자동차 보험’ ‘프렌치 불독 전용 펫보험’ 등 세분화된 상품과 ‘당뇨병 환자를 위한 여행자 보험’, ‘테러발생국 여행자 보험’ 등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음악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 보험’은 영국의 음악가들을 록이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간주해 일반 운전자보다 40~90%까지 높은 자동차 보험료를 책정한다. 이들을 대신해 BBM은 기존 보험사와 협상해 기존보다 최대 64% 저렴한 보험료로 더 큰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 보험을 내놨다.
이 밖에 척추가 좋지 않아 병원비가 많이 드는 프렌치 불독만을 위한 펫보험, 장소에 상관없이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여행자 보험, 테러 발생국 여행자를 위한 보험 등 특정 위험에 대한 보장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보험을 출시한 글로벌 보험사도 있다.
중국에는 이혼을 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도 있다. 이 상품은 이혼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이혼하지 않도록 보험사가 건강한 결혼생활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상품명은 ‘이혼보험’이지만 실제로는 ‘이혼방지보험’이다. 보험료가 30세 남자 기준 우리 돈으로 1만5000원에 불과해 젊은 커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는 소액보험으로 무덤보험이 있다. 이 보험은 천재지변이나 사고로 조상의 무덤이나 비석 등이 손상되면 수리비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성묘 때는 왕복 교통비도 준다.
스위스는 ‘눈 부족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이 보험은 알프스 스키 여행을 떠났는데 눈이 내리지 않고 여행을 망치게 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보험금은 보험료에 따라 26만~66만원까지 차등 지급한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딩크족을 위한 ‘임신보험’도 있다. 캐나다에서 출시된 이 상품은 불임수술을 했음에도 임신을 했다는 의학적 증거를 제시해야 보장된다.
영국에서는 축구의 나라답게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지면 패배에 대한 충격을 보장하는 보험도 판매하고 있다. 이 보험은 월 보험료가 19만원, 보험금이 약 1억8000만원이다. 황당한 이색보험으로 가장 주목을 끈 상품으로는 미국에서 출시된 ‘외계인 납치보험’이 있다.
이 보험은 외계인이 탄 UFO에 납치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종신보험으로 연간 보험료 2만3000원으로 저렴하지만 보험금은 최대 101억원에 이른다.
국내 시장에도 2015년부터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보험업계가 특화상품 개발에 나선 이후 이색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중소형손보사들이 대형사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장기보험 확장, 이색보험 상품개발 등 차별화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력상품으로 경쟁이 붙는 것보다 틈새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수익성을 확보하고 점유율을 늘려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손해보험은 결혼 준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보장하는 ‘웨딩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이 상품은 결혼식장이 파손되거나 결혼당사자의 사망, 전염병 등으로 인한 결혼식 취소, 결혼 의상 손상, 예물 도난, 신혼여행 출국실패 등을 보장한다. 이 보험은 웨딩박람회에서나 예식장을 계약할 때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을 위한 ‘롯데마이펫보험’은 펫보험 중에서 유일하게 반려묘까지 보장대상에 포함시키며 반려동물 보험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해상은 드론(Drone·무인기)보험을 출시했다. ‘하이드론보험’은 고가의 드론이 사고로 파손되거나 조작 오류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해 판매중이다. 단 이 상품은 레저형 단체보험으로 설계돼 개인이 가입할 수는 없다.
동부화재는 혼유사고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다. ‘참좋은 운전자보험’ 특약 가입자는 디젤 차량에 휘발유를 넣는 혼유사고 때 3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혼유사고 관련 보험은 2014년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이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토록 권고해 모든 손보사들이 판매를 접은 상태지만 최근 들어 이 특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생기면서 재등장했다. 업계 최초로 치과는 물론 안과와 이비인후과 수술비를 보장하는 메리츠화재의 ‘이목구비 보장보험’ 역시 이색보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깨알 같은 이색특약 활용하면 보험효율 UP
보험상품에 끼워 넣는 이색적인 특약들도 많다. 이러한 특약을 활용하면 보험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NH농협손보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비하는 특약을 넣을 수 있다. ‘가정종합보험 리치하우스’에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보상해 주는 특약이다.
주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손해와 건물붕괴·산사태로 인한 손해는 물론 가전제품의 수리·도난 손해를 보상해 주는 데다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해서도 최대 100만원까지 보상한다. KB손해보험은 한방과 양방치료를 보장하는 양한방보험인 ‘KB든든양한방건강보험’을 출시한 바 있다. 올해 초부터는 판매를 중단하고 특약 형태로만 판매 중이다.
이외에 일반적으로 ‘다자녀 가정 우대특약’은 어린이보험 등 사망 담보가 없는 보험 계약 중 자녀의 나이가 25세 이하고 형제자매가 2명 이상인 경우 보험료를 0.5%에서 최대 5%까지 할인해주는 특약이다. 가입 시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 등을 제출해야 하며 입양이나 재혼가정의 경우에도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체로 자녀의 수가 많을수록 할인율을 높게 적용받는다.
자신의 부모나 배우자의 부모를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로 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효도사랑(부모사랑 보험료할인특약)’을 통해 보험료를 1~2% 할인받을 수 있다. 다만 피보험자(부모님)의 나이가 50세 이상이며 계약자가 성인이어야 한다. 또한 일시납 계약의 경우 할인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러한 이색보험이나 특약은 판매실적이 그리 신통치는 않다. 저가 보험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를 자랑하는 이색보험에 관심이 크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 트렌드에 부응하는 이색적이고 창의적 상품이 보험시장의 새로운 활력을 주고 돌파구가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초기 단계이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생소하고 보험사들도 관련 통계가 부족해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1호 (2017년 0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