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조선업종을 살필 때다

    입력 : 2013.07.15 09: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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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다시 조선업종을 살필 때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위기의 경고등이 켜졌던 조선업종이 증권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기지표인 신조선가와 발주규모가 상선을 중심으로 서서히 상승하면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2000년 이후부터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던 조선업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혹독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주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미리 받아놨던 수주예약이 취소되는 일도 겪어야 했다. 여기에 급속하게 성장한 중국 조선업계가 저가 수주를 무기로 글로벌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 물량을 쓸어가면서 일감 부족으로 조업을 못하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가 그나마 선방했지만 세계 4위 규모의 STX조선해양이 지난 4월 유동성 위기로 인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등 국내 조선업계의 어려움은 극심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4월 말 기준 국제 해운조선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포착해 알렸다. 클락슨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가 전월 대비 0.7p 상승한 126.3p를 기록했다는 것. 올해 월별 신조선가 지수가 125.4~125.6p를 오갔던 것을 감안하면 경기침체로 인해 일감 부족에 시달리던 조선업계가 서서히 바닥을 다지고 상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 것이다.

    실제 클락슨은 선주들이 신규 선박 발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벌크선 등 일부 선종의 경우 선가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8만DWT(재화총화물톤수)급 케이프사이즈(중대형) 벌크선의 표준 신조선가는 지난해 말 4600만달러에서 4월 말 4700만달러로 100만달러 상승했고, 5만700DWT급 벌크선의 선가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소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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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뿐만 아니다. 컨테이너선 역시 8800TEU(20피트 컨테이너를 8800개 실을 수 있는 크기)급 선형 역시 7750만달러로, 3700TEU급 선형 역시 3700만달러로 오르는 등 선박가격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조선가의 가격 상승과 신규 발주 증가와 관련 “조선업은 글로벌 경기에 따라 좌우되는데 벌크선 및 컨테이너선 등 일반 상선의 발주가 업황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선가가 저점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올 연말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국제적인 유동성 랠리 역시 조선업종의 회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라고 강조한다. 토러스투자증권의 양형모 연구원은 지난 5월 13일 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유동성 랠리가 예상되고, 유럽계 선박금융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조선업종의 수익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 물동량 및 선박금융 여력이 늘어나게 돼 운임이 상승하고, 발주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조선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 세계 선박금융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유럽의 재정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신용경색 가능성이 제기된 유럽계 선박금융의 자금사정이 완화되면 상선 발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져 조선업의 주가상승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국내 조선업체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LNG선과 시추설비의 용선계약 체결이 늘고 있다는 점도 조선경기 회복세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LNG선과 해양시추, 해양생산설비, 컨테이너선 등 한국 조선업체들의 4대 주력부문의 추가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시장의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조선업계가 각종 지표를 근거로 회복세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회복세라고 보기에는 불안한 점이 많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은 대부분 조선업에 대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업체 관계자들은 먼저 중국과의 경쟁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이 앞설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위협적인 저가 수주로 조선 수출액 1위를 기록한 중국의 추격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392억달러의 조선 수출액을 기록해 10년 동안 세계 1위를 지켜왔던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열악한 재무상황 역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자산운용업체 관계자는 “세계 4위의 조선사인 STX조선해양이 지난 4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할 정도로 조선업체들의 재무상황은 악화돼 있다”며 “아무리 경기 회복 신호가 있어도 재무상황이 이처럼 악화돼 있다면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요인은 선가의 바닥세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마저 일감 부족으로 인한 저가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조선업황이 바닥을 쳤다고 보기에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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