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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osit]새로 나온 재형저축·연금저축계좌, 수익률 잘 따져보고 묻어두라
입력 : 2013.04.08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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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것만큼 이 상품이 매력적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서민들은 금리를 조금 더 준다니 어부지리나 얻는 것인 양 덤벼들었지만 실제론 자기들이 떡밥을 쫓다 어항에 갇힌 고기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형저축 가입 시 고려할 점 왜 그럴까. 진실을 알려면 먼저 재형저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1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재형저축은 절세라는 미끼를 갖고 있다. 1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면제되고, 감면세액의 10%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세 1.4%만 내면 된다. 가입 대상은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3500만원 이하 사업자. 조건에 해당되면 부부가 각자 가입할 수도 있다.
여기서 절세를 미끼라고 한 것은 세금은 원금에 대해 매기는 게 아니라 소득에 대해 매기는 것이기 때문. 소득이 적으면 절세효과 자체가 없다. 이 상품으로 혜택을 제대로 보려면 이자나 배당 또는 차익을 많이 얻는 게 먼저란 얘기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끼를 보고 어항에 들어간 물고기 꼴이 될 수도 있다. 재형저축은 장기간 돈을 묶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으로 재형저축 상품을 다시 보자.
현재 재형저축은 은행의 재형저축예금과 보험사의 재형저축보험, 자산운용사의 재형저축펀드 등 세 종류가 있다. 어느 상품이건 가입기간은 최소 7년, 최장 10년이다.
재형저축 예금과 보험은 원금보장형이긴 하지만 기존 저축상품에 비해 금리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률은 미미하다. 게다가 3년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면 지금 제시한 금리조차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이다.
재형저축 펀드는 운용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수익률의 기대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투자펀드의 성적이 쏠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이나 보험 상품과 면밀히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일석삼조의 연금저축계좌 2013년 개정된 세법은 투자자들에게 절세라는 화두를 던졌다. 투자나 자산관리 때 세금을 고려하라는 과제를 안겨준 것. 개정 세법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원으로 낮췄고 세제혜택 상품도 축소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연금저축계좌라는 새 상품이 등장했다. 연금저축계좌는 2001년 도입된 연금저축보다 자신의 은퇴자산을 관리하고 늘릴 수 있게 개선된 상품이다. 기존 연금저축은 만 18세가 넘어야 가입됐지만 이 상품은 나이 제한이 없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훨씬 전부터 나서라는 얘기다.
18세부터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한도인 월 34만원씩, 연간으로 400만원씩 납입해 연 3% 수익을 냈다면, 55세가 되어 연금을 받을 때는 약 2억7000만원이 된다. 이 돈을 85세까지 30년간 나눠 받으면 매월 약 100만원씩 받을 수 있다. 그런데 10살부터 동일한 조건으로 냈다면 50% 증가된 월 15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노후를 준비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새 연금저축계좌의 가입연령을 폐지한 것도 그래서다.
납입한도는 연간 1800만원. 기존 연금저축의 한도인 연 1200만원보다 600만원이 늘었다. 과거 연금저축은 필요할 때 돈을 찾으면, 전액 해지를 해야 하고 그간의 보았던 혜택을 모두 토해내야 했다. 그러나 새 연금저축계좌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소득공제 한도인 연간 400만원을 초과해 납부한 적립원금까지는 언제든지 세제상 불이익을 보지 않고 찾아서 쓸 수 있게 했다. 연금저축으로 소득공제만 받고, 노후준비를 위한 상품을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재형저축이나 연금저축은 모두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상품이다. 이런 점에서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수익률 전망도 꼭 챙겨봐야 한다. 어느 곳에서 가입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받는 금액에 엄청난 차이가 생기기 때문.
금융소비자리포트가 제시한 과거 10년간 금융권별 연금저축 평균수익률을 보면 보험은 누적수익률 39.8%, 은행신탁은 41.5%, 운용사 채권형펀드는 42.6%로 정기적금수익률 48.4%보다 낮았다. 반면에 운용사의 주식형펀드와 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은 거의 원금의 2배 수준인 122%와 98%로 나타냈다. 이 기간 동안 금융위기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과 차이가 났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상품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재형저축이나 연금저축은 위험분산 효과가 있다. 이런 점에서 무조건 안전성만 고집하기보다는 적절한 수익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1호(2013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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