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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해금 카드3사 “뺏긴 고객 되찾자”
입력 : 2014.06.18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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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여 건이라는 금융권 최대 규모 고객 정보 유출로 3개월간 신규 영업이 금지됐던 KB국민·롯데·NH농협카드가 지난 5월 17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국민·롯데·농협카드에 내려진 일부 업무 정지를 지난 5월 17일 0시 해제했다. 정상 영업은 사실상 19일부터 이뤄졌다. 카드 3사는 신용·체크카드 회원 신규 모집 및 카드 발급, 현금서비스·카드론은 물론이고 카드슈랑스, 통신 판매, 여행 알선 등 부수 업무도 신규로 할 수 있다.
카드 3사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잃어버린 고객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잃어버린 3개월’을 되찾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다른 카드사들은 뺏어온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5월 초부터 신상품과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어 카드업계 내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지난 5월 8일부터 ‘마음을 씁니다’라고 강조하며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새로이 선보이며 분위기 반전에 나선 국민카드는 정보 유출 사태 여파로 빛을 보지 못했던 ‘훈민정음’ 카드의 혜택통합형과 체크카드 신상품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조직개편 단행을 통해 정보보호본부 인력을 보강하고 정보보호와 보안기능 전담팀을 구성해 또 다른 정보유출 관련사고 예방에도 공들였다.
고객정보 보호의 적극적 실천과 임직원 의식 전환을 위한 교육도 강화했다. 모든 사내 연수 시 정보보안과 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필수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정보보안 교육을 위해 업무·직급·단계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세분화 했다.
이와 관련해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은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며 “고객정보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이를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광범위한 유통망을 활용한 고객 라이프 스타일에 특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재개에 대비한 업무 프로세스 재정비 및 홈페이지와 콜센터 운영 점검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롯데포인트 적립 및 가격 프로모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신임 사장이 부임한 후 조직 분위기가 이전에 비해 훨씬 안정됐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농협카드는 국내외 전 가맹점에서 이용횟수·한도 제한 없이 청구할인 되는 신용카드와 해외 가맹점 및 자동인출기(ATM) 이용에 캐시백을 제공하는 해외전용 체크카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재개 기념으로 모든 회원에 2~3개월 무이자 할부, 5대 온라인 쇼핑몰 청구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또 2016년 6월까지 3845억원을 투입해 경기 의왕시에 연면적 2만8000평 규모 통합 IT 센터를 건립한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광범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범용할인 상품과 트렌드에 걸맞은 해외직구 전용 상품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중 신규 카드 광고도 방영할 예정이다.
전·현직 최고경영자 등 책임자에 대한 해임 권고 수준의 징계가 남아 있다는 점은 카드 3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워낙 사회적으로 파문이 큰 사고였기 때문에 관련된 최고경영자에 대한 중징계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다는 점도 ‘5월 대반격’을 준비했던 3사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4월 16~22일 일주일간 신한·KB국민·현대카드 취급액 규모를 조사한 결과 3조900억원에서 2조9700억원으로 3.8% 감소했다.
지난 1분기에만 800명 넘게 이탈한 카드 모집인들을 새로 구해야 한다는 것도 해결할 과제다.
정보유출에 따른 소송 문제도 아직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된 소송만 33건, 원고는 11만7000여 명에 이른다.
개인당 정보유출 건수에 따라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피해 배상을 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소비자원도 카드사 고객정보 2차 유출 피해를 근거로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재청구하기로 했다. 카드사에서 빠져나간 고객 정보가 2차 유출돼 개인정보 판매업자에게 넘어간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농협·롯데카드에서 1억400만 건 고객 개인정보가 통째로 빠져나간 사실은 지난 1월 8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처음 드러났다.
유출 규모는 국민카드가 5300만 건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카드와 농협카드에서도 각각 2600만 건과 2500만 건의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내역에는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대출거래 내역, 휴대전화번호, 직장, 주소 등 개인신상을 보여주는 민감한 정보가 담겼다.
고객들은 불안한 나머지 카드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아예 카드를 해지하거나 회원 탈회하려 몰려들었다.
1개월도 채 안 돼 카드 회원 84만명이 탈퇴하고 223만3000장 카드가 해지되는 ‘카드런’도 발생했다.
하지만 카드 3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카드 이용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카드업계가 집계한 올해 1분기 이용 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전체 카드 사용 규모는 167조9000억원. 이는 161조600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수치며 작년 한 해 카드 이용실적 증가율인 3.8%보다도 높다.
카드사별 1분기 이용실적을 보면 신한카드가 33조5000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삼성카드(22조4000억원), 국민카드(21조9000억원), 현대카드(17조5000억원), 롯데카드(12조8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2011년 3분기 후 가장 높은 이용 증가율을 보인 체크카드 덕분이다. 올해 1~3월 체크카드 이용 실적은 25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6% 폭증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이용 규모는 0.5% 느는 데 그쳤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카드 사용 감소는 없었지만 새 카드를 만드는 소비자는 줄었다. 1분기 전체 카드사 신용카드 신규 발급은 총 651만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급감했다.
[이유섭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5호(2014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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