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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의 로망, 제주도 땅 투자 가이드 산보다 바다 가까운 곳… 현장 가서 확인해야
입력 : 2015.06.12 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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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시장은 올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토지매매 시장이 아직 잠잠하다. 그렇지만 전국에서 단 한 곳, 제주도만은 예외다.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이어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들까지 투자에 가세하면서 최근 2~3년간 제주도 토지매매 시장은 가격과 거래량이 모두 상승일로다.
경매로 나온 제주도 땅의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 것도 이제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제주도 토지 월별 낙찰가율은 지난해 8월 156.3%로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후 현재(5월)까지 한 번도 100%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
평균 응찰자수도 지난 3월에는 역대 최고수치인 12.2 대 1까지 치솟았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외지인의 농지투자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가격도 2~3배로 올랐다고 하고 제주도 땅이 뜨겁다고 한 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여전히 투자할 만한 곳이 남아 있을까?
의문을 해소하고자 지난달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에서 신규 예치금 5억원 이상의 자산가 PB(프라이빗 뱅커)고객들을 데리고 떠난 ‘제주 필드투어’에 따라 나섰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은 단호하게 “여전히 투자매력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중국 부동산개발 회사들이 땅을 비싸게 산다지만 개발회사에 관심을 가지는 건 호텔을 지을 도시 중심 상업지들이고 중심에서 벗어난 작은 땅들 중에는 경매로 개인이 관심 가질 만한 물건이 여전히 많다는 설명이다.
이날 필드투어는 매물로 나온 여러 제주도 땅들을 둘러보며 ‘토지이용계획 확인서’ 판별법과 ‘현장 방문 시 확인할 사항’들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518도로 서쪽으로 개발호재가 있는 제주국제학교, 강정마을, 첨단과학단지 주변이 관심지역이다. 작게는 600㎡, 크게는 1만9262㎡에 달하는 논밭, 임야 등이 3.3㎡당 85만~250만원 선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합계금액은 2억~42억원까지 달하는 땅들이다. 자산가들은 제주도의 어떤 면을 보고 땅에 투자하는 것인지, 땅의 가치는 어떻게 판단하고 현장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면 되는 것인지를 꼼꼼하게 살폈다.
토지이용계획 확인서 보는 법 지목과 용도지역, 지구 지정 여부 가려 잠재가치 따져야 이날 필드투어는 ‘토지이용계획 확인서’를 보는 것부터 시작됐다.
토지이용계획 확인서에는 지목과 지역·지구 등 지정 여부, 그리고 이를 표시한 지도가 한 번에 표시된다. 땅의 미래가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셈이다. 등기부등본보다 정확해 토지가치평가의 기준이 되는 공적장부이기도 하다. 고 지점장은 “토지이용계획 확인서에 표시된 용도지역과 지목만 봐도 1차적으로 살 땅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땅은 용도지역상 크게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 보전지역 넷으로 나뉜다. 고 지점장이 제주도에서 눈여겨보는 땅은 도시지역 중 ‘자연녹지지역’과 관리지역 중 ‘계획 관리지역’이다.
자연녹지지역과 계획 관리지역은 인구가 늘면 가장 먼저 개발이 허용되는 용지들이기 때문이다. 땅 중에서는 도시지역 중심 상업지의 가치가 가장 높지만 개인이 투자하기에는 가격이 이미 너무 높은 상태여서 투자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제주도 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연환경 보전지역은 개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적합하지 않다. 농가주택을 지을 정도의 건폐율(20%)밖에 허용되지 않는 농림지역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토지에는 또 ‘생태 보전지구’, ‘경관 보전지구’ 등으로 분류된 곳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 ‘용도지구’는 용도지역과 별개로 필요한 토지에 경관지구, 보존지구 식으로 지정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구’나 ‘보호대상검토구역’ 등으로 ‘보존’에 방점이 찍힌 지구들이 투자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건 물론이다. 자칫 ‘붓으로 땅을 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전지구는 등급이 나뉘어 있어 이에 따라 투자가치를 판별해 볼 수 있다. 고 지점장은 “보전지구에서는 개발이 가장 엄격하게 금지되는 1등급은 피해야 할 지역이고 4~5등급은 규제가 덜해 투자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개발제한구역을 피해야 함은 물론이다. 개발제한구역 등은 용도지구와 또 별도로 지정되는 ‘용도구역’이다.
그렇다면 지목은 어떻게 봐야 할까. 고 지점장은 밭, 논, 임야, 과수원, 잡종지 순으로 투자성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목장용지들은 낮은 가격에 물건들이 나오지만 개발을 위한 지목변경이 힘든 땅들이다.
제주도에는 온천수, 석유 등이 나오는 땅인 광천지(鑛泉地)도 많은데 땅을 파 보기 전에 매장량을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함부로 가치를 평가해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이 제주도 필드투어에 참여한 PB고객들에게 제주도 현장에서 토지이용계획도와 투자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대정읍 보성리 8900㎡크기 과수원도 살폈다. 토지이용계획 확인서상 생산 관리지역으로 분류되고 경관보전지구, 지하수자원 보전 등급 등이 표시돼 있지만 3~5등급이어서 규제는 적은 곳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토지이용계획 확인서에는 보이지 않던 건물이 보였다. 고 지점장은 “분묘나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미등기 건물이 있다면 소유권과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수원에서는 특히 나무에 명찰을 달아 놓은 것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나무 소유자가 개별적으로 ‘임목등기’를 해놓는 경우 명찰을 달아 놓는데 땅의 소유주와 같은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묘, 미등기건물, 임목등기 여부는 현장을 방문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인 셈이다.
1000㎡ 땅이라면 건물은 100㎡밖에 못 짓는 셈이다. 건폐율이 40%까지 허용되는 계획관리지역 등보다 건물을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지만 그럼에도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통유리로 바다를 조망하게 구성한 2층짜리 아담한 카페건물이 보였다. 도로 옆의 구거는 사용허가를 받아 진입로를 냈고, 도로변 전봇대도 살짝 옆으로 이동돼 있었다.
고 지점장은 “제주도는 산보다는 바다에 가까운 곳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산 위의 목장용지보다 규제가 덜한 데다 향후 인근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상권이 형성돼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건 사람이 다니기 쉽고 바다조망이 확보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는 절대금물이다. 땅은 특히 환금성이 아파트에 비해 낮다.
고 지점장은 “땅은 철저하게 자본차익을 노리는 투자여서 대출을 일으키지 않고 자기자본만으로 투자하는 것이 원칙”라며 “기간은 최소 5~10년 정도로 길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파트와 달리 시세가 없고 부르는 것이 곧 가격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관심지역의 땅들을 두고 보다가 경매로 나오는 물건을 노리는 것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지방문도 중요하다. 수년간 제주도 땅을 봐왔다는 40대 중반의 수강생 A씨는 “자연환경에 끌려 3년 전부터 직접 답사한 지 수차례고 지난해에는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었지만 두 번 모두 마지막에 매도인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계약이 어그러졌었다”며 “제주도에서는 외지인에게 배타적인 곳도 많아 현지 주민들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만만하게 투자를 생각할 지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윤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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