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연구원 공동기획 / 이슈진단] ⑨ 피부에 와 닿는 경기부양책 절실

    입력 : 2012.12.07 16:03:36

  • 사진설명
    금년 들어 우리 경제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여건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매우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내년에도 글로벌 리스크 요인과 취약한 대내 경제구조 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경기부진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고에서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여건 및 주요 위험요인을 살펴보고, 이와 같은 여건 하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및 물가 등 국내 주요 거시경제 변수의 움직임을 전망하고자 한다.

    전 세계 균형 성장에 주력 2013년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는 다소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10월의 IMF 전망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3.3%에서 내년 3.6%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럽 경제는 재정위기의 지속으로 올해의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내년에도 사실상 제로 성장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기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및 중국의 경우 내년 들어 보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가능성이 있으나 본격적 경기회복까지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선 및 정권교체를 앞두고 지금까지 이들 두 나라는 재정정책 대신 주로 통화정책에 의존해 경기하락을 완화하고자 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에는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완화된 재정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재정적자 및 국가부채 규모를 점차 축소해야 하는 입장이고, 중국의 경우도 새 정권 하에서는 과거와 같은 성장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균형성장에 보다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아 공격적인 재정정책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여건을 살펴보면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침체 및 양극화·청년실업 문제 등이 계속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불안요인들은 대부분 구조적인 요인으로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워 소비, 투자 등 내수의 회복세도 더디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풍부한 유동성 유가 급등으로 이어져 내년에도 유럽 재정위기는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유로존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스페인 재정위기는 구제금융 신청과 더불어 정치적 불안만 해소된다면,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다. 반면 그동안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이 미진했던 이탈리아 등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그리스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회의 및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는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

    한편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 선호경향 등으로 인해 신흥국으로의 유출입을 반복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약화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급격히 유입되면서 환율 절상과 주가 급등 등 자산 가격 버블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란을 중심으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사태가 본격화되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해 국제유가의 급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로존 재정위기 재부각, 유럽 은행의 디레버리징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경향 심화 시에는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하면서 이들 국가에서 환율 급등 및 외화유동성 경색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금융부문에서는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이 최대 잠재 불안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부채상환비율(DSR)이 높은 저소득층, 하우스푸어, 다중채무자, 은퇴생활자 등 상환여력이 낮은 차입자 군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부문에서는 본격적인 경기회복 지연으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 회복세 부진 2013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대외 불확실성 상존, 주요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소폭 확대되는데 그치고 내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기 어려워 올해(2.2%)보다 다소 높은 2.8%를 기록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취업자 수 증가, 명목임금 상승, 물가안정에 따른 실질구매력 증대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가계부채 상환부담 및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회복세가 미약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는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투자심리 개선을 제약하고 있으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올해보다 증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 등으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이나 내년 하반기 이후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수출 신장세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중동지역 정세불안 및 공공요금 인상 압력 등의 공급 측 상승요인이 있으나, 경기부진 지속으로 수요 측 압력이 낮아 올해의 2.3%에서 내년에도 2.6%로 소폭 상승하면서 안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국고채(3년) 수익률은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아지겠으나, 국고채에 대한 국내외의 수요 지속과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으로 올해(3.2%)와 비슷한 3.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국내외 경기부진 지속으로 수출입이 더딘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328억달러)와 비슷한 31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수지는 하반기에 흑자규모가 커지면서 연간으로는 올해(278억달러)보다 확대된 31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올해 흑자(50억달러)로 반전된 서비스·소득·이전수지는 내년에는 균형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우리나라의 건실한 펀더멘털 등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지속해 올해(1128원)보다 하락한 1084원 내외의 연평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해야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여건과 취약한 대내 경제구조 등으로 인해 내년도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춘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보다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선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물가안정을 전제로 하되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건전화라는 큰 틀을 유지하되, 경기회복에 보다 초점을 맞춰 좀 더 확장적 기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업부문에서는 경기부진에 따른 중소기업 자금사정 악화에 대비하고 경제 활성화를 제고하기 위해 자금사정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정책금융 등을 통한 자금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저소득층,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고령층 등 한계채무자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화가 촉발되지 않도록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사진설명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