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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부동산 대책 웃는 곳 vs 우는 곳
입력 : 2013.05.03 16: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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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대형 저가 아파트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빚었던 기존주택 양도세 감면 기준이 전용 85㎡ 이하 또는 매매가 6억원 이하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모양새다.
강남 중대형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주택에 혜택이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전국 공동주택 가운데 95.5%가 수혜를 받게 됐으며, 가구 수도 557만 가구에서 665만 가구로 109만 가구 늘었다.
다만 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당초 9억원 이하 요건만 충족하면 됐던 신규·미분양 주택에도 이 기준을 적용키로 한 것은 옥에 티다. 6억원 이상 고가 신규·미분양이 다소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4.1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에 시장 훈풍 새롭게 바뀐 양도세 감면 혜택에 강남권 고가 소형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계속 가격을 깎으며 집이 팔리기만 기다리던 집주인들은 바뀐 기준이 알려지자 하루 새 호가를 500만~1500만원가량 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 매수자들의 문의가 쏟아지면서 공인중개업소들도 오랜만에 바쁜 분위기다. 올해 초까지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과는 딴판이다.
강남권 최대 규모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는 1단지 전용 52㎡ 이상, 2단지 전용 61㎡ 이상 등 매매가격이 9억원 이상인 물건들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게 되면서 단지 전체가 수혜대상이 됐다.
1단지 전용 35㎡는 이달 초 5억6000만원에서 이달 중순 5억7000만~5억8000만원으로 가격표를 바꿔 달았다. 4단지 전용 50㎡는 1500만원 오른 7억5000만원 선으로 급매물 가격이 조정됐다. 개포시영 전용 29㎡도 1000만원 뛴 4억3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양도세 감면 기준을 6억원 이하로 내린다는 말에 6억~9억원 사이 매물들 가격이 주춤했는데, 면적 기준만 충족해도 되도록 바뀌면서 찬밥 신세이던 9억원 이상 물건까지 문의가 확 늘었다”고 말했다.
매매가격이 8억~9억원대인 은마아파트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8억원 선에 나왔던 전용 76㎡는 1000만원 오른 8억1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느긋해진 집주인들이 가격 오르는 걸 보고 거래를 하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인 통에 10여개 이상 있었던 매물은 현재 전용 76㎡ 1개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감면 가격 조건을 6억원으로 내린다고 해서 혜택을 못 받을 걸로 생각했는데 ‘앤드(AND)’에서 ‘오어(OR)’로 바뀌면서 파급력이 훨씬 커졌다”며 “상당수 집주인들이 당장 호가를 200만~3000만원 이상 올리려고 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매매가 늘었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3월 말 9억7000만원에 매매됐던 전용 103㎡ 중층 물건이 10억1800만원에 나갔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멈췄다. 4월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 기준 완화 소식이 나온 4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6주 연속 하락세에서 보합세로 전환됐다. 특히 송파구와 강남구 등 2개 구는 아파트값이 각각 0.17%와 0.02% 상승했다.
중대형 신규·미분양 아파트는 울상 반면 4.1 대책 발표 직후만 해도 기대감에 들떴던 건설업계는 한숨을 쉬고 있다.
당초 정부가 9억원 이하 신축·미분양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감면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각 미분양 사업장에는 문의전화가 부쩍 늘고, 미분양 물건 중 층·향이 좋은 집을 선점하려는 가계약도 잇따랐다.
그러나 전용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로 기준이 강화되면서 가격이 6억원을 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중대형 아파트의 양도세 면제는 불가능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수도권 미분양주택 2만9830가구(88.6%)가 양도세 혜택을 받을 전망이었지만 기준이 바뀌면서 수혜 대상이 2만2975가구(68.2%)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종전보다 20.4%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당장 5월부터 분양에 나서는 판교·위례신도시 등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대부분 전용 97~99㎡가 가장 작은 평면이고, 분양가도 6억원대가 기본이라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계약 날짜를 비워두고 상임위를 통과하면 계약하겠다는 가계약 건수가 늘었는데 손님들을 다 놓치게 생겼다”고 밝혔다. 분양사무소 한 관계자도 “가장 큰 골칫덩이인 수도권의 중대형 미분양이 사실상 대책 대상에서 빠진 것 아니냐”며 “가만히 둬도 잘 팔리는 중소형에만 혜택을 주는 건 중대형은 아예 팔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리모델링, 쪼개기 재건축 속도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이 발표되면서 분당과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지역은 거래가 살아나고 매매가격이 소폭 상승세다. 경기 분당신도시 매화마을 공무원 1단지 전용 59㎡는 최근 3억1000만~3억2000만원으로 호가가 1000만원가량 올랐고 실거래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급등한 호가에 계약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대책 이전 수준의 가격 선에서는 문의가 활발하다”며 “주로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침체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대체할 분야로 리모델링 사업을 점찍은 것이다. 쌍용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 인력을 보충하고 활발한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재건축 시 대형 아파트 1채로 중소형 2채를 받는 ‘쪼개기 재건축’ 사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형 평형 조합원이 2가구를 받을 때 합계금액이 기존 주택가격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 대책에 따라 도시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 가격 제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쌍용, 서초 반포주공 등 쪼개기 재건축 수혜단지는 서울에만 총 34개 단지에 달한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3차 아파트 등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당초 계획을 재조율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주거용 부동산 임대시장에 공식처럼 박혀 있던 ‘전세는 아파트, 월세는 오피스텔’이라는 인식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4.1 대책은 아파트 임대시장의 월세화를 더 촉진시킬 전망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인 관점에서 오피스텔이 과잉 공급된 요즘의 상황은 아파트로 눈을 돌리게 하는데 충분한 이유다. 세금도 아파트가 유리하다. 취득세율이 4%에 달하는 오피스텔에 비해 아파트는 한시적 감면을 잘 이용하면 1%만 내도 된다. 만약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서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면 수익형 자산으로서 아파트의 매력도는 더 높아진다.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피스텔보다는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전용률이 낮고 상업지역에 위치해 교통 조건을 제외하면 주거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 격차가 좁아지고 있는 것도 이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피스텔 투자 수익률은 2002년 연평균 8%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떨어져 작년 5.95%를 기록했다. 반면 아파트 임대수익률은 2008년 연평균 2.66%로 저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상승해서 작년에 3.28%가 됐다.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을 비롯해 정부가 공급을 장려했던 고시원 등 ‘준주택’들은 타격을 받게 됐다. 정부가 취득세·양도세 면제 혜택 대상을 아파트와 연립·다세대·단독주택 등 주택법상 ‘주택’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을 못 받게 되면서 앞으로 아파트 빌라 등 주택과 임대수익성 싸움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리 인하 혜택도 오피스텔을 비켜가면서 최근 늘던 신혼부부 오피스텔 매입 수요가 다시 아파트 시장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를 현 3.8%에서 3.3~3.5%로 인하하고 이미 대출받은 사람에게도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임대 사업인 ‘행복주택’도 악재다. 오피스텔·고시원과 행복주택 모두 젊은 1~2인 가구가 주 임대 수요층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간 20만 가구 이상의 행복주택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수요층이 겹치는 오피스텔과 고시원들은 입지·시설이 좋지 않은 곳부터 차례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아파트의 인기도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4.1 대책을 통해 청약가점제 적용 대상 주택에서 전용 85㎡ 초과 주택을 제외해 앞으로 100% 추첨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청약가점제에서는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가점을 줘 유주택자가 불리했으나 이번 대책으로 유주택자 역시 새집으로 갈아타거나 임대 목적을 위해 집을 사기가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대형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을 신규 분양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인기 지역 중대형 주택은 청약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상경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2호(2013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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