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못 빠진 부동산 시장 올해는 살아날까

    입력 : 2014.02.04 14:03:37

  • 인천 청라신도시
    인천 청라신도시
    부동산 시장에 과연 봄이 올까. 국회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을 지난해 말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 통과를 통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막는 대못으로 평가받던 ‘취득세 영구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인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의 법률이 폐지 혹은 개정됐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마련됐던 각종 규제법안 등 37개가 한꺼번에 풀린 셈이다.

    이에 앞서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해 초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한 4.1대책이 나왔고, 이어 7.24 보완책, 전세시장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8.28대책과 12.3 보완책 등이 잇달아 발표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만에 무려 4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셈이다.

    정부의 대책이 있을 때마다 부동산 시장은 요동치다 다시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에서 상승으로 반전되는 듯하다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거래증가와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외부 경제요인까지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말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동산 시장의 대못으로 불리던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리모델링 등 민감한 사안들을 동시에 폐지 혹은 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부동산 시장을 살펴봤다.

    규제 없애자 기대감 올라가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있었다. 전용면적 85㎡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가 2006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0월까지 전용면적 85㎡ 초과 수도권 월평균 거래량은 3449건으로 이는 2006년 4809건 이후 최대치다. 특히 전체 부동산 거래량에서 17.3%를 차지하며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지난해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의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한시적인 양도세 감면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내 중대형 아파트의 세제혜택과 최악의 시련기를 맞고 있는 건설사들이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량을 줄이면서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올해 역시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가 통과시킨 부동산 규제법안을 일부 폐지하거나 개정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세제와 제도가 바뀌거나 신설됐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을 보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및 단기 보유 양도세율 인하 ▲주택 취득세율 인하 ▲4월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건설사가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아파트 분양 물량 및 시기 조절 가능 ▲근로자 서민 및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확대 ▲주택임대사업자의 신규주택 청약 허용 ▲만 19세부터 아파트 청약 가능 ▲하우스푸어의 보유주택 매입 확대 ▲전세금 안심대출 판매 ▲주택바우처 제도 시행 ▲세입자 임대보증금 보호 확대 등이 있다.

    시장에서도 올해 부동산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가 지난해 말 수도권 거주자(20대 이상 성인남녀) 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31.4%가 올해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주택가격은 45.3%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고, 전세가격은 72.3%가 상승을 점쳤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이 잇달아 나왔고,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소폭 회복세를 보인 점이 수요자들의 기대심리를 움직여 올해에는 더욱 부동산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새 정부의 1년간 걸친 노력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차례나 내놨던 부동산 부양책이 강남을 비롯한 몇몇 곳에 국한됐다면 이번 국회에서 통과한 부동산 규제 철폐안은 부동산 온기를 수도권 전역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전세와 매매의 거래건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전세거래 대비 90%까지 늘었다. 지난 2011년 10월과 비교하면 48%, 2012년 10월 38.9%와 비교하면 전세수요가 급격하게 매매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매거래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전세물량이 희귀해졌고, 가격 역시 너무 높게 뛰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전세가율은 지난 1월 17일 62.48%를 기록했다. 매매가격에 근접하는 전세로 들어가서 불안해하느니 차라리 이참에 내집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매매 열기가 강남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4분기에만 0.12% 상승했다. 2011년 4분기 이후 내림세를 기록했던 수도권 전체 매매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이 현재의 상황을 깜짝 상승이 아닌 대세상승기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대형 아파트’들의 가격하락폭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림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말부터 가격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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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은 재건축, 강북은 생애최초 부동산 시장의 온기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중개업소들의 반응은 뜨겁다. 통상 1월에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이어서 한가했는데, 올해에는 정초부터 바쁜 모습이다.

    법안 통과 후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곳은 강남이다. 재개발·재건축 단지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수혜단지들이 강남 일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의 벌써 수천만원 이상의 호가가 오른 곳도 있다. 1만2000가구 규모의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가 주인공이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최고 42: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반포동 ‘대림 아크로리버 파크’는 이미 5000만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전매제한이 풀린 대모산자락의 자곡동 래미안 강남힐즈는 전용면적 91㎡에 1억원에 가까운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성남·분당은 아직까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관심만큼은 강남 못지 않다. 리모델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정자동 느티마을 공무원아파트 단지는 최근 호가만 5000만~8000만원 정도 늘었다.

    강북은 강남에 비해 열기가 조금 덜하지만, 실수요자들이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공유형모기지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강화되면서 전세난에 시달리던 세입자들이 이번에는 집장만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권은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용 모기지 대출이 사상 최대규모인 2조5864억원(2만5863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학군이 좋은 노원구와 도심접근성이 좋은 마포구를 중심으로 조금씩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눈에 띌 정도로 거래량이 늘지는 않았지만, 호가가 대부분 상승하면서 3월 전세시즌이 본격화되면 거래량 역시 늘어날 것으로 부동산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은 이미 열기가 뜨겁다.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 태인에 따르면 지난 1월 10일 기준 전국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84.08%를 기록했다. 지난해 4.1대책과 8.28대책 등이 발표된 후 상승세를 보였던 지난해 평균 80.25%보다 더 올랐다.

    건설사들 역시 일거에 신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너무 침체돼 있어 쉽사리 분양일정을 잡지 않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화끈하게 신규 분양 아파트는 내놓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분양예정물량은 총 1만4602가구로 2000년 이후 2월 물량 중 최고치다. 이중에서도 강남, 용산, 위례, 동탄2 등 수도권에서만 전년대비 16.9배 증가한 7325가구가 분양된다. 도시별로는 서울이 5000가구로 가장 많고 ▲경기도 2325가구 ▲대구 2075가구 ▲부산 1664가구 ▲충북 1199가구 ▲광주 1096가구 ▲경남 798가구 ▲경북 445가구 순이다.

    서울의 신규 분양 물량이 많은 것은 강남, 강동, 용산, 마포 등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일반분양에 대거 나서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청약열기를 주도했던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분양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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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규제 DTI도 풀릴까 부동산업계에서는 규제의 마지막 보류라고 불리는 ‘총부채상환비율(DTI)’까지도 정부가 손을 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난해 말 국회가 통과시킨 ‘부동산 규제 철폐안’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냉각기에 머무를 경우 DTI 제도까지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출범 이후 새 정부는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집중화했다”면서 “DTI를 제외한 모든 규제를 철폐한 상황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아 있다면 DTI 비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등의 강수를 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가 투자에서 실수요로 바뀌면서 4~5년 동안 전세를 고집하던 수요자들이 직접 부동산매매에 나설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집값 거품론은 아직도 소비자들의 부동산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여기에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역모기지론의 확대와 젊은층의 주택구매 의욕 감소, 하우스푸어들의 매물대기 등이 부동산 시장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곳도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대표적이다. 이중 BNP파리바는 지난 1월 20일 보고서를 통해 “국내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강한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 시장에 단기변동성을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 주택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 1% 이내에서 하락한 정도로 우려할 수준이 아닌데도, 정부가 부양책을 통해 불안감과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BNP파리바는 “한국은 빠른 고령화 속도와 그에 따른 수요감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부동산 부양책이 자칫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변동성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부양책을 통해 거래량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안정적인 상승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부동산을 보유 현금을 살 수 있는 수요자가 거의 없는 것은 물론, 대출을 통해 주택구입에 나서려는 이들도 실수요자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부동산 담당자는 “국내 주택가격 수준이 워낙 높아 부양책을 통해 시장을 회복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극심한 냉각기를 겪은 부동산 시장. 규제 철폐라는 군불을 뗀 부동산은 다시 뜨끈뜨끈한 경제의 아랫목이 될 수 있을까. 꽃피는 3월이 되면 부동산 규제철폐에 따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종열 기자 사진 김호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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