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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임대주택 ‘뉴 스테이’ 임대시장 판도 바꿀까
입력 : 2015.03.06 15: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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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안심하고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만들겠다’며 연초 정부가 도입을 선언한 신개념의 기업형 임대주택 ‘뉴 스테이(New Stay)’. 연내 1만가구에 달하는 주택이 이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등장할 전망인 가운데 정부의 기대처럼 임대주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한간신도시
그동안 국내에서 임대주택은 단 두 가지 종류밖에 없었다.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그 밖에 개인들이 자가주택을 세놓는 민간 전·월세주택이 그것이다.
공공 임대주택은 저렴한 임대료가 강점이지만 입주 때 필요한 소득요건이 까다롭다보니 대다수 중산층은 민간 임대시장에 의존해 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중산층 가운데 절반 수준인 45.5%가 임차인인데, 이 중 대다수인 90.3%가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민간 임대주택에서 세를 사는 경우 주거 불안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때 임차료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여차하면 원치 않는 이사도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불안한 민간 임대시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임대기간을 최소 8년으로 보장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하기로 한 것이 바로 뉴 스테이다.
건설사들이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을 300가구나 100가구 이상 임대할 경우 ‘뉴 스테이’ 브랜드를 붙이게 되는데, 이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보유한 택지를 싸게 공급받거나 국민주택기금 저리 융자,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대료는 연 5%로 상승폭이 제한되지만 초기 임대료와 임대주택 담보권 설정 제한, 임차인 자격요건 등이 모두 없어진다. 임대 의무기간이 끝난 뒤에는 분양 전환을 하든, 계속 임대를 유지하든 건설사가 전적으로 결정 가능하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그간 기업형 임대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수익성 담보가 어려워 시장에 뛰어들려는 사업자가 거의 없었다”며 “뉴 스테이 정책을 통해 2~3%에 불과한 민간 시행자의 세후 수익률을 5% 초반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건설사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하면 그간 임대주택 정책에서 소외돼 왔던 중산층들을 위한 양질의 임대주택이 시장에 대거 공급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복안이다.
뉴 스테이 쟁점 1 임대료
이렇게 추산한 가격은 지역에 따라 보증금 3000만~1억원에 평균 월세는 지방 40만원, 수도권 60만원, 서울 80만원 안팎이 된다.
국토부 분석에 따르면 서울의 중위 전세금 2억4300만원을 기준으로 전·월세 전환율 연 6%를 적용하면 보증금 1억400만원에 월세 70만원, 또는 보증금 8100만원에 월세 81만원을 내야 한다. 수도권은 보증금 6200만~8000만원에 월세 26만~53만원, 지방은 보증금 3000만~3900만원에 월세 26만~30만원이 된다.
여기에 지난해 주거 실태조사의 가구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 20.3%를 적용하면 서울은 소득 8분위(가처분소득 422만원) 이상, 수도권은 5분위(287만원) 이상, 지방은 3분위(205만원) 이상이 앞서 말한 만큼의 임차료를 부담하고 거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앞으로 선보일 뉴 스테이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인지는 오는 9월 전국 최초로 뉴 스테이로 공급되는 인천 도화동 도화지구 기업형 임대주택의 예상 임대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국토부가 예상하는 임대료는 면적별로 보증금 5000만~9000만원, 월세는 40만~60만원 선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용 76㎡의 경우 보증금 6000만~7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초·중반대, 84㎡는 보증금 7000만~8000만원에 월세 50만원대에 결정될 예정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PB센터 부동산팀장은 “전월세 전환율 6%를 적용해 순수전세로 전환할 경우 전용 84㎡ 전세보증금은 1억8000만~9000만원이 된다”며 “이는 지난 2012년 준공된 도화동 신동아 파밀리에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입주 4년차로 새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인근 아파트에 순수 전세로 들어가는 비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박합수 팀장은 “같은 돈으로 전세가 가능한데 굳이 월세를 내고 뉴 스테이에 입주할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뉴 스테이가 기존 임대주택과의 임차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수익률 하락을 우려하는 건설사들이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것을 꺼릴 가능성도 높다는 데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애초에 적정 수익률 보장이 안 되면 임대사업을 할 수 없다고 정부에 건의해서 각종 혜택으로 이를 챙겨주자고 나온 게 뉴 스테이 정책”이라며 “아무리 정책적으로 초기 사업비용 부담을 줄여줘도 정작 중요한 임대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사업을 추진할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뉴 스테이 용지로 내놓겠다고 한 대표적인 땅은 LH 보유토지와 개발제한구역(GB) 해제지역이다. 이 중 최근 공개한 LH 보유토지는 전국 24개 블록으로 총 1만37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이 중 아파트 용지는 8개 블록 7425가구, 연립주택 용지는 16개 블록 2612가구다.
가장 물량이 많은 곳은 경기 김포한강신도시로 분양아파트 용지인 Ab-04블록과 연립주택 용지인 Bc-02·04·05·14블록 등 총 5개 블록에 3391가구 규모의 택지가 공급된다.
화성동탄2신도시는 A-95블록과 A-14블록까지 1747가구를 지을 수 있는 아파트 용지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밖에 충북혁신도시 B4블록(1340가구), 화성 향남2지구(895가구), 김포 양곡지구(873가구), 수원 호매실지구(800가구), 남양주 별내지구(40가구), 안산 신길지구(141가구), 파주출판문화2지구(59가구), 위례신도시(360가구), 성남 도촌지구(144가구), 용인 동백지구(183가구), 용인 죽전지구(64가구)도 매물로 나왔다.
여기서 위례와 동탄2신도시 정도를 빼면 대부분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소재다.
그나마 서울과 가까운 위례신도시는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다. 이를 연립주택 용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인데, ‘중산층용 고품질 임대주택’을 표방한 당초 뉴 스테이 개념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향후 공개할 GB 해제지역 역시 이 같은 한계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심지에 임대주택 용지를 공급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철도 차량기지와 동사무소 등 국공유지를 최장 50년간 민간에 빌려줘 임대주택을 짓게 하는 ‘토지임대부’ 방식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부지를 임대주택 리츠가 매입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서울 모 지역 유휴 철도 부지를 빌려 임대주택을 지으려는 A업체는 정부의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이후 최근까지도 “주민 반발 탓에 임대주택은 안 된다”는 구청장의 반대 탓에 몇 년째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정비사업 부지를 활용하는 전략은 더 어렵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은 “서울 도심지 재건축 단지는 향후 매매 시 시세차익을 겨냥해 들어오는 수요자들이 대부분인데 과연 누가 장기임대용으로 활용하려 하겠냐”고 말했다.
뉴 스테이 성공을 위한 조건은 정부가 다양한 혜택을 내놓았음에도 아직 대형 건설사 중 인천 도화동에 임대주택을 짓는 대림산업을 빼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겠다는 곳이 없는 것도 앞서 말한 비용과 입지 여건 탓에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서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뉴스테이 지원센터 개소기념 세미나’에서는 뉴 스테이 정책이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한 제언들이 잇따랐다.
이날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기업형 임대주택 성공 요건으로 도심 입지와 월세 축소, 주거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전세살이 중인 중산층을 월세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초기 보증금은 다소 높이고 월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지 임대주택 확대를 위해서는 건설사들이 보유한 기존 분양용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시병 부영주택 대표는 “주민 민원 때문에 분양용지를 임대용지로 전환할 때 지자체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토부가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자체에 용도전환을 권고해 달라”고 전했다.
건설사가 장기적으로 임대관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이를 전담하는 전문 임대관리 업체를 육성해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기업형 임대가 꾸준히 공급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금융권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지 조건, 주택 규모, 임대료, 보증금 등에 대한 수요 파악과 정확한 타깃 목표가 있어야 성공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태성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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