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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매시장 바쁘다 바빠
입력 : 2013.06.07 14: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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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78.21%를 기록했다. 2월 76.84%, 3월 77.94%에 이어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입찰 경쟁률 역시 2월 5.54 대 1, 3월 6.24 대 1, 4월 6.35 대 1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4·1 부동산대책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아닌 경매시장이 이런 열기를 보이는 것은 조금은 이례적이다. 이번 대책으로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전용 85㎡ 이하 혹은 6억원 이하의 기존 주택을 연내에 구입할 경우 5년간 양도소득세가 100% 감면되지만 경매를 통해 집을 사면 양도세 혜택을 보기 어렵다. 규정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매에 넘어간 집이 1가구 1주택자의 집인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취득세가 면제되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 혜택도 경매시장에서는 약간 동떨어진 얘기다. 일반인들이 첫 주택을 경매로 구입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매시장이 달아오르는 것은 앞으로 주택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부동산시장에 선행하는 성격을 가진 경매시장 지표가 향후 주택경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등에 업고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세금 혜택인데 경매의 경우 양도세와 취득세 면제 모두 사실상 혜택을 보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지표가 좋아지는 것은 앞으로 주택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로 먼저 투자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매를 통해 집을 사면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싼 값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시세차익의 폭이 더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 4·1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살아나 활성화되기 전에 미리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경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매시장에는 예전보다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경매시장에서 팔린 수도권 주거시설 총 낙찰금액은 4887억9987만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인 4월 3205억9312만원과 비교해 1682억원가량 늘었으며 증가율은 53%나 된다. 대책 발표 전인 3월과 비교해서는 21% 늘었고 증가폭은 841억원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지역의 3월 아파트 낙찰가율은 77.46%를 기록했고 4월에는 80.7%로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아직 70% 후반에 머물고 있는데 80%를 돌파한 것이다. 일산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고양시 일산동구의 경우 3월 71.01%에서 73.64%로, 일산서구는 68.81%에서 74.09%로 급증했다.
투자 상품으로는 오피스텔이 경매시장에서는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시세차익을 노리기 어려워진 후부터 꼬박꼬박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의 인기는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더욱이 부동산 투자 상품 중에선 값이 싼 축인 오피스텔을 경매를 통해 저가로 구입하려는 수요가 꾸준한 상황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지난 5월 7일 양도세 감면 대상에 포함됐고 9일에는 기준금리가 7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되면서 저금리로 인해 오피스텔 투자가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이게 됐다.
실제로 오피스텔이 4·1 부동산대책의 수혜를 입기 전부터 경매시장에선 인기가 있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3월 79.95%, 4월 81.45%로 상승세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1 부동산대책 효과를 믿고 섣불리 경매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경매시장의 가격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이 계속 높아지면서 낙찰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내는 ‘승자의 저주’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득세 감면 혜택이 6월 말로 종료돼 지난 1월 취득세 감면 효과 실종으로 거래가 급감했던 ‘거래 절벽’ 상황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거래가 없어지면 급매물이 쌓이면서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4·1 부동산대책 호재로 상승세를 보였던 경매시장 증가율이 조금씩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입지와 가격 등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제윤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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